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밴드 서바이벌 TOP 밴드>에 음악 코치로 참여한 뮤지션 정원영은 우승자가 결정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톡식만 주목했다”고 털어놓았다. 언더그라운드의 고수가 죄다 모인 무대였지만 단 두 명이서 4~5인분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이 밴드의 존재감은 유독 강렬했다. 군무 대신 기타와 드럼으로 관객을 흥분시키는 록 아이돌의 위대한 탄생.
<밴드 서바이벌 TOP 밴드>(이하 <탑밴드>) 우승 이후 인터뷰 요청이 많았을 걸로 짐작된다. 어떤 걸 가장 많이 물어보던가?
김슬옹 <탑밴드> 전과 후 가장 달라진 점은 어떤 건지, 상금은 어디에 쓸 건지, 그리고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지 같은 것들.
거기서부터 시작해보자. <탑밴드> 전과 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김정우 대외적으로 이름이 알려지다 보니 공연에 오는 분이 많아졌다. 내적으로 음악에 임하는 자세도 달라진 것 같고.
결성한 지 5개월밖에 안 되는 시점에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공중파 무대에 서기 전 좀 더 팀워크를 정비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나?
김정우 잘하려고 나갔다기보다는 2인조 밴드라는 특이한 콘셉트를 소개해보자는 생각이었다.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우리 위치는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다.
팀으로 뭉치기 전 서로 알고 지낸 시간은 6년 이상이라고 했다. 문득 함께 밴드를 해봐야겠다 생각한 계기가 있었나?
김정우 둘 다 비슷한 시기에 기존에 몸담고 있던 팀이 해체됐다. 그래서 “나랑 하자, 슬옹아” 했더니…
김슬옹 “네, 형” 이렇게 된 거다. 6년 동안 정우형을 지켜 봤는데 같이 음악을 해도 괜찮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말 다한 거지 뭐.
서로의 어떤 점이 그렇게 좋아 보이던가?
김슬옹 정우형의 음악성 자체를 무척 좋아했다. 그리고 한참 어릴 때였기 때문일 수도 있는데 기타를 잘 치면서 액팅까지 하는 게 굉장히 근사해 보였다.
김정우 슬옹은 어린 나이에 음악을 시작했기 때문에 기본기가 탄탄하다. 그리고 음악에 임하는 자세가 또래 같지 않고 성숙하다. 국내 유명 드러머들과도 함께 연주해봤지만 김슬옹의 드럼은 김슬옹의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게 있기 때문에 밴드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탑밴드>는 밴드와 밴드를 일대일로 대련시키는 토너먼트 형식을 취했다. 살벌한 무대였을 텐데 긴장하는 기색을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심사위원들 역시 톡식에 대해 비슷한 평가를 했고.
김슬옹 실제로는 굉장히 떨었다. 하지만 우리는 연습량이 엄청났다. 연습을 많이 하면 다음 구간이 생각나지 않더라도 저절로 몸이 움직인다. 그렇기 때문에 연주를 하며 자연스럽게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거다. 자신감이라고 하긴 어렵다. 연습이 자신감을 대신해줬다고 말하는 게 맞다.
그 엄청난 연습량은 어느 정도였나?
김슬옹 매일 8시간씩 합주를 한 뒤, 또 3시간씩 개인 연습을 했다.
김정우 쉰 건 추석과 설날이 전부였을 정도니까.
스물넷과 열아홉이다. 한참 뛰어놀 나이 아닌가?
김슬옹 그래도 난 몰래 놀 거 다 논다.
김정우 인정한다. 그렇게라도 해야 스트레스가 풀린다. 나처럼 원래 노는 걸 안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김슬옹 난 좋아한다. 춤추러도 다니고(웃음).
경연을 통해 여러 무대를 선보였다. 심사위원들이 준 점수가 본인들의 평가와 일치하지 않은 경우도 많았을 것 같다. 가장 만족스러웠던, 그리고 실망스러웠던 공연을 각각 꼽는다면?
김슬옹 늘 예상보다 심사위원 점수가 훨씬 높았다. ‘와, 이건 말도 안 돼’ 이렇게 생각할 정도로.
김정우 8강에서 ‘충격’을 불렀는데 첫 생방송이라 긴장을 많이 했다. 완전히 망했다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좋아서 어리둥절했다. 특히 송홍섭 선생님이 이런 사운드를 한국어 가사와 함께 듣는다는 게 너무 좋다고 말씀해주신 게 기억에 남는다.
그렇다면 가장 만족스러웠던 공연은?
김정우 브로큰 발렌타인과 붙었던 16강(샌드페블스의 ‘나 어떡해’를 커버했다). 만족스러웠지만 제일 하기 싫은 무대이기도
했다. 워낙 친한 팀과 경쟁을 해야 했기 때문에.
