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과 인기 뒤에 가려져 있는 어둡고 은밀한 면모에 대해, 릴리 로즈 뎁과 위켄드가 입을 열었다.
릴리 로즈 뎁(Lily – Rose Depp)과 위켄드(The Weeknd)가 주연을 맡은 격렬한 드라마가 큰 관심 속에 드디어 얼굴을 드러냈다. 슈퍼 스타덤에 오른 뮤지션의 혼란스러운 내면과 분투를 파헤치는 HBO 시리즈 <디 아이돌(The Idol)>. 화려함과 인기 뒤에 가려져 있는 어둡고 은밀한 면모에 대해, 두 스타가 입을 열었다 .
세계적인 여성 팝 아이콘과 강렬한 마력을 지닌 클럽 오너. 두 사람의 복잡미묘한 관계를 그린 HBO 시리즈 <디 아이돌>의 마지막 촬영일은 작년 9월 어느 날이었다. 캘리포니아주 잉글우드에 위치한, 그 유명한 소파이 스타디움에 릴리 로즈 뎁(Lily-Rose Depp)이 골프 카트를 타고 입장한다. 블랙핑크의 제니와 트로이 시반이 출연한다는 점만으로도 화제를 일으킨 이 작품에서 릴리 로즈는 독보적인 스타성으로 무장한 팝스타 조셀린 역을 맡았다. 그 옆에는 <디 아이돌>의 감독이자 작가, 그리고 히트작인 HBO <유포리아> 시리즈로 수많은 시상식 후보에 오르며 트로피를 차지한 샘 레빈슨이 보인다. 현장에는 초대형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7만 명 정도의 군중도 있었다. 이들은 위켄드(The Weeknd)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뮤지션, 에이블 테스페이(Abel Tesfaye)의 공연을 보기 위해 모였다. 이날 에이블은 현실 세계에서 아티스트로서의 자아인 위켄드, 그리고 극 중 캐릭터인 클럽 오너 테드의 경계를 넘나들어야 했다. 그러니까 위켄드라는 ‘본캐’로 라이브 공연을 선보이는 동시에, <디 아이돌> 촬영 장면의 하나로 톱 아이돌인 조셀린을 조정하는 전략가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쉽지 않은 도전이다.
소파이 스타디움의 대형 스크린에 <디 아이돌> 예고편이 상영되는 동안, 릴리 로즈와 감독은 대사를 맞췄다. 릴리 로즈는 몸매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얇은 화이트 드레스를 입고, 금발 머리를 무심하게 묶어 올린 듯한 스타일을 하고서 조셀린으로 완벽히 변신했다. 모델로서의 그녀는 뼈가 드러날 정도의 가녀린 몸매와 커다란 눈망울을 지닌 인물이지만, <디 아이돌>의 조셀린은 짙은 눈 화장과 두꺼운 입술 화장을 하고 있어 꽤 다른 인상이다. 릴리 로즈는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진행한 그 중요한 마지막 촬영이야말로 신경을 극도로 예민하게 만들었다고 고백했다. “제 모든 수호천사들에게 기도했을 정도예요. 공연 장면 촬영을 두 테이크 만에 마무리해야 했죠. 7만 명이라는 압도적인 관중과 단 두 번의 테이크는 굉장한 부담이에요. 그런 와중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게 꾸미고서 무대로 나설 때 마치 식장에 들어서는 신부가 된 듯해서 신기했어요. 제가 화이트 드레스를 입고 있었잖아요.” <디 아이돌> 촬영 카메라가 돌아가자, 조셀린은 마침내 테드로스라는 인물을 관중에게 소개하기 위해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큰 무대 위에 오른다. “제가 인생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자, 가장 어두운 터널을 통해 가장 빛나는 무대로 이끌어준 테드로스를 소개합니다!” 그렇게 등장한 테드로스는 물론 현실 세계의 톱스타인 위켄드다. 위켄드가 등장하자 팬들의 함성이 스타디움을 가득 메웠다. 그런 열광과 에너지 속에서 긴장하면서도 그 순간을 즐긴 릴리 로즈가 말했다. “큰 무대 위, 그리고 스타디움을 가득 채우는 환호 정중앙에 서 있다는 것이 그렇게 중독성 있을지 상상도 못했어요. 무대를 떠나고 싶지 않더라고요(웃음)”.
