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노래하는 밴드 새소년

권은경

2023 서울재즈페스티벌에서도 자유를 노래할 두 또래, 밴드 새소년과의 인터뷰

‘달을 썰어 이 밤을 먹어치우자. 내가 찾은 별로 가자.’ 기타와 베이스를 들고 청춘의 어지러운 봄을 지나온 밴드 새소년은 그렇게 자유를 노래했다. 봄은 지나갔지만, 두 사람은 지금도 무럭무럭 자라나는 중이다.

황소윤이 입은 트랙 재킷은 구찌, 박현진이 입은 티셔츠와 목걸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Soyoon Hwang

<W Korea> 솔로 황소윤의 영어 표기인 ‘So!YoON!’을 볼 때마다 마음속에서 귀여운 작동이 일어나는 거 알아요? ‘쏘! 윤!’ 하고 힘껏 따라 읽게 되니까요.
황소윤 가독성을 떨어뜨리려는 의도가 있긴 했어요. 단순한 이유인데, 어쨌든 새소년과는 다른 프로젝트이고, 황소윤이라는 이름을 쓰고 싶지 않았거든요.

새삼스럽지만 지금 황소윤은 밴드 음악과 그걸 해내는 사람의 멋과 맛을 일깨워주는 특별한 존재예요. 비주얼적으로 거침없는 시도도 많이 하죠.
비주얼에 관심이 많아서 시도한다기보다는 겁대가리 없는 느낌으로 하는 게 많아요(웃음). 처음 해보는 것들 앞에선 용기를 내기 어려울 수 있지만, 우려되는 요소를 하나씩 제거하면서 ‘난 뭘 해도 나대로 소화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하는 거죠. 새롭게 제시하고 보여주는 데 거부감은 없어요.

3월에는 솔로 정규앨범인 <Episode 1: Love>를 발표했어요. 솔로 프로젝트로는 2집인데, 1집 이후 시행착오를 좀 겪었나요?
시행착오가 없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뻔한 얘기지만 겪어봐야 알고, 해봐야 깨달을 수 있는부분이 참 많더라고요. 제 인생에서 두렵다는 이유로 뭔가를 시도하지 못하는 경우만 없으면 좋겠어요. 스스로 크리틱을 상세하게 하진 않는데, 이번엔 이렇게 했으니까 다음엔 이렇게 좀 해봐야지 하는 경로들이 생겨요.

밴드 새소년과 솔로 황소윤은 자신에게 어떤 방식으로 다른가요?
표면적으로나 내부적으로나 꽤 달라요. 우선 창작하는 과정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부분이 다르죠. 새소년은 좀 더 솔직하고, 좀 더 꾹꾹 눌러 담은 이야기를 위해 존재한다고 봐요. 저는 새소년을 둘러싼 모든 게 하나의 기록 과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새소년의 처음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레코딩 버튼이 눌려진 채 계속 기록되는 거죠. 기록 그 자체, 삶과 같은 무엇이 바로 새소년이에요. 반면 소윤 솔로는 과학 실험실 느낌에 가까워요. ‘이거 재밌겠는데?’ 싶은 게 있으면 해봐요. 감독처럼 시나리오, 연출, 촬영과 조명 여부를 혼자 생각해서 구성하고 만들어내는 영화랄까.

무대 위에서 황소윤이 보이는 몸짓과 표정, 그 모든 기운은 재밌고 인상적이에요. 아티스트 입장에서 겪는 무대란 어떤 감각과 느낌으로 채워지나요?
예전에 제가 공연하고 내려와서 운 적이 있어요. 진심으로 곡을 연주하지 못한 것만 같아 너무 속상해서요. 충분히 몰입하지 못한 날에는 무대한테 죄책감을 느껴요. 생각해보면, 무대에 오르는 본질적인 이유는 뭔가 무의식과 의식을 합체하기 위해서인 것 같아요. 일상에서는 다들 조금씩 긴장하고 살잖아요. 무대가 사실은 더 긴장되는 곳이지만, 그곳에서는 무의식과 의식의 경계를 최대한 지워버리려는 노력을 매번 해요. 몰입하기 위해 아직도 스스로와 싸우고요. 새소년 초기에는 앞이 거의 안 보이는 선글라스를 잘 썼어요. 요즘은 현진도 선글라스를 쓰면 더 재밌게 잘하는 것 같더라고요.

눈에 뵈는 게 없을 때 더 몰입의 효과를 노릴 수 있죠?(웃음)
저는 평소 쑥스러움 많이 타고, 타인과 교감하는데 서툰 사람이거든요. 그런 면을 차단해주는 하나의 장치가 선글라스인 거죠. 무대에 충실하면 그런 순간들이 제 자양분이 됐어요. 계속 살 수 있는 이유처럼. 음악 안에서, 그것도 내가 만든 음악안에서 정말 깊게 몰입하는 경험이죠. 나 혼자만 이 아니라 무대 위와 아래의 모든 사람과 서로 기운을 주고받으면서 일종의 소통을 하는 거예요. 그게 바로 무대의 전부라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는 어떤 경지는 무대에서 모든 걸 느끼고 온전히 깨닫는 상태에 이르는 거예요. 그 상황 안에서본인을 전부 쏟아낼 수 있어야 하고, 그러면서도 모든 것들에 예리하고 예민하게 반응할 줄 아는.

