이종석의 도약 (1)

W

올해 가장 바쁘게 달리고 높게 뛰어오른 배우 이종석의 휴식.

데님 팬츠는 Balmain 제품. 흰색 슬리브리스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데님 팬츠는 Balmain 제품. 흰색 슬리브리스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짙은 워싱의 데님 팬츠는 IRO 제품.

짙은 워싱의 데님 팬츠는 IRO 제품.

흰색 터틀넥 니트는 Songzio Homme 제품.

흰색 터틀넥 니트는 Songzio Homme 제품.

검은색 수트는 Kimseoryong Homme, 반지는 Demand de Mutation 제품.

검은색 수트는 Kimseoryong Homme, 반지는 Demand de Mutation 제품.

노랑과 검정이 믹스된 긴 카디건은 Codes Combine, 데님 팬츠는 IRO 제품. 슬리브리스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노랑과 검정이 믹스된 긴 카디건은 Codes Combine, 데님 팬츠는 IRO 제품. 슬리브리스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영화 <피 끓는 청춘>의 크랭크업이 며칠 전이었다. 요즘은 어떻게 보내고 있나?
아예 쉴 생각이었는데 오늘 촬영을 포함해 처리해야 할 스케줄이 좀 있더라. 이번주가 지나야 비로소 한가해질 것 같다.

그럼 다음 주를 위한 계획은 세워뒀나?
집에 좀 진득하게 붙어 있으려고 한다. 이사하고 난 뒤에도 너무 바쁘게 지냈기 때문에 아직 집에 익숙해지질 못했다.

얼마 만의 휴식인가?
딱 1년 만이다. 지난 1년 동안은 작품과 작품 사이에 쉬어 갈 틈이 아예 없었다.

바쁜 한 해였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따져보니까 다섯 작품을 했다. 단기간에 여러 편을 몰아서 하고 나니 몇 년의 경험치를 응축해서 쌓은 기분이다. 몸이 힘들긴 하지만 나쁜 것 같지는 않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배우로서의 입지가 훨씬 넓어진 느낌이다. 스스로도 변화를 실감하나?
방송이 시작되거나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주변이 먼저 반응을 했다. 나 자신은 변화를 그다지 느낄 새가 없었고 이제야 서서히 의식해가는 중이다. 그런데 <피 끓는 청춘>을 찍는 동안에는 오히려 많이 힘들었다. 카메라 앞에 서는 게 무서웠는데 이유는 잘 모르겠다.

심지어 코미디인데?
그간의 캐릭터들은 대체로 내 성향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들이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장르도 낯선 데다 그 안에서 아예 새로운 성격을 표현해내야 했다. 사실 나와는 정반대에 가까운 인물이다.

본인과는 어떤 점이 그렇게 다르던가?
허세에 가득 차 있고 극단적으로 밝다. 그러면서도 복합적인 면이 있고….

지방 농고에 다니는 전설의 카사노바 역할이라던데.
진지한 건 아니고 망가지는 신이 많다. 그래서 힘들었나 보다.

망가지는 걸 힘들어하나?
그렇다기보다 내가 그날그날의 컨디션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기본 성향이 크게 다르지 않은 캐릭터라면 아무리 기분이 바닥을 치는 날이라도 어느 정도 해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역할은 나와 너무 다른 인물이다 보니 애를 먹었다. 아침부터 우울한 날에는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내 상태를 한참 끌어올려야 했는데, 그게 무척 힘들었다.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때도 코미디는 경험했다. 그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던가?
<하이킥>의 경우 캐릭터 자체는 진지한데 주변 상황이 웃기게 돌아가는 식이었다. 나는 그냥 하던 대로 하면 됐다. 이번 작품에서는 거의 혼자서 극의 많은 부분을 끌고 가는 와중에 코미디까지 소화해야 했다. 이렇게 큰 역할이 주어진 게 처음이고 게다가 영화다 보니 더욱 걱정이 됐다. 내가 모니터링을 무척 꼼꼼히 하는 편이다. 그런데 캠코더로 따로 찍어서 보고 또 볼 정도로 너무 심하게 하니까 감독님께서 금지하셨다. 배우의 생각이 너무 많아지면 캐릭터가 망가진다고 하시더라.

그럼 <피 끓는 청춘>은 어떤 이유로 선택한 작품인가?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박수하는 캐릭터 자체가 많은 변화를 겪는 인물이었다. 매번 대본이 나오는 게 무서울 정도로 감정신이 많았고, 그중에는 내가 겪지 못한, 알지 못한 감정이 또 상당수였다. 한번은 감독님께 그랬다. 이런 건 접해본 적이 없는 감정이라고. 그 이야기를 굉장히 재미있어 하시긴 하더라. 결국 간접 경험까지 동원해 표현을 했고, 그런 것들이 좋은 공부가 된 것 같다. 그런데 이 작품과 함께 촬영한 <노브레싱> 현장에서는 나 자신의 부족함을 새삼 크게 깨달았다. 너무 멋있는 단면만을 보여주는 캐릭터다 보니 솔직히 하면서 많은 재미는 못 느꼈다. 그전까지 작품들을 통해 익힌 것들이 있는데 하나도 쓰질 못하니까 초조하고 답답했다. <피 끓는 청춘>은 그런 점에서 기대가 됐다. 아예 나도 못 봤던 내 모습을 이 영화를 통해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기존 인터뷰만 읽어도 스스로에게 점수가 인색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일을 하면서 생긴 변화인가, 아니면 타고난 성격 같나?
일을 시작한 뒤로 그렇게 됐다. 일단은 더 잘하고 싶어서다. 둘째로는 상대방이 지적하기 전에 내가 먼저 선수를 쳐버리려는 생각도 있다. 잘 파악만 하고 있다면 다음 작품을 할 때는 단점을 충분히 고칠 수 있다. 그 정도의 자신감은 있는 것 같다. 모니터링을 하면서 거슬린 부분은 꼭 바꿔 나간다.

