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cm라고 쓰고 ‘십센치’라고 읽는다. 설명을 붙이자면 ‘요즘은 우리가 대세’ 정도 되겠다.
‘홍대 인디신의 무서운 신인’ 같은, 개천에서 용났다 식 플랭카드는 의미 없다. 중요한 점은 차트에 오르는 가요만 듣는 사람들도 요즘 그들의 이름을 안다는 거다. 지방 공연 티켓은 오픈하자마자 2분만에 매진되었다. 막 정규 1집을 내놓은 이 두 남자는 버스킹과 라이브 클럽에서 출발해 무서운 속도로 오버그라운드 음악 신까지 치고 올라온 참이다. 심지어 소속 회사도 없이. ‘환절기’ ‘감기약’ ‘보일러’ 같은 일상의 단어로 쓰여진 이들의 노래는 20대의 삶과 사랑을 공간감 있게 펼쳐놓는다. 구멍 난 스타킹과 충분하지 않은 가슴을 예찬하는 스스럼 없는 리비도는 특히 공연장에서 음악의 에너지와 함께 폭발한다. ‘오늘 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라며 벌레를 잡아달라, 머릿결을 만져달라 여자에게 칭얼대는 정서는 찌질하지만 귀여우며 궁상스럽기보다 당당하다. 기타(윤철종)와 보컬 &젬베(권정열)의 단출한 구성은 여백인 동시에 매력이다. 누군가는 이들에 대해 음악적 성취보다 캐릭터로 먼저 인정받았다고 이야기하지만, 과연 뮤지션에게서 그 두가지를 떼어놓고 평가하는 게 가능할까? 게다가 이런 캐릭터는, 꾸며낸다고 만들어지지도 않는다.
어제 한국 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오늘 밤은 어둠이 무서워요’로 최우수 팝 노래 부문을 수상했는데.
철종 내가 볼 때는 받을 만한 노래가 아니었다. 다른 부문에도 후보로 올랐는데, 한 가지 맘에 드는 건 ‘아메리카노’가 아니었다는 거다.
‘아메리카노’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10cm를 알려준 노래 아닌가?
정열 윤종신의 ‘팥빙수’ 같은 느낌이다. 히트곡이긴 하지만 우리의 정서를 대표하는 노래는 아니니까.
그럼 10cm의 정서의 대표곡은?
철종, 정열 킹스타! 더 심한 노래가 있으면 모르겠지만….
‘킹스타’ 가사가 상당히 노골적이다. ‘내 몸에 팬티스타킹 오감이 찌릿찌릿’… 심지어 오르가슴이라는 가사가 직접 등장하기도 하고. 수위에 대해 심의를 걱정하진 않았나?
철종 지향하는 주 고객층은 이삼십대 여성들이다. 미성년자는 배제하고 만든 거다.
정열 우리 자신이 이미 성인이니까 청소년의 감성 수위에 맞춰 노래할 수는 없다. 문학적 틀 안에서 매력 있는 얘기라고 생각해서 쓰면 거의 걸린다. 심의 기준에 맞추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킹스타’나 ‘오늘 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노랫말을 보면, 남자의 성적인 욕망을 얘기하는 데도 징그럽다기보다 귀엽다. 유머러스한 톤 때문에 여자들이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철종 희소성이 있는 것 같다. 성적인 부분을 얘기하는 가사들이 별로 없으니까.
정열 사실 여자들도 속으로 몰래 동질감을 느끼는 거 아닐까? 모두의 관심사인데 솔직하게 드러내니까.
- 에디터
- 황선우
- 포토그래퍼
- 안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