가장 예민하면서도 가장 여유 있는 상태. 거기까지 이르려면 결국 무수한 경험치라는 시간이 필요하겠죠?
모두들 너무 분주하게 살다 보니까 시간이라는 개념을 아예 배제하는 것 같아요. 성장하기 위해서수행할 것들, 성과, 사람과 사람의 관계···. 이 모든 이야기에 필요한 건 사실 충분한 시간이거든요. 좀 더 자기 페이스대로 사는 사람이 많이 생겨나면 좋겠어요. 저도 그런 분위기에서 좋은 영향을 받고 싶고. 새소년은 본의 아니게 좀 느린 것 같긴해요. 우리가 하는 건 소리를 다룬다기보다 마음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니까. 아무거나 지껄일 수 도, 뭔가를 허투루 할 수도 없어요. 신중함과는 다른 거예요. 우리에겐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고, 그걸 다시 해소하는 시간도 필요해요.

황소윤이 보는 밴드 멤버 박현진은 어떤 사람이죠?
현진이 저보다 한 살 많지만, 우리는 인생의 비슷한 시점을 통과하는 또래예요. 우리 둘 다 변화하고 성장하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고, 하루하루 다르다고 느껴요. 이런 인터뷰를 하는 게 참 좋지만 어쩌면 무의미할 수 있는 게, 한 달 뒤 우리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지도 몰라요. 현진은 근본적으로는 아주 진지한 사람이지 싶어요. 이 소리 들으면 팬들은 ‘엥?’ 할 거예요(웃음). 저도 처음엔 몰랐는데, 현진에게는 본질에 계속 다가가려는 걸음이 있어요. 어떤 상황에 직면했을 때 스펀지처럼 잘 흡수하려는 점이 참 좋은데, 그게 유연함일 거예요. 그 유연함 안에 자기 기둥이 있고요.

박현진은 황소윤을 쇼핑 같은 것과 거리 있는 소탈한 사람이라고 하는데, 황소윤이 아끼지 않고 지출하는 소비 분야는 뭐예요?
건강. 그리고 가끔 스태프들에게 필요한 지출이 있을 때는 안 아껴요. 요즘 들어서는 안경에도 돈아끼지 않습니다(웃음). 아,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과일과 책에는 돈 아끼지 말아라’ 하는 말씀을 자주 했어요. 과일은, 혼자 살면 잘 안 챙겨 먹게 되니까.

황소윤이 입은 점프슈트는 블러 제품.

박현진이 입은 티셔츠는 폰더럴 by 엠프티,

Hyunjin Park

<W Korea> 황소윤이 최근 솔로 활동을 하는 사이, 박현진은 어떤 시간을 보냈나요?
박현진 시간이 널널했습니다(웃음). 개인적인 고민을 좀 했죠. ‘내가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까!’ 팀원으로서 뭘 어떻게 해야 우리 팀에 도움이 될지 계속해서 생각해요. 고민 끝에 결론은, 새소년의 브이로그 형식인 ‘새참’을 제가 더 신경 써서 꾸려보자는 거예요. 아무래도 소윤이가 이 팀의 많은 부분을 책임지고 하는 일이 많잖아요. ‘새참’에 대해서 소윤이도 저를 믿겠다고 했어요.

모든 밴드에는 중심이 되는 프런트 멤버가 있죠. 새소년이 실제로 운용되고 굴러가는 과정을 베이시스트의 시각으로 들어보고 싶네요.
저는 새소년에 합류하기 전까지 밴드 문화나 신에 대해 잘 알지 못했어요. 영화에서처럼, 밴드란 모든 구성원이 모여서 머리 맞대고 ‘우리 이렇게 해 보자’ 하는 식으로 돌아가는 줄 알았죠. 몇 년 해보니 밴드에서는 제일 앞에 나서는 사람, 그러니까 세상에 가장 노출이 잦은 존재를 포함해 어느 정도의 구조와 역할이 정확하게 잡혀 있어야 오래갈 수 있다는 걸 느꼈어요. 마치 작은 회사처럼, 조직도나 질서가 갖춰진 형태로요. 중요한 건 애사심이 필요하다는 점이에요. 팀원이라면 새소년이라는 일종의 브랜드를 사랑하고, 그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거죠.