반면 위켄드는 수많은 팬들 앞에서 극 중 캐릭터 테드로스로 등장하며 민망함과 좌절감을 동시에 느꼈다. 뮤지션 위켄드는 언제나 말쑥한 블랙 슈트 차림으로 무대 위에 서지만, 클럽 오너이자 검은 세력가인 <디 아이돌>의 테드로스는 꽁지머리에 1970년대에 유행했을 법한 반짝이는 화려한 셔츠의 단추를 가슴팍까지 풀어 헤치고, 에이비에이터 선글라스까지 장착해야 했기 때문이다. “저는 위켄드의 옷을 벗어 던지고 테드로스로 분해 촬영을 마친 후, 다시 뮤지션 위켄드로 무대에 올라 라이브 공연을 해야 했어요. 찰나의 순간 한 자아에서 또 다른 자아로 변해야 하는 상황이 쉽지 않았죠. 공연을 마친 후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는데, 정말 ‘아’ 하는 소리도 못 내겠더라고요. 그런 증상은 한 번도 겪어보지 않아 당황스러우면서도, 작품 속 캐릭터가 노래와는 거리가 먼 역할이라 몸이 그렇게 반응하는 건가 싶은 엉뚱한 생각도 들었어요.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정도라면 다음 공연은 취소해야겠죠. 제가 너무 깊이 빠져드는 걸 수도 있지만, 아찔하고 무서운 느낌이 들었어요. 아티스트 위켄드는 한 번도 콘서트를 취소한 적이 없거든요.” 촬영 날, 에이블은 심한 독감이 걸린 상태라 무대에서 생을 마무리한다는 각오로 혼신의 힘을 다했다. “공연하는 장면을 촬영하면서 제 마음속에서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뭔가 복잡한 심리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던 것 같아요. ”
현재 에이블 테스페이는 ‘아티스트로서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시기를 겪고 있다. 단순히 <디 아이돌> 촬영을 위해 공연 현장에서 두 개의 다른 자아를 오가는 저글링을 해야 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요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어떤 길목을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뮤지션 위켄드의 한 챕터를 슬슬 마무리할 준비를 하고 있어요. 물론 음악은 꾸준히 만들거예요. 위켄드로서 다음 챕터를 보여줘야 할지, 에이블이라는 제 진짜 모습으로 활동할지 고민 중이지만, 이미 마음속에선 위켄드라는 자아와 이별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힌 듯합니다. 어떤 모습이든 기존의 모습을 탈피하고 새로 태어나려는 과정 중에 있어요.”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공연하는 장면을 촬영하기 1년여 전, 릴리 로즈 뎁은 조셀린 역을 제안받고 오디션을 봤다. 당시 그녀는 차갑고 사악하지만 매혹적인 드라큘라의 저주에 휘말리는 내용의 영화 <노스페라투> 촬영차 프라하에 있었다. “저보다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면서 매력적인 배우가 아주 많기 때문에, 저한테 제안이 올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뜻밖의 기회에 도전해봐야겠다는 각오로 오디션을 준비했죠.” 릴리 로즈는 프랑스의 유명한 뮤지션이자 모델이면서 배우인 어머니, 바네사 파라디의 타이트한 분홍색 새틴 스커트와 보라색 탱크 톱을 입고서 오디션장에 갔다. 반짝거리는 화려함과 장난기가 적절히 어우러진 스타일을 연출하고 싶었다고. “팝스타의 느낌을 장착하고, 거기에 LA 감성을 좀 입히고 싶었어요. 극 중 캐 릭터처럼 저도 LA에서 자란 ‘LA 걸’이거든요.” <디 아이돌>의 조셀린과 가장 유사한 실제 팝스타를 찾는다면 아마도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아닐까 싶지만, 릴리 로즈는 조셀린이라는 캐릭터에서 <원초적 본능>의 샤론 스톤, <줄 앤 짐>의 잔느 모로를 발견했다. “당연히 저도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팬이죠! 그녀의 음악과 에너지를 사랑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요? 저는 비욘세, 머라이어 캐리 등 시대를 풍미한 디바들을 모두 연구했어요. 조셀린은 어디에 있든 그 공간을 압도하고, 언제나 반짝이는 시대의 아이콘이라고 콘셉트를 잡았죠.” 릴리 로즈는 오디션 당시, 아카펠라를 불러야 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제 노래 실력을 보여드리려고 ‘Fever’라는 노래를 1분 정도 불렀어요. 그러곤 생각했죠. 내가 캐스팅되지 못한다면 바로 이 순간 때문일 거라고(웃음).”
