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최지우가 홍콩에 다녀왔다는 소식으로 떠들썩했다. 그녀가 한류 열풍의 주역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은 탓이었을까. 홍콩 황색 언론이 사진까지 조작해가며 내보낸 깎아내리기 식 보도는 그녀가 아시아 지역에서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을 뿐이다. 루이 비통의 새로운 프렌드, 최지우의 홍콩 여행기, 그 뒷이야기는 사실 이렇게 유쾌했다.
매체들마다 한류 이야기로 온통 지면을 도배해도 피부에 와 닿지 않은 건, 정작 한국 사람들뿐이다. 홍콩 쳅락콕 공항에 구름처럼 모여든 포토그래퍼들을 보고 의아해하다, 곧 그들이‘지우히메’를 영접하러 나온 파파라치 군단이라는 사실을 채 깨닫기도 전에, 멍청한 얼굴로 그들에게 사정없이 떠밀리며 문득, 또 비로소 든 생각.
그녀는 홍콩의 랜드마크인 캔톤 로드5번지에 새롭게 둥지를 틀고 아시아 최고의 스타들과 함께하는 엄청난 규모의 파티를 계획한 루이 비통이 초대한 유일한 한국 스타. 공항 입국 심사대를 지나 단아하게 걸어 나오는 최지우의 모습이 보이자 한꺼번에 달려드는 파파라치. 언제나처럼 맑은 얼굴로 그 사이를 유영하듯 지나치는 그 모습에선, 시류에 둔감한 에디터와는 과연 다른,‘ 한류 스타적’여유가 충만했다. 브라운관속뭇한류열풍주역들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손바닥을 내보이거나 얼굴을 가리는 선글라스로 할리우드 셀레브러티 흉내를 내기보다, 그녀는 그저‘최지우’를 연호하는 무리에 반색하고,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를 즐거워하는 그 마음 그대로를 드러내는 솔직함과 천진난만함을 보여줬다. 루이 비통이 하고 많은 한국의 여배우 중 굳이 최지우를 지목한 이유가 드러나는 첫 번째 대목이었다.
캔톤 로드 메종의 오프닝 행사를 앞두고 최지우는 분주했다. 홍콩 로케이션 드라마를 촬영했어도 매번 급박한 스케줄로 제대로 둘러볼 기회 한 번 없었던 홍콩 시내를 탐방할 수 있는 세 시간의 여유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그녀가 처음 택한 행선지는 홍콩에서 가장 오래된 도교 사원. 문무 성인을 모시는 만모 사원에는 누군가의 건강과 행복을 비는 향의 연기로 언제나 매캐한 곳. 최지우는 독실한 크리스천이지만, 진지한 얼굴로 무언가를 염원하는 현지인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어떤 종교를 가졌건 기도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아름답다고 조심스레 이야기했다. 사원을 나와 조금 걷다 보면 맞닥뜨릴 수 있는 건 홍콩의 명물, 캣 스트리트. 좁다란 골목길을 따라 늘어선 골동품 가게와 기념품점에는 마오쩌둥의 얼굴이 그려진 시계, 출처를 알 수 없는 배지, 문화대혁명 당시의 포스터, 전족, 동전, 그릇, 우표, 공산당 인형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어 아기자기한 성격의 최지우의 걸음을 자꾸 멈추게 만들었다. 색색의 원석 목걸이를 걸어보며 매니저에게 사달라고 떼를 쓰는가 하면, 목재 그릇을 들고 국물 마시는 흉내를 내 모두를 웃긴 그녀. 러닝 차림의 아저씨들이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떠는 풍경 속에 자유롭게 녹아들며, 오만 물건이 빼곡히 차 있는 홍콩의 재래시장 사이를 요리조리 신나게 헤집고 다니는 소탈한 모습에서 그녀의 매력은 가감 없이 발산되었다.
이제 성장할 시간. 파리 다음으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홍콩 캔톤 로드 메종의 오픈 행사와 파티에 서둘러 참석해야 할 때니 말이다. 침사추이 지역에 새롭게 들어선 루이 비통의 메종 오픈은 파리의 샹젤리제, 도쿄의 오모테산도, 뉴욕의 5번가, 런던의 본드 스트리트와 마찬가지인 또 하나의 스타일 메카의 탄생을 알리는 소식. 일본 건축가 이누이 쿠미코가 디자인한 메종은 8백 평방미터에 달하는 규모와 루이 비통의 상징과도 같은 다미에 패턴이 선조 릴리프를 따라 펼쳐졌고, 백라이트 조명을 설치해 정사각형 유리판으로 입체적인 착시효과를 더했으며, 여기에 파리 스토어 팀이 가세하여 여러 층과 평면이 나선형으로 연결되는 산책로 구조를 완성했다. 역사적인 리본 커팅으로 오프닝의 막이 오르고, 아시아 전역에서 초대된 최고의 셀레브러티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최지우는 루이 비통의 2008 S/S 핑크색 시폰 드레스를 입고 한국어로 그녀의 이름을 외치는 팬들의 환호 속에 등장했다. 그녀는 이탤리언 아티스트 파브리지오 플레시의 작품 ‘럭셔리는 느리다(Luxury is slow)’가 설치된 디스플레이 공간을 지나 매장을 둘러본 후, 복층으로 나누어진 2층으로 향했다. VIP 룸 곁으로 마련된 갤러리에는 최근 포토그래피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배우 주윤발의 첫 개인 사진전 <moving pictures>가 열리고 있었는데, 최지우를 비롯한 수많은 셀레브러티들이 진지한 태도로 자신의 사진을 감상하는 모습에 무척이나 흡족해하는 얼굴이었다.
오프닝 행사가 끝나갈 무렵, 모두의 발걸음은 카우룽 서부에 위치한 거대한 텐트 파티장으로 옮겨갔다. 텐트 외부에는 최첨단 PIGI 프로덕션 시스템으로 루이 비통의 구리 트렁크 이미지가 투사되었고, 내부에는 로고를 표현한 거대한 조형물과 흘러내리는 골드 커튼, 골드 볼 샹들리에, 골드 모노그램 토템 등이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여기 초대된 것은 최지우를 비롯해 배우 장쯔이, 축구 선수 나카타 히데토시, 주윤발, 모델 아이 토미나가, 미스 유니버스 제니퍼 호킨스, 양자경 등 아시아를 대표하는 최고의 스타들과 인사들이었다. 거기에 그들을 위해 동원된 건 7명의 발레리나와 5명의 드롭레터 걸스의 퍼포먼스, 그리고 그래미 어워드에 빛나는 래퍼 카니예 웨스트의 열광적인 공연. 그 뜨거웠던 파티 현장은 이 달 화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파티장으로 향하는 길. 바람이 많이 불어 드레스 자락을 여미느라 애를 먹었다.
- 에디터
- 최서연
- 포토그래퍼
- 보리
- 브랜드
- 루이비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