2인조 밴드라는 점 때문에 톡식을 이야기할 때면 화이트 스트라이프스에 대한 언급이 곧잘 따라붙는다. 실제로 결성 초기에는 이 밴드의 음악을 열심히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고. 그런데 화이트 스트라이프스가 2인조 사운드의 미니멀한 느낌을 노골적으로 밀어붙인다면 톡식은 두 명이 4~5인분을 해낸다는 전략인 것 같다.
김정우 화이트 스트라이프스는 사운드 메이킹 쪽으로만 벤치마킹했다. 궁극적으로 하고 싶고 매력을 느끼는 건 산울림의 멜로디라든지, 뮤즈의 악곡에 가깝다.
좋아하는 팀으로 산울림, 뮤즈, 시규어 로스 등을 꼽는다. 사운드도 풍성하고 멜로디가 감성적인 음악들이다.
김정우 뮤즈 음악을 뮤즈와 똑같은 편성으로 한다면 의미가 없을 것 같다. 나중에야 다양한 표현을 위해 세션도 쓸 수 있겠지만 현재로 선 두 명이 좋다. 힘들긴 하지만 지금껏 해보고 싶은데 못해본 건 없었다.
음악적인 내용을 떼어놓고 생각할 때 2인조 밴드여서 누릴 수 있는 장점이라면?
김슬옹 밥값이 적게 든다. 불편한 점도 있는 게 사실이다. 음악적인 의논을 할 때 견해가 둘로 갈리면 답을 내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다수결을 못하니까.
김정우 짐 들 사람이 적은 게 힘들다. 둘이서 악기는 4~5인분을 가지고 다니다 보니.
김정우의 아버지는 서울대 록 밴드 동아리인 샌드페블스 출신이라고 들었다. 모니터링에는 적극적이신가?
김정우 보신 뒤에 “좋다” 이 정도 말씀하시는 게 전부다. 사실 음악을 하게 된 데는 오히려 어머니 영향이 크다. 록 음악을 좋아하셔서 내가 3~4살일 무렵에도 청소하실 때마다 퀸을 크게 틀어놓곤 하셨다.
김슬옹 우리 가족은 음악에는 별 관심이 없다. 나는 교회에서 드럼 치는 걸 보고 너무 멋있어서 시작하게 된 경우다.
김슬옹은 인터뷰에서 조부모님 이야기를 자주 한다. 특별한 사이인 모양이다.
김슬옹 장난 아니다. 두 분 다 농아신데 천사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안 계셨으면 지금의 나도 없다.
TV 보신 뒤 별 말씀은 없으시던가? 머리 모양이 왜 그러냐, 화장은 왜 하고 다니냐 이런 핀잔 같은 건?
김슬옹 귀 뚫고 다니는 것도 오래 보셔서 이젠 적응을 하셨다(웃음). 우승한 뒤 할아버지 할머니가 그렇게 기뻐하시는 걸 처음 본 것 같다. 치아가 안 좋으시고 집에 손볼 곳도 많아서 상금을 거기에 쓰고 싶다. 두 분 다 괜찮다고만 하시지만.
김슬옹에게 유일한 밴드 멤버인 김정우는 ‘무엇’이라고 설명하겠나?
김슬옹 그냥 친형이다. 좋은 동료이기도 하고. 전혀 권위적이지 않아서 내가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지 않고 함께 작업한다는 느낌이다. 결과물에 놓고도 내 음악이라고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다.
그렇다면 김정우에게 아이라인은?
김정우 어, 내 감정을 연결해주는 매개체 같은 역할(웃음)? 무대에서는 눈빛으로 연기를 해야 하는데 내가 눈이 작다 보니 객석에서 얘가 뭘 하는 건지 잘 모른다. 아이라인을 그렸더니 훨씬 나은 것 같더라. 그래서 시작하게 됐다.
마지막 질문이 될 것 같다. 준비 중인 앨범은 <탑밴드>에서 보여준 음악과는 어떻게 다를까?
김정우 곧 녹음에 들어간다. <탑밴드> 음원들은 모두 급하게 작업해서 아무래도 아쉽다. 의도하는 바, 표현하고 싶은 것부터 차근차근 잡아가려고 한다.
김슬옹 지금까지 공개된 톡식의 음원은 전부 <탑밴드>의 타이틀을 달고 있다. 우리 이름을 걸고 선보이는 EP에는 훨씬 뚜렷한 색깔을 담을 수 있을 거다. 그런데 더 궁금한 내용은 없나? 다른 인터뷰에서는 여자친구 있느냐고 꼭 묻던데.
물어봤으면 하나? 그렇다면, 여자친구 있나?
김정우 둘 다 없다.
김슬옹 곧 생겨야 하지 않겠나. 나는 조만간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든다.
-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정준화
- 스탭
- 스타일리스트 / 하상희, 헤어 | 최준(준오헤어), 메이크업 강미영(준오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