하지만 오디션을 통과한 릴리 로즈 뎁은 이제 마음껏 빛을 내기 시작했다. 샘 레빈슨 감독의 아내이자 <디 아이돌>의 총괄 프로듀서인 애슐리 레빈슨은 릴리 로즈가 ‘조셀린이라는 여주인공에게 반드시 필요한 유약함과 강인함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배우’라고 극찬했다. 릴리 로즈는 뮤지션 위켄드와 ‘안면은 있지만, 친분은 없는 사이’였다. “에이블이 따뜻하고 다정한 아티스트라는 점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대본 리딩을 하는 날에는 제가 굉장히 떨리더라고요. 저는 조셀린을 꼭 연기하고 싶었어요. 영화 속 커플이 으레 그렇듯, 조셀린과 테드로스는 가장 위험한 방식으로 서로를 보완해주는 사이예요. 아슬아슬하게 밀고 당기는 사이랄까.” 릴리 로즈가 조셀린 역할을 맡기로 확정되고, 애초 내정된 감독에서 샘 레빈슨으로 감독이 바뀐 후, 릴리 로즈는 머리를 금발로 염색했다. “금발의 조셀린은 한없이 선할 수도, 한없이 지독해 보일 수도 있겠다는 그림을 그려봤어요. 한마디로 단정 지을 수 없는 그런 캐릭터 있잖아요. 저는 고전 영화, 특히 프랑스 영화를 많이 보며 자랐거든요. 브리지트 바르도의 마스크에는 고전적인 아름다움과 ‘내 삶은 내 거야. 다들 신경 꺼줘’라고 말할 것 같은 기운이 함께 있죠. 그런 복합적인 느낌을 내고 싶었어요.” 재밌는 사실은, 드라마에서 조셀린이 항상 금발로 등장하진 않는다는 점이다. 릴리 로즈의 말에 따르면, 조셀린이라는 캐릭터는 시간이 지나며 진화했다.
6월 4일 HBO를 통해 공개된 <디 아이돌> 첫 번째 시즌의 최종 버전은, 놀랍게도 전체를 재촬영한 결과물이다. 제작자인 위켄드, 아니 에이블은 감독을 샘 레빈슨으로 교체하면서 ‘기존 공동 제작자인 레자 파힘과 재촬영 역시 함께해야 한다’라는 조건을 내세웠다. 샘 레빈슨은 에이블을 처음 만났을 때를 회상했다. “저를 찾아와 작품에 대해 설명하더라고요. 제가 평생 잊지 못할 이야기를 진지하게 하는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제가 컬트 장르를 하고 싶다면 왜 못하겠어요?’ 이런 말을 하더군요. 그 말은, 위켄드라는 팝스타에겐 그의 모든 행보에 대해 따지지 않고 무한한 응원과 지지를 보내는 팬들이 있다는 뜻이었어요. 바로 그 점이 <디 아이돌>을 기획한 계기였던 것 같아요. 최고의 팝스타가 위험한 남자에게 빠져 있지만, 아무도 그게 잘못됐다고 말해주지 않고 맹목적으로 지지해줄 때 무서운 일이 일어날 수도 있죠. 그런 점을 우리 드라마에서 낱낱이 보여주고 싶었어요.”
감독은 에이블과의 인상적인 만남 이후 설레고 흥분해서 잠들지도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미팅 후 이틀 만에 기획안을, 일주일 후에 파일럿 촬영을 위한 대본을 완성했다. 다만 그가 <유포리아> 시즌 2 준비로 이미 바쁜 와중에 <디 아이돌>의 러브콜을 받았기 때문에, 그와 에이블, 그리고 공동 제작자인 레자파힘은 다른 팀을 섭외해 <디 아이돌> 시리즈의 감독과 촬영을 대행하게끔 하는 시스템을 취했다. 문제는, 촬영분을 확인한 에이블이 그 결과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행을 맡은 제작진이 조셀린과 테드로스 사이의 감정적 탱고랄까, 그 복잡 미묘함을 섬세하게 묘사하지 못했다는 이유다. 둘 사이의 아슬아슬한 관계가 이 드라마의 핵심인데 그걸 제대로 표현해낼 수 없다면 <디 아이돌>은 전혀 다른 작품이 된다는 논리였다. 에이블은 말했다. “영화와 TV는 저에게 언제나 새로운 창의력을 불러일으키는 원천이에요. 저는 곡을 쓸 때, 제 음악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절대 선보이지 않습니다. <디 아이돌> 제작 태도 역시 같을 수 밖에요.”