애사심! 이마를 탁 칠 비유입니다.
가끔 주변에 물어봐요. ‘마룬파이브 보컬 누군지 알지? 혹시 베이시스트가 누군지도 알아?’ 근데 저도 마룬파이브의 베이시스트가 누군지 몰랐거든요(웃음). 아주 뛰어난 베이시스트가 아닌 한, 세상은 그를 몰라요. 결국 나는 이 브랜드가 오래,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팀을 위해야 할 뿐이죠. 그래야 밴드도 나도 세상의 마음을 받을 수 있고요. 저는 마침 이런 포지션에 잘 맞아요. 어릴 적반장이 될 수 있어도, 반장 아니라 부반장을 하겠다고 한 사람이 바로 접니다(웃음). 그런데 소윤이는 그냥 반장이 아니라 전교회장 같은 기질이 있어요. 서포트하는 역할을 더 좋아하는 저에겐 베이스라는 악기도 참 잘 맞고요.

재작년에 나온 새소년의 싱글 ‘joke!’ 뮤직비디오 에 재밌는 댓글이 달려 있더군요. 그 뮤비에서 현진 씨가 사용한 ‘펜더 재즈 베이스 77’의 전 주인이 자기가 판 악기를 뮤비로 보니 반갑다면서 쓴 내용이었어요.

네. 그 외에 58년도, 61년도, 72년도, 76년도에 나온 베이스를 가지고 있어요. 제가 군대를 오케스트라가 있는 경찰악대로 갔는데, 클래식 연주자들이 일렉트로닉 기타나 베이스는 대체 왜 그렇게 비싸냐고 물어볼 때는 저도 대답을 제대로 못했어요. 알아보니 악기들에도 전쟁 이후 크게 발전한 산업에 따른 역사적 배경이 다 있더라고요. 베이스에도 금속뿐 아니라 현악기처럼 나무에서부터 시작되는 울림의 문제가 있고, 시대마다 나무나 하드웨어의 퀄리티가 다르기도 하고요. 연주자들에겐 곡에 따라 이건 무조건 어떤 악기로 연주해 야겠다는 감이 있어요.

어릴 적부터 CCM을 들으며 자랐다고요? 지금은 그 성스러움과는 다른 성격의 음악을 하고 있지만, CCM이 박현진의 음악적 근간에 자리 잡고 있으려나요?
내가 뭘 할 때 가장 행복한가, 평생 뭐 하면서 먹고 살지 생각해보면 ‘언젠가 찬양팀을 만들어 운영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요. 모태 신앙이지만 사실 그렇게 딥하게 종교적 마음이 있는 건 아니에요. 전도할 생각 같은 것도 없고요. 그런데 찬양팀 안에 서 베이스를 연주할 때, 종교 음악을 반주할 때는 아주 행복해요.

박현진이 보는 밴드 멤버 황소윤은 어떤 사람이죠?
평소 대화해보면 누나 같고 인생 선배처럼 보일 때도 있는데, 한편으로는 어리광도 부리고, 어린 아이 같은 면이 있어요. 그 모습은 사람들이 잘 모르니까 저만 즐기고 있습니다(웃음). 아주 단순하게 말하자면 작고 여린 아이예요. 사람들에게 비치는 모습에는 멋지고 강렬한 이미지가 있는 것 같지만요. 소윤과 최근 들어 많은 대화를 하면서 서로 좀 더 깊이 알게 됐어요. 비유하자면 서로 사랑하지만 사랑의 방식이 달라서 그게 사랑인 줄 모르다가, 비로소 이해하게 된 것 같달까. 우리 사이가 더욱 진해졌습니다. 소윤에게 최근 ‘너 잘하고 있어’라고 말해줬어요. 솔로 2집은 1집에 비해 확실히 뭔가 딱 갖춰진 느낌이 있고요. 앨범을 둘러싼 과정에 자기만의 프로세스가 보다 자리 잡은 것 같고, 소윤의 색채가 훨씬 강해졌어요.

단독 공연과 달리 서재페 같은 페스티벌에는 팬이 아닌 불특정 다수의 관객도 있겠죠. 무대에 관해 체득한 노하우나 태도가 있다면 뭔가요?
단독 공연에서는 소리 문제든 상황이든, 우리가 좀 더 몰입할 환경으로 맞추려고 하지만 페스티벌 무대를 할 때는 그러기가 어려워요. 모니터가 완벽하지 않은데도 바로 무대에 올라가야 할 때도 있고요. 제가 생각하는 최선의 공연은 그저 그 상 황에 집중하는 거예요. 멋진 척하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음악과 연주에 집중하기. 그럼 관객이 멋지게 볼 거예요. 안 멋져 보여도, 그게 제가 생각하는 최선의 방식이에요.

입체적인 소재의 롱 코트는 비건 타이거, 스와로브스키 장식의 롱 드레스는 셀프 포트레이트 제품.

점프슈트는 블러, 안경은 젠틀몬스터 제품.

허그 프린트 셔츠와 셔링 데님 팬츠는 폰더럴 by 엠프티 제품, 벨트와 부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B컷

장기하식 리듬에 빠져

뮤지션 이승윤의 서사

바밍타이거의 어쩌다 지구

에디터
권은경
포토그래퍼
강혜원
비주얼 크리에이터
이종현
헤어
김우준
메이크업
문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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