스스로를 잘 챙기는 것 같다. 주변에서 뭐라 거들거나 챙길 필요도 없이.
자기애가 강한 편이고… 이런 이야기 해도 되나? 회사가 날 좀 방목했다(웃음). 데뷔 때부터 너무 방치하는 거다. 내가 아무것도 못해서 미쳐버릴 정도로. 덕분에 자립심같은 게 생겼다.

알아서 잘하는 성격이라 그랬던 건 아닐까?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변화가 없겠다 싶었다. 그래서 <하이킥> 마치고 난 뒤 <학교 2013>에 캐스팅될 무렵부터는 직접 나섰다. 감독님을 찾아가 만나뵙고 이야기도 들어보고… 소위 영업을 한 거다.

그런 걸 붙임성 있게 잘할 인상은 아닌데, 의외다.
되게 못한다. 못하는데, 누군가 해주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안 되겠다 싶었다. 연기하면서 가장 막막했던 시기가 딱 <시크릿 가든> 전이었다. 집에 있기만 해도 너무 힘들었다. TV에서 내 또래만 봐도 미치는 거다. ‘쟤보다 내가 못한 게 뭐지?’ 혼자 이러면서 우울해했다. 나도 저만큼은, 아니 저 이상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답답했다. 얼마 전에 친구 한 명을 만났다. 오랫동안 연기를 하고 싶어 했는데 아직 좋은 기회를 얻지는 못한 상태다. 그런데 그 친구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 요즘 TV만 봐도 미치겠다고. 그래서 시간이 한참 흐른 뒤 내가 느낀 바를 이야기해줬다. 미칠 것 같은 그때 밖에 나가서 하나라도 더 경험을 쌓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를 요즘 종종 한다고. 예전에 좀 더 많은 걸 겪었더라면 연기를 하다 도저히 모르겠고 표현할 자신도 없을 때, 지금처럼 바닥난 느낌을 덜 가질 것 같다고. 그런데 말하면서도 그 친구가 공감하진 못할 거라는 생각은 들었다. 몇 년 전의 나 역시 ‘왜 난 안 되나’만 고민하느라 뭔가를 해볼 겨를이 없었다.

생각이 많은 편 같다. 트위터는 “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헛소리를 할까 봐” 그만뒀다고 했다. 사실 대부분은 헛소리를 한 뒤에야 겨우 그만두지 않나? 그걸 염려해서 미리 끊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은데.
문제가 된 다른 연예인들의 예를 접하다 보니 조심스러웠다. 나도 누군가에게 불만이 쌓이면 괜히 표출하고 싶어질 것 아닌가. 여자친구랑 헤어진 뒤 뻔히 볼 걸 알면서 싸이월드 다이어리에다 한 소리 적던 식으로. 종종 팬들에게 보여주려고 사진도 올리곤 했는데, 그러면 또 그냥 올리기는 심심하니까 한두 마디씩 적게 된다. 한동안 힘들고 불안한 상태가 이어졌는데 이러다 내가 또 헛소리 쓰는 거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안 하는 게낫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뭐가 그렇게 불안했나?
지금은 괜찮다. 한동안은 시간이 너무 허무하게 지나가는 것 같았다. 영화를 찍는 내내 지방 모텔에 박혀 지내면서 불안했다. 이 캐릭터를 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매 신마다 아쉬움이 남았다. 그리고 외로웠다. 내가 외로움을 잘 타고, 심지어 좀 즐기는 편이긴 하지만.

외로움을 즐긴다고?
등에서부터 가슴까지, 찬 바람이 안에서 도는 싸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싫으면서도 또 파고들게 되는 감정이다. 아, 좋다… 혼자 그러고 있다.

아무튼 지금은 불안함이 덜하다니 다행이다.
<피 끓는 청춘>은 오랜만에 겹치기 없이 한 촬영이다. 이 작품에만 집중하면 됐는데 그게 또 잘 안 됐다. 오히려 욕심 때문에 생각이 많아졌던 거다. 그리고 모니터링 금지령 때문에 불안했다. 내년 초 개봉하면 결과를 알 수 있겠지만 지금은 아예 감이 안 온다.

‘피 끓는 청춘’은 아닌 모양이다.
다혈질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신중한 편이다. 남들보다 조금, 겪어야 할 것을 빨리 겪은 것 같다. 연기를 정말 하고 싶었는데 소속사 문제도 많았다. 지금 있는 곳이 세 번째 회사다. 열아홉 살에 여길 들어왔다. 옮기는 과정에서 소송도 겪었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연기를 하려는 건데 시작 자체가 왜 이렇게 힘든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첫 회사는 연기를 시켜준대서 들어간 건데 결국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모델이 됐다. 두 번째 회사도 배우 대신 가수를 시키려고 했다. 그 뒤 지금의 회사로 왔지만 몇 년 동안 기회가 많이 주어지진 않았다. 그 과정에서 많은 걸 느끼며 빨리 성장한 것 같다.

종석2

종석3

종석_메이킹

에디터
피처 에디터 / 정준화, 컨트리뷰팅 에디터 / 최진우
포토그래퍼
JANG DUK HWA
스탭
스타일리스트 / 박지영, 헤어 / 종수(제니하우스 올리브), 메이크업 / 서하(제니하우스 올리브점), 어시스턴트 / 이혜령, 김지영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