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L을 통해 진정한 ‘성인 유머돌’로 거듭난 브라운아이드 걸스의 나르샤와의 대담.
영화 <타짜>를 패러디한 콩트 ‘퍽짜’에서 겉옷을 벗으며 도박판을 교란시키는 정마담, <혹성탈출>을 패러디한 코너에서 유인원 신동엽을 흥분하게 만드는 백인 여성…. SNL이 개그 무림 고수들의 경합판이라면 나르샤가 장착한 무기는 단연 공격적인 가슴이다. 주로 몸에 꼭 붙는 의상을 입고 나와 섹시한 몸을 활용해 남자들을 약 올리고 골리는 팜므파탈을 맡는다. 연기도 곧잘 하거니와, 이런 캐릭터로 개그를 할 때 민망해지지 않기 위한 필수 조건인 뻔뻔함과 당당함에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너무 바로 오케이해서 CP님이 오히려 당황하시더라구요. 제안을 받자마자 거리낌없이 즉시 결정했어요. 연기를 제대로 배우려면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어디 있겠어요?” 이번 시즌부터 SNL 크루로 출연 중인 나르샤에게 합류의 계기나 과정을 묻자 전혀 고민할 것이 없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대부분 연극배우나 코미디언 출신으로 구성된 SNL 팀에서 가수 출신은 박재범과 나르샤 단둘이다. 교포 출신의 재범이 SNL의 미국식 유머나 성적 코드에 대해 비교적 익숙하다면, 걸그룹 출신인 나르샤야말로 색깔이 튀는 구성원이다. 장진 감독이 연출을 맡고 있을 때 브라운아이드 걸스가 호스트로 출연했던 걸 인연으로 제작진과 나르샤는 서로를 알아보고 끌어당겼다.
걸그룹 가운데 가장 언니 격인데다 워낙 과감하고 내숭 없어 ‘성인돌’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그는 SNL 이후 ‘성인유머돌’로 업그레이드되었다. 사실 나르샤를 선택한 건 유머, 특히 성적인 개그의 표현 강도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모니터링하는 SNL 제작진의 치밀한 리서치 결과이기도 했다. 섹스를 소재로 삼으면서도 20, 30대 여성 시청자들이 불편해하지 않으며 호감을 가질 수 있는 여성 출연자가 필요했고, 그 조사군에서 선호하는 인물로 나르샤가 꼽힌 것이다. “그동안 방송에서 내려놓고 열심히 했던 게 헛되진 않았구나, 싶더라구요(웃음). 섹시함을 가지고 웃기는데, 우선 내가 거 리낌이 있으면 안 된다고 봐요. 감추고 선을 두고 내숭을 떨면 재미없잖아요. 무대에서도 강하고 센 이미지다 보니까 내가 먼저 더 오픈하고 개그로 승화시키는 데 거부감이 없는 편이에요.” 브라운아이드 걸스 이후에는 포미닛, 시스타 등이 SNL 호스트로 뒤를 이었으니 프런티어로 새로운 길을 연 셈이다. “성형 같은 소재로 짓 궂게 아이디어를 써도 전혀 위축되지 않고 잘 소화해요. 우선 우리와 코드가 잘 맞고, 본인 안에서 재미있는 걸 새롭게 끄집어내고 있으니 작가 입장에서는 그보다 더 예쁠 수 없죠.” 작가이자 동료 크루로서 강유미는 나르샤에 대해 이렇게 평가한다.
무대에서의 노래와 퍼포먼스가 단거리라면, 생방 전 12 시간 이상 리허설을 하는 SNL의 스케줄은 장거리 달리기다. 야외에서 촬영하는 콩트의 경우 뮤직비디오보다 더 센 강도로 1박 2일 밤을 새운다. 금요일마다 긴장과 설렘이 섞여 잠을 거의 못 잔다는 나르샤는, 에너지 음료와 커피와 초콜릿만큼이나 많은 격려와 칭찬으로 토요일에 기운을 얻어온다. “방송을 이렇게 할 거라는 건 내 인생의 스케줄에는 없었어요. 평소에 웃긴 사람이라고는 생각 안 하는데, 어색한 걸 싫어해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편이긴 해요. 영화 연기에 대한 로망이 있 는데 아직은 너무 먼 목표일 뿐이고요. 우선은 하나씩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웃기는 이미지로 굳어지면 가수로서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과 염 려에도 귀를 기울이지만 우선 내가 재밌고 즐거운 일을 하나씩 오래 해나가고 싶다고 말하는 나르샤에게서 토요일 밤 그녀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섹시한 사람과 웃긴 사람의 공통분모가 있다면 그건 자신감과 당당함일 것이다. 나르샤는 그걸 가진 여자다.
- 에디터
- 황선우
- 포토그래퍼
- 엄삼철
- 메이크업
- 순수(도산 본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