에이블 테스페이는 웬만해선 차분하고 평정심을 잃지 않는다. 또 예의 바르고 상냥한 말투로 유명하다. 그래서 마냥 부드러워 보이지만, 그의 내면에는 강인한 결단력이 자리하고 있다. “저는 역경이 있거나, 이길 가망성이 없는 게임을 좋아해요. 시작부터 그랬거든요. 아무것도 없는 제가 팝 시장에 진입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어요. 저는 약자였고, 그래서 산 정상에 오르기 위해 싸우는 일에 단련되어 있어요.” 작품을 한 번 엎고 다시 생명을 불어넣는 과정에서 에이블과 샘 레빈슨 감독은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샘과 함께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에도 갔어요. 샘은 제가 공연을 준비하고 무대에 서기까지 과정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녔죠. 뮤지션 위켄드는 어떻게 움직이는지, 공연과 음악이 위켄드에게 무엇인지 세심하게 지켜보더라고요. 샘은 <디 아이돌>을 그려 나가기 위해 핵심적인 것들이 뭔지 금방 감을 잡았죠.”
에이블은 이 작품이 처음 촬영된 버전을 본 후, 재촬영 문제를 상의하기 위해 벨에어(Bel-Air)에 있는 그의 집으로 샘을 초대했다. 그즈음의 기억에 대해 샘이 말한다. “이 시리즈를 접는다는 옵션은 우리에겐 아예 없었어요. 함께 꾸었던 꿈이고, 우리는 한번 내린 결정은 끝까지 해내는 성격이거든요. 모든 걸 다시 촬영하자니 훨씬 더 적은 예산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어서 고민을 좀 했죠. 그러다 불현듯 에이블의 집에 앉아 주변을 둘러봤는데, 1,200평 정도 되는 대저택이 제격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에이블에게 물었어요. ‘여기서 촬영하는 건 어때?’ 에이블이 술잔을 내려놓더니 말하더군요. ‘보험 되는 거지? 그럼, 오케이!'”
그로부터 몇 주도 안 되어 샘 감독 부부와 그들의 다섯 살 아들, 갓 태어난 둘째 아들, 반려견이 에이블의 집으로 아예 짐을 싸서 들어왔다. 제작진과 출연진도 점차 에이블의 대저택을 베이스캠프로 삼기 시작했다. 총괄 프로듀서인 애슐리 레빈슨이 당시를 회상한다. “제가 샘과 결혼할 때, 친정엄마가 ‘넌 평생 지루할 일은 없겠다’라고 하셨는데. 어느새 우리 가족이 세계 톱 아티스트의 저택에서 지내며 작품 촬영을 하고 있더라고요. 둘째 아기가 울어서 혹시나 촬영을 망칠까 봐 자장가를 불러준 기억이 나네요.” 에이블도 그때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제 침실이 점점 배우 대기실로, 욕실은 헤어 메이크업 공간으로 바뀌었어요. 지하실에는 음악 스튜디오를 마련해서, 사운드 트랙 작곡을 도와준 마이크 딘과 극의 방향성을 꾸준히 체크 할 수 있었죠.” 아이러니하게도, 집주인인 에이블은 촬영 기간 동안 집을 나와 다른 곳에 머물렀다! “테드로스 캐릭터를 유지한 채로 보내고 싶어서 제 반려견만 데리고 잠시 다른 집에 살았어요. 집에서는 항상 카메라가 돌아갔으니까. 픽션과 현실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보는 게 오히려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생각에 잠긴듯 고백했다. “작품 촬영이 다 끝나고 텅 빈 집에 앉아 있으니 공허하더군요. 가구들을 바꾸고, 상한 벽이 있으면 회벽칠도 해보곤 했죠. 그렇게 해도 조셀린의 영혼이 남아 있더라고요. ”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공연하고 몇 달이 지나 다시 만난 에이블은 사운드트랙 작업을 마무리하는 중이었다. 통 넓은 팬츠와 폴로셔츠에 모자를 쓴 캐주얼한 차림으로 음악 작업에 몰두하는 모습이 멋졌다. “매력적인 악역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지 않은 배우가 있을까요? 특히 저는 항상 ‘안티히어로’였어요. 데뷔 초에는 제 얼굴을 공개하지 않았죠. 유명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음악을 시작한 후 초반 2년 정도는 제가 어떻게 생겼는지 아무도 몰랐어요.” 마침내 그가 위켄드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얼굴을 드러냈을 때, 사람들은 그의 음악은 물론 헤어스타일에까지 열광했다. 프랭크 게리의 신성한 건축물을 연상시키는, 마치 정교한 공예품을 머리 꼭대기에 올려놓은 것처럼 불규칙하게 솟아오른 그 스타일말이다. “헤어스타일은 사실 제 삶을 피곤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어버렸어요. 얼굴 없는 아티스트였는데, 갑자기 헤어스타일 하나만으로도 특정되는 존재가 된 거죠. 컷트를 하겠다고 할 때 주변에서 다들 말렸지만, ‘위켄드’ 하면 헤어스타일부터 떠올리는 게 싫어서 잘랐어요.”
