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슈가가 D-DAY를 맞이하기 위해 겪은 일들.
마침내 마침표를 찍었다. BTS(방탄소년단) 슈가의 솔로 앨범 ‘D-DAY’가 기대와 흥분 속에 공개됐다. 이번 결과물은 여러모로 마침표의 의미를 갖는다. 활동명 어거스트 디(August D)로 2016년, 2020년에 믹스테이프 ‘August D’와 ‘D-2’를 선보인 슈가는 이번 앨범으로 ‘어거스트 디 3부작’의 마침표를 찍었다. 동시에 슈가는 “과도한 정보, 불편한 노이즈, 떠다니는 말들로부터 해방되자’라는 메시지로 ‘D-DAY’를 정의했다. 이 역시 마침표적 의미다.
여기에 더해 슈가는 새 앨범에 이런 의미를 부여했다.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생각이 담긴 다큐멘터리”. 어거스트 디는 슈가의 멀티 페르소나로 BTS 슈가 이전의 민윤기와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어거스트 디의 인장이 새겨진 두 개의 믹스테이프와 새 앨범은 자화상 시리즈라 일컬을 만하다. 들여다보면 솔직하고 투명하지만 직설적인 가사가 요동치고, 지극히 내밀한 고민과 상처, 결기와 외침이 물씬하다. 그러니까 빛보다는 그림자에 관한 이야기에 더 가깝다. 이를 눈치 보지 않고 거리낌없이 뿜어내는 슈가의 기운과 배짱이 놀랍기도 하다.
슈가에게 어거스트 디 3부작의 피날레는 “30대는 덜 고민하고, 덜 괴로워하며 살았으면” 하는 그의 한 챕터가 마무리됐음을 뜻한다. 슈가와 어거스트 디의 역사는 마침표 이후에도 뉴 챕터를 열고 계속될 것이다. 그러기에 ‘D-DAY’를 맞이하기까지 그가 어떤 투쟁의 시절을 보냈고, 어떤 외로운 싸움을 거쳤는지 살펴볼 완벽한 순간이다. 내면 밑의 내면에서 쓴 일기처럼 솔직하고 과감한 어거스트 디의 가사들은 그 자체로 슈가를 가깝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기록이 되어줄 것이다.
치리사일사팔│”음악 한다고 깝친지 몇 년 지나지 않아 / 대구에서 음악 하면 잘 돼봤자 음악 학원 / 원장이나 하겠지란 생각이 날 빡때려 /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 뭐든 일등 한번 해 봐야지 / 공부론 못하던 일등 / 음악으론 할 것 같았어”
140503 새벽에│”세상과의 단절 집을 떠난 후엔 감정 / 소모하는 게 싫어진 19살 나의 관점 / 에서 봤을 때 연습생 생활은 거의 만점 / 덕분에 생긴 대인기피증 인간관계는 빵점 / 항상 준비 해놓지 두 개의 가면 / 방어적인 모습 뒤 본 모습을 숨겨 가며 / 철저히 나를 숨겨”
Agust D│“난 베끼는 걸 베끼는 놈을 잡아다가 / 후배든 선배든 제끼는 놈 / 놈팽이든 내가 wack이든 fack이든 역사를 바닥에 새기는 놈 / 또 재미도 없는 랩퍼들 사이에서 늘 남들보다 더 챙기는 몫 / 잘나가는 덕에 밥그릇 뺏길 / 형들의 시기 질투 덕에 생기는 소음”
마지막│”내 본질을 부정했던 게 수 차례 / 내 주소는 아이돌 부정은 안 해 / 수 차례 정신을 파고들던 고뇌 / 방황의 끝 정답은 없었네 / 팔아먹었다고 생각했던 자존심이 이젠 나의 자긍심 돼 / 내 fan들아 떳떳이 고개 들길 누가 나만큼 해”
