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칸영화제에서 먼저 만나는 한국 영화 기대작 4편
1. 송중기의 <화란>
칸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영화 <화란>은 일찍이 국내에서 캐스팅 소식만으로 무한한 관심의 대상이 됐다. 파죽지세의 인기를 누린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송중기가 선택한 차기작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그가 망설임 없이 출연료를 받지 않고 영화에 참여한다는 소식도 알려졌다. 대체 어떤 대단한 작품이길래?
<화란>의 줄거리는 이렇다. 숨 막히는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이 조직의 중간 보스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느와르 드라마다. 송중기가 위태로운 세계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남은 중간 보스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장착한 그를 마주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극의 또 다른 주축인 소년 역에는 신예 홍사빈이 낙점됐다. 주목할 만한 시선은 독창성과 창의적인 에너지가 들끓는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다. 이곳에 초청된 사실만으로 송중기의 안목은 충분히 증명됐다.
2. 송강호의 <거미집>
이 정도면 ‘칸의 남자’라는 수식어가 전혀 뻔뻔스럽지 않다. 올해도 송강호는 영화 <거미집>으로 5월 16일 개막하는 칸국제영화제의 레드 카펫을 밟는다. 2006년 영화 <괴물>로 시작해 통산 8번째 입성이다. 지난해에는 그야말로 송강호가 ‘칸의 남자’임을 공식화하는 멋진 순간도 있었다. 영화 <브로커>에서의 열연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칸영화제의 중심에 우뚝 선 것이다.
소문에 따르면 <거미집>은 1970년대의 영화 촬영장을 배경으로 선보이는 블랙 코미디다. 소화할 수 없는 역할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송강호는 영화 감독 역을 맡았다. ‘거미집’이라는 영화의 촬영을 끝냈지만 별안간 다시 찍어야 한다는 강박에 허우적대는 인물이라고 한다. 이번에도 어떤 차원을 넘어 그저 한없이 자연스러울 송강호의 연기를 외면할 방법은 없을 것 같다. 비록 <거미집>이 비경쟁 부문에 초청되어 우위를 겨뤄볼 일은 없지만 송강호의 이름만으로 그 기세는 쩌렁쩌렁하다.
3. 이선균, 주지훈의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칸영화제의 미드나잇 스크리닝은 국내 영화 팬들에게 정말이지 친숙하다고 해도 무방하다 액션, 스릴러, 느와르, 호러 등 장르 영화를 엄선해 자정에 상영하는 부문으로 한국 영화와 두터운 인연을 다져왔다. <부산행>, <악녀>,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공작>, <악인전>이 미드나잇 스크리닝의 부름을 받았고, 작년에는 이정재의 첫 연출작 <헌트>가 초청돼 월드 프리미어를 가졌다.
이제는 한국 영화가 미드나잇 스크리닝 라인업에 들지 않으면 섭섭할 정도인데, 올해도 빠지지 않았다. 이선균, 주지훈 주연의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가 초청됐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영화는 짙은 안개가 휘몰아친 붕괴 직전의 공항대교에 고립된 사람들의 고군분투 생존기를 그린 재난 블록버스터라고 한다. 뻔한 줄거리 같지만 시종일관 놀랄 만큼 신선하고 팽팽한 장면들로 칸의 밤을 시원하게 뚫어주길 바란다.
4. 이선균, 정유미의 <잠>
돌아보니 2019년 전 세계 영화계의 보이지 않는 경계를 가로지르며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기생충> 신드롬의 시작은 칸영화제였다. 최고상 격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은 그 기세를 타고 지구상의 영화 시상식들을 섭렵한 뒤 이듬해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으로 완벽한 마침표를 찍었다. 이때 ‘기생충 패밀리’의 일원이었던 이선균에게도 칸영화제는 더없이 글로리한 기억으로 또렷이 남아 있다.
이선균이 다시 칸영화제로 향한다. 하나도 아니고 무려 두 편의 작품으로 영광의 레드 카펫을 다시 밟는다. 앞서 소개한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외에 정유미와 함께한 <잠>이 비평가 주간에 초청됐다. 남편의 수면 중 이상 행동으로 끔찍한 공포에 휩싸인 신혼부부의 이야기로 이선균은 잠이 들면 다른 사람처럼 변해 기행을 저지르는 남편 역을 맡았다. 악몽 같은 상황에서 발버둥치는 부부를 소름 끼치게 연기했을 이선균과 정유미의 열연이 정신을 번쩍 차리게 만들고도 남을 것이다.
- 프리랜스 에디터
- 우영현
- 사진
- gettyimages,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