에이블 테스페이의 격렬함과 야망은 <디 아이돌>의 흐름을 끌고 가는 원동력이다. 그는 자기 음악 세계를 정의할 때면 영화를 거론하길 즐기는데, 특히 폭력적이거나 어두운 기류가 흐르는 영화에서 힘과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에이블은 캐나다 토론토에서 가장 치안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스카버러 지역, 에티오피아 출신 가정에서 자랐다. 어릴 적 그의 내면을 비로소 꿈틀거리게 만든 것은 바로 음악이었다. “어릴 때부터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어요. 그런데 부끄러움이 많은 편이어서 사람들 앞에 나서진 않았죠. 그러다 보니 제가 노래를 잘하는지 못하는지도 알 수 없었어요. 영화에 대한 애정은 고등학생 때부터 생기기 시작했어요. 저는 <마스크>와 <쥬라기 공원>을 보며 자란 세대입니다. 짐 캐리 그리고 공룡! 영화는 제가 더 좋은 곡을 쓰는 데 큰 도움을 주었지만, 스카버러 동네에서 탈출할 유일한 길은 음악밖에 없다고 판단했어요. ”
결국 그는 영화에서 찾은 요소들을 모아 위켄드라는 뮤지션의 자아를 만들었고, 그 자아가 어두운 세계에 발을 들여 사악한 범행에 휘말릴 수도,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를 생각해냈다. <디 아이돌>이 나타나기 전, 2021년 펩시 슈퍼볼 하프타임 쇼 때, 위켄드는 공연과 뮤직비디오를 통해 두렵고 치명적인 운명과 자아가 충돌하는 이미지를 보여준 바 있다. “제 아티스트 행보에서 비주얼은 중요한 요소예요. 지금 작업하고 있는 앨범이 위켄드라는 자아와의 아름다운 작별을 알리는 음악이 될 것 같은데, 그동안 위켄드로서 보여줄 것은 비주얼을 포함해 다 보여주었기 때문에 지금 제가 해야 할 일은 앨범 자체에 집중하는 일일 거예요.”
인터뷰 중, 에이블은 잠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던 소파이 스타디움 공연 날 밤을 다시 떠올렸다. “웬만해선 당황하지 않는 평정심. 그게 제 가장 큰 장점입니다. 주변 사람 모두가 허둥지둥할수록 저는 오히려 더 차분해져요. 그런데 목소리를 낼 수 없던 그날, 저는 당황했어요. 여유를 갖고 조용히, 최근에 일어난 많은 일들을 돌이켜봤습니다. 건강도, 제 집도 다 바쳤더라고요. 저는 제가 가진 능력 안에서 이 작품을 최고로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는 걸 깨달았죠. 작품이 공개된 후, 결과물이 실망스럽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래도 제가 가진 최고치의 힘을 다해 이 작품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바뀔 수는 없어요.” 잠시 정적이 흐른다. 그가 말을 이었다. “제가 봤을 때 <디 아이돌>은 훌륭한 작품입니다. 다만 모든 일에는 리스크가 따르죠. 진심으로 최선을 다했다면, 그건 ‘해피 엔딩’과 다름없어요.” 그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이젠 제 목소리도 되돌아왔잖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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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LYNN HIRSCHBE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