give it to me│”성공한 이유가 뭐냐고 물어보면 딱히 답을 할 게 없어 / 그동안 적어도 너네보단 덜 자고 더 움직이며 컸어 / 아직은 성공의 비법은 몰라도 망하는 비법 잘 알 것 같어 / 딱 너처럼 놀고 나불대는 게 비법 죽어도 그렇겐 안 살 것 같어”
대취타│”대취타 대취타 자 울려라 대취타 / 빛이나 빛이나 내 왕관이 빛이나 / 잊지마 잊지마 지난 날을 잊지마 / We so fly we so fly 전세기로 we so fly / 종놈 출신에 왕된 놈 / 미쳐버린 범 광해 flow / 개천 출신에 용된 몸 / 그게 내가 곧 사는 법 / 미안 걱정은 말라고 / 나도 잃을 건 많다고 / 과건 뒤주에 가두고 / 내걸 챙겨 다 잡수쥬”
점점 어른이 되나봐 (feat. 니화)│”나이를 먹어가고 / 세상을 알아가네 / 그럼에도 세상을 모르는 게 더 약이었을까 / 불이 꺼진 방 안과는 / 전혀 다른 야경을 바라보며 / 낮게 읊즈린 말 / 점점 어른이 되나 봐 / 기억이 안 나 / 내가 바란 것들은 무엇이었나 / 나 이제는 겁나 / 내 꿈의 파편들은 어디로 갔나 / 숨은 쉬는데 / 심장은 고장이 난 것 같은데 / 그래 이젠 말야 꿈을 쥐는 게 / 버겁기만 한 어른이 되는 게 어른이 되는데”
사람│”물이 흘러가는 대로 흘러가 / 저기 끝은 뭐가 있을지도 / 특별한 삶 평범한 삶 그 나름대로 / 좋은 게 좋은 거지 뭐 / 좋은 게 좋은 거지 / 뜻대로만 되지 않지 / 불편은 다들 감수하지 / 극적인 상황들의 반복은 삶을 지치게도 해 / 사람들이 그런 거지 / 없으면 있고 싶기도 있으면 없고 싶기도 / 누가 사람이 지혜의 동물이라 했나 / 내가 보기에는 후회의 동물이 분명한데 / 사람들은 변하지 너도 변했듯이 / 세상살이 영원한 건 없어 / 다 지나가는 해프닝”
사람 Pt.2 (feat. 아이유)│”떠가는 사람 떠가는 사랑 / 사랑의 끝은 과연 무엇일까 / 수많은 사람 스쳐간 사랑 / 사랑은 사랑으로 완벽할까 / 그래 말야 이타적인 게 어쩌면 되려 이기적이네 / 널 위해 한다는 말은 곧 내 욕심이기에 / 욕심을 버리면 행복해질 건가 / 채우지 못한 반쪽짜리 허상 / 삶은 저항과 복종 사이의 싸움이라는데 / 내가 보기에는 외로움들과의 싸움이네 / 눈물이 터져 나오면 그대 울어도 돼 / 당신은 사랑받기에도 이미 충분한데”
D-Day│”D-Day’s coming 금지된 것들로부터 / 해방됨과 동시에 당신의 뉴 챕터를 열어 / 고여 있기엔 우리는 여전히 젊고도 어려 /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위한 최소의 노력 / 당신은 무엇인가? 한계 따윈 없는 거야 인마 /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먼 얘기 뭘 두려워해 인마 / 과거는 과거일 뿐 현재는 현재일 뿐 / 미래는 미래일 뿐 과한 의미 부연 힘들어 십중팔구 / 오늘부로 미로를 지나 새로운 시작을 시작 / 증오로 뒤덮인 세상에 다시 연꽃이 핀다 / 그래 D-Day’s coming 당당히 가슴을 펴길 / 증명은 당신 몫이니 부디 증명해 내길”
- 프리랜스 에디터
- 우영현
- 사진
- @agust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