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수록 중독되는 독보적인 캐릭터 아이돌 ‘오렌지캬라멜’과의 유쾌한 만남!
대부분의 걸그룹이 요염한 의상을 입고 팔이 떨어져 나가도록 털기춤을 추는 동안 오렌지캬라멜은 빨간 망토를 두르거나 머리 위에 초밥을 얹은 채로 깡총거리며 ‘뽕삘’이 잔뜩 묻은 노래를 한다. 올해로 활동한지 4년째가 된 이들은 가요계에서 꽤나 이례적인 브랜드다. 기발함과 유치함 사이 어딘가에 있는 아이디어를 팀의 색깔에 맞게 선별해 상당한 완성도로 구현 해낸다는 점에서 고만고만하게 섣부른 흉내들과는 확연히 차별화된다. 물론 2010년에 ‘마법소녀’로 데뷔 했을 당시에는 반응이 크게 엇갈렸던 편이다. 섹시하고 강한 이미지를 내세우는 애프터스쿨로부터 가지를 친 유닛이기 때문에 어리둥절함은 더 컸다. 멤버들 역시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콘셉트나 음악 스타일이 제가 지향하는 방향과는 거의 정반대였거든요. 초반에는 나름대로 고민을 했어 요.”(레이나) “데뷔 전부터 함께 지낸 셋이 무언가를 함께한다는 자체는 좋더라고요. 하지만 언니처럼 저도 적응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죠.”(나나) 생각이 바뀐 건 팬들의 호응을 체감하면서부터다. “좋아해주시니까 스스로도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인정하게 되 던데요.”(레이나) 막내인 리지는 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 처음부터 거부감이 없었어요. 트로트풍의 노래는 제 목소리에 잘 맞아서 평소에도 좋아했거든요. 공주 옷은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입어보겠나 생각했고요.” 물론 과격할 정도로 과감한 시도가 많다 보니 난감했던 기억이 아예 없진 않다. ‘방콕시티’ 무대는 그중에서도 특히 괴로운 경험이었다. “노란 헤어 피스를 잔뜩 붙여서 머리가 말 그대로 거대했어요. 방송국에서 남자 아이돌과 마주칠 때마다 너무 부끄러운 거예요. 최대한 대기실 안에 숨어 지냈어요.” 당시의 자료는 다시 들춰보는 것조차 내키지가 않을까? “아니에요. 심심할 때 가끔 봐요. ‘우리가 이렇게 못생겼었구나’ 하면서 웃죠.”
세 명 모두가 가장 즐겁게 작업한 곡으로 꼽는 ‘립스틱’에 이어 레이디 가가의 소고기 드레스보다 더 푸짐한 먹거리 스타일링을 선보인 ‘까탈레나’까지 성공시키면서 오렌지캬라멜은 첫 번째 정점을 찍은 듯하다.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그런 만큼 다음 단계에 대한 생각이 더 많아졌다. 그래서 새 싱글인 ‘나처럼 해봐요’ 와 ‘강남거리’ 활동을 마무리하면 내년까지 나름대로 재정비를 거칠 계획이라고 했다. “비슷한 스타일의 노래가 반복된다는 피드백을 가끔 듣는데 저희도 어느 정도는 동의해요. ‘재미있네’ 정도에서 그치는 느낌이라 그 이상의 변화가 필요할 것 같아요.”(나나) 요란한 스타일링, 독특한 뮤직비디오, 유쾌한 가사만 화제에 오를 뿐 음악적인 평가에서는 소외되는 상황도 고민인 모양이었다. “저희가 가창력이 강조되는 노래를 부르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가수로서의 역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꽤 있어요.” 메인 보컬인 레이나는 독특하면서도 대중적인 곡으로 음악적인 변화를 주고픈 욕심이 크다. “물론 오렌지캬라멜은 저희를 대중에게 알려준 고마운 기회예요. 앞으로 전혀 다른 걸 하겠다는 게 아니라 지금껏 보여드린 모습에만 갇히고 싶지는 않다는 거죠.” 변화를 모색하면서도 팀의 색깔은 버리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가 강조하듯 뒤따른다. “어떻게 만든 색깔인데 버리겠어요?”
다른 멤버들 역시 오렌지캬라멜로서 더 해보고 싶은 것들이 있다고 했다. 나나는 셋이 함께하는 리얼리티 쇼에 관심이 있다. “우리가 뭉치면 훨씬 친근하고 솔 직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레이나도 나나의 특이한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맞장구를 쳐줄 상대는 자신들뿐이라며 거들고 나선다. 그렇다면 리 지는? 음악 방송 1위라는 답이 돌아온다. 활동할 때마 다 대진운이 따라주질 않아서 이제껏 한 번도 차트 정 상에 오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그게 뭐 대 수냐고 할지도 몰라요. 그런데 저희는 연습생 때부터 서로를 격려하면서 여기까지 온 사이거든요. 한때는 존재감이 희미했던 셋이 뭉쳐서 확실한 성취를 이루 고 나면 뭉클할 것 같아요.”
오렌지캬라멜은 자신들에 대한 어떤 평가를 특히 반 가워할까? ‘예쁘다’보다는 재미있다는 칭찬을 선호할 수도 있겠다고 짐작했다. “그렇진 않아요. 예쁘고 싶어요.” 꽤나 단호한 합창이다. “저희는 개그를 하려는 게 아니고요. 목표는 실력과 대중성을 갖추면서 예쁜 데 재미있기까지 한…”(리지) 결국 마무리는 맏언니 레이나의 몫이다. “가장 듣기 좋은 건 잘한다는 말 같 아요. 저런 건 쟤들밖에 못한다, 그런 거요.”
-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정준화
- 포토그래퍼
- 엄삼철
- 스타일리스트
- 정설, 박보라, 우현오(런던프라이드)
- 헤어
- 한수화, 유미(제니하우스)
- 메이크업
- 무진, 김주희(제니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