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점점 조숙한 90년대 생들의 것이 되고 있다. 톰 오델, 제이크 버그, 버디 같은 영국 뮤지션을 보면 분명 그렇다.
그 가운데서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은 에드 시런인데,
빨간 머리카락 색깔이나 테일러 스위프트와의 열애설 얘기만은 아니다.
2015년 그래미는 2집 <x(멀티플라이)>로 83개 나라에서 아이튠즈 차트 1위를 차지한
이 싱어송라이터를 위해 3개 부문 후보에 지명하고, 시상식에선 퍼렐 윌리엄스의 옆자리를 내어주었다.
3월 8일 첫 내한 공연을 갖는 그와 이메일로 미리 만났다.
투어 중인 에드 시런에게 보낸 질문은 한 달 즈음이 지나 이탈리아 밀라노로부터 서울로 도착했다.
W Korea 당신의 등장은 영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화제였다. 만 스무 살의 어린 나이에 내놓은 데뷔 앨범의 성공 이후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나? 에드 시런 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을 직업으로 할 수 있다는 게 꿈만 같다. 유명해지면서 주의해야 할 것들을 가까운 지인들이 말해준 적이 있다. “너의 진짜 친구들은 줄고 또 줄고 그 후에 또 줄게 될 거야. 그러나 너의 꿈에는 쉽게 그리고 빠르게 이르게 될 것이니 새로운 꿈을 계속 꾸어야 해.” 다 맞는 말인 것 같다.
뮤지션으로서의 삶에서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점은 무엇인가? 빅토리아 시크릿 쇼에서 모델들을 위해 노래할 수 있다는 점 외에 한 가지만 더 꼽는다면 뭘까? 투어를 다니는 게 가장 좋은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그것도 온 세계를 돌면서 하고 있다니 얼마나 멋진가!
당신의 음악은 포크와 팝, 힙합의 요소가 어우러져 있다. 어린 시절 즐겨 들었던, 그래서 당신의 음악적 토대를 구성한 뮤지션들은 누가 있나? 밴 모리슨, 비틀스, 데미언 라이스, 니즐로피(Nizlopi), 에미넴 등이다. 특히 밴 모리슨의 <아이리쉬 하트비트> 앨범은 잊을 수 없다. 어렸을 때 차에 타면 항상 매번 이 음반만 들었다. 차에 이 앨범 하나만 있었기 때문이다. 비틀스의 <러버 소울> 앨범, 밥 딜런의 ‘The Times They Are A-Changing’도 정말 많이 들었다. 아, 그리고 아버지가 데이비드 그레이의 노래 ‘White Ladder’를 나에게 소개해주셔서 반복해서 들었다. 그리고 내가 음악적 영감을 받고 기타를 치기 시작한 계기는, 우연히 데미언 라이스를 만나면서였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갖게 된 기타는 몇 살에 샀던 어떤 모델이었나? 10살이었고 Westside 사의 모델이었다. 중고 악기점에서 구매했다.
가수가 될 거라는 걸 언제 알았나? 살면서 지금까지, ‘이 순간부터 가수가 될 것이다!’, 또는 ‘앞으로 이 일이 나의 길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돈을 받지 못하면서 아주 작은 곳에서 공연을 많이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돈을 받기 시작했고, 이 공연들이 내 직업이 되었고, 날 먹여살리고 있더라.
곡은 주로 어떤 상황에서 쓰나? 음악적으로 가장 집중이 잘되는 시간과 장소가 있다면? 상황마다 달라서 미리 계획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아주 산발적으로 이루어진다. 공연장 백스테이지가 아주 좁았고 내가 혼자 갈 수 있을 만한 곳이 없어서 화장실에서 문을 잠그고 곡을 쓴 적도 있다.
곧 그래미 시상식이 있다. 당신을 포함한 2015년 ‘Album of the Year’ 후보 가운데 누가 상을 받을 거라 예상하나? 비욘세 혹은 샘스미스(시런의 예상과 달리, 실제 수상자는 벡이었다).
원 디렉션을 위해 작곡하거나 테일러 스위프트 앨범에 피처링도 했다. 퍼렐과 함께 작업도 했고. 가장 음악적으로 잘 맞는 동료 뮤지션은 누구인가? 퍼렐이 가장 흥미로운 인물이고, 나를 많이 도와주기도 했다. 내가 퍼렐의 굉장한 팬이라 그와 함께 작업한다는 것은 꽤나 멋진 일이었다. 이전에 그가 내 곡 중에 ‘The A-Team’에 대해 좋다며 트윗을 한 적이 있는데, 그 후 그래미에서 만나게 됐을 때 내가 거기에 대해 인사를 건넸다. “제 노래를 좋아한다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한테 굉장히 의미 있는 칭찬이거든요.” 퍼렐의 반응은“요우! 우리 같이 작업을 해야겠어!” 그렇게 해서 스튜디오에 같이 들어갔고, 앨범에 수록된 곡을 만들었다. 그 외에 꼭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분을 꼽으라면 스티비 원더다. 그보다 더 훌륭한 분은 없다.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나 <안녕, 헤이즐> 같은 영화의 OST에서 당신의 음악이 인기를 얻었다. 원하는 영화에 마음대로 곡을 넣을 수 있다면 어느 영화에 주고 싶나? 물론 <스타 워즈>다! J.J. 에이브 럼스가 찍고 있는 새 시리즈(<스타워즈 에피소드 7: 깨어난 포스>)는 올해에 가장 기대되는 영화다!
지난해 그래미에서는 엘튼 존과 같이 노래했고, 런던 올림픽 폐막식에서는 핑크 플로이드와 같이 무대에 섰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곧 다가오는 그래미에서 펼쳐질 공연이 기억에 가장 남을 것 같다. 갈 때마다 떨리고 너무 기대되는 곳이다.
3월 8일의 서울 공연에 올 관객들에게, 당신의 퍼포먼스에 대한 팁을 미리 준다면? “저는 최대로 재미있고 즐겁게 할 예정입니다. 꼭 와서 함께 즐겨요!”
2015년에 가장 기대되는 일은? 얼마 전, 영국 <탑 기어>에 출연하여 랩 타임 기록을 잰 적이 있다. 그것도 면허가 없이. 내 기록은 거기 나온 사람들 중 뒤에서 두 번째라고 하더라. 그래서 2015년에는 내가 운전 면허를 딸 수 있을지 없을지가 가장 기대된다, 하하 !
- 에디터
- 황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