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탄오브더디스코 멤버들은 그룹 이름만큼이나 독특한 예명을 자랑한다. 압둘라 나잠(보컬, 댄스), JJ핫산(댄스, 코러스), 김간지(드럼), 카림 사르르(베이스), 오마르 홍(기타)은 립싱크 댄스 그룹에서 라이브 밴드로 전향한 유일무이한 이력으로 일단 시선을 끌었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한국 밴드 최초로 영국 글래스톤베리 무대에 오르는 영광까지 거머쥐고 어느 때보다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말했다. 자신들은 이전과 달라진 점 하나 없이 그저 재밌는 음악을 하고 싶은 뮤지션일 뿐이라고.
<W Korea> 립싱크 밴드에서 라이브 밴드로 전향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술탄오브더디스코 립싱크 밴드로 활동을 하다 보니 음악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꽤 있었다. 원래 나잠수(보컬)의 꿈은 진짜 밴드를 결성하는 거였기 때문에 그때부터 주변에 ‘망한 밴드’에서 활동하던 친구들을 하나둘 모으고 묻혀 있는 사람을 데려와서 밴드를 결성했다. 2010년에 완성된 멤버가 지금 우리 다섯이다.
술탄오브더디스코라는 이름은 어떻게 탄생했나?
지금의 멤버 몇 명이 우연히 연습실에서 만나 즉흥 연주를 한 적이 있다. 그때 우리끼리 농담 삼아 ‘술탄오브더디스코’라는 밴드 이름을 만들었다. 사실 밴드가 결성되기 전에 먼저 생긴 게 이름이다. 이런 밴드가 있으면 웃길 것 같다는 우리끼리의 얘기가 현실이 된 셈이다. ‘술탄’과 ‘디스코’라는 전혀 상관없는 단어 두 개를 엮어서 재미있는 조합을 만든 거다. 단순히 재미있어서. 그게 전부다.
국적 불명의 특이한 의상과 그에 걸맞은 이국적인 예명까지, 다른 인디 밴드들과는 차별화되는 술탄오브더디스코만의 스타일이 있다.
인터뷰에서도 이런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데 사실 ‘왜’에 대한 대답은 없다. 우리가 처음 밴드를 시작했을 때는 합주 1시간에 농담 4시간을 할 정도로 이건 그냥 취미일 뿐이었다. 그러다 1집 앨범을 발매하면서 약간 진지함이 더해졌다. 일단 먹고살아야 하니까. 우리는 개그맨이 아니기 때문에 웃기는 걸로 돈을 버는 건 제한적이더라. 그때부터 어떻게 해야 더 잘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근데 음악도 잘하고 웃기기도 하면 두 가지를 모두 인정해줘야 하는데 사람들은 웃긴 것만 기억했다. 글래스톤베리를 갔다 오니까 그제야 ‘아 쟤네는 음악적인 뭔가가 있긴 있나 보다’라고 생각하더라. 사실 우리는 갔다 오기 전이나 후나 달라진 게 없는데.
록밴드임에도 댄스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나?
댄스는 좋은 거니까. 춤 안 좋아하는 사람도 있나? 밴드하면 춤을 잘 안 춘다는 것은 선입견일 뿐이다. 밴드 하면 다 록만 한다는 편견처럼 말이다. 특히 우리는 청개구리 기질이 강해서 여기저기서 볼 수 있는 것보다는 흔하지 않은 걸 하고 싶어 하는 편이다. 그래서 우리는 곡 작업이 끝나도 안무 구성이라는 또 다른 일까지 해야만 한다. 노래 만드는 것만큼이나 오래 걸리는 게 안무 짜는 일이다. 창작의 고통은 정말 끝이 없나 보다. 창작이 끝난 줄 알았는데, 또 다른 창작을 해야 하는 거다. 심지어 잘 추기 위해서 꾸준히 연습도 해야 한다.
예전에는 지금 술탄오브더디스코가 속해 있는 붕가붕가 레코드의 다른 뮤지션들이 객원 멤버로 참여하기도 했다. 특히 포털사이트에서 술탄오브더디스코를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과거 멤버였던 브로콜리너마저의 덕원이 맨 위에 뜬다.
덕원하고 우리는 음악적 방향이 안 맞기도 했고 브로콜리너마저가 워낙 바쁘니까 시간을 맞춰서 연습을 하기도 어려웠다. 몇 년 전만 해도 술탄오브더디스코는 작은 프로젝트 밴드였고 객원 멤버들이 취미로 왔다 갔다 했다. 지금은 그렇지 않고 앞으로 객원 멤버도 없을 예정이다. 예전 멤버들은 이제 ‘아, 나도 글래스톤베리에 갈 수 있었는데’라고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웃음).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직접 묻고 싶고 듣고 싶은 것도 많다. 어떻게 출연 제의를 받았나?
정말 운이 좋게도 우리가 갔던 울산 뮤직 페스티벌 행사에 말콤 헤인즈라고 글래스톤베리 프로그래머가 있었다. 그분이 우연히 우리 공연을 본 거다. 물론 이 사실은 한참 후에야 알았다. 며칠 후 울산의 지역 신문에 술탄오브더디스코가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 초대되었다는 기사가 실린 거다. 우리는 아무것도 들은 것이 없었는데(웃음). ‘우리도 그랬으면 좋겠네요. 꿈도 크시네요’라고 콧방귀를 꼈다. 근데 몇 달 뒤 그게 실제로 일어났다. 페스티벌 직전까지도 실감이 안 날 정도였다.
공연은 어땠나?
좋은 의미로 정말 죽여줬다. 죽여주게 힘들기도 했다. 일단 환경 자체가 군대 유격장 같았다. 매일 내리는 비 때문에 사방이 진흙탕이고 나중에는 걷다가 지칠 정도였다. 다행히 공연 반응은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우리를 모르는 해외 팬들이 ‘어쩌라고?’ 같은 반응일까봐 걱정했는데, 정말 많은 관객이 열정적으로 공연을 즐겨주었다. 공연은 1시간 정도로 꽤 긴 편이어서 영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노래도 추가했다. <고스트버스터즈>의 주제곡을 편곡해서 보여줬는데 앙코르를 외치면서 미친 듯이 좋아하더라. 특히 글래스톤베리에는 코스튬을 입고 오는 관객이 많은데 나중에 들어보니 <고스트버스터즈> 복장이 인기 코스튬이라고 하더라.
오늘도 하루 종일 바쁜 스케줄을 소화 중이라고 들었다.
멤버 한 명은 지금 별명이 ‘반차맨’이다. 직장에 다니고 있어서 오늘도 반차를 내고 왔다. 스케줄이 많아지면서 두 가지 일을 병행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마지막 잎새’라는 새로운 별명도 얻었다. 여기 오기 전에는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다녀왔는데 온에어 사인이 꺼지면 ‘넌 왜 그렇게 노래를 못하냐?’라며 독설을 하시기로 유명한 분이라 걱정을 했다. 그래도 생각보다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좋았다.
‘모든 관객을 춤추게 한다’라는 칭찬을 들었다. 앞으로 꼭 듣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우리를 따라 하는 밴드가 많이 생기면 좋겠다. ‘술탄오브더디스코’라는 밴드가 좋아서 음악을 시작했다고 하면 얼마나 좋을까? ‘와, 한국에 저렇게까지 잘하는 밴드가 있었나?’라는 말도 듣고 싶다. 그런 말을 들으려면 일단 열심히 해야 된다. 지금도 우리 스스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이채린
- 포토그래퍼
- 엄삼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