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드라마 같은 만남이라면 무조건 보고야 만다.
시즌1보다 더한 히트를 치고 있는 드라마 <모범택시2>가 또 하나의 이야깃거리를 낳았다. 남궁민이 카메오로 출연해 반가웠고, <천원짜리 변호사>의 천지훈 캐릭터로 자연스럽게 등장해 놀라웠다. 이게 된다고? ‘투머치토커’ 천지훈이 과묵한 김도기(이제훈)에게 사건에 대한 조언을 길게 늘어놓는 장면은 두 히어로물의 세계관이 끼워 맞춰지는 흥미로운 순간이었다. 그러면서 마침 한 장면 안에서 꼭 보고 싶은 작품들이 떠올랐다. 어느 정도 납득이 갈 만한 설정이다. 이런 드라마 같은 만남, 시급합니다.
모범택시 X 더 글로리
이 기세라면 드라마 <모범택시2>의 목적지는 시즌3가 될 것 같다. 법의 사각지대에서 활개를 치는 빌런에게 참교육을 시전하는 김도기와 무지개 운수의 동료들은 브레이크 없는 흥행 질주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런 흥행 시리즈를 가만히 둘 리 없다. 벌써 시즌3의 판을 짜고 있다면 새로운 팀메이트로 <더 글로리>의 ‘나의 이모님’ 강현남(염혜란)을 쓱 추천한다.
<더 글로리>에서 가정부였던 강현남은 문동은(송혜교)이 인생을 걸고 치밀하고 치열하게 설계한 복수극에 충실한 조력자로 동참해 자신도 몰랐던 수사력과 정보력을 십분 발휘했다. 못된 악녀의 따귀를 통쾌하게 내갈기는 재치는 또 어떻고. 복수 경험 보유, 빌런 5명 응징. 이만한 스펙을 가진 강현남의 무지개 운수 합류는 억지스럽지 않아 보인다. 더구나 <모범택시> 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기에도 딱이다. ‘천원짜리 변호사’도 등장한 마당에 이상할 게 없다.
일타 스캔들 X 길복순
드라마 <일타 스캔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겠습니다’라는 결말과 함께 흥행 스캔들을 터뜨렸다. 반찬 가게 열혈 사장님 남행선(전도연)과 대한민국 1등 강사 최치열(정경호)은 과연 어떻게 알콩달콩 사랑스럽게 살아갈까? 이런 궁금증이 모이고 모여서 그들의 로맨스 2라운드가 제작된다면, 전도연이 싱글맘 킬러로 변신한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 세계관을 한 스푼 추가해 섞어보자. 이른바 전도연 멀티버스.
명문 사립 학교에서 사고를 친 길복순(전도연)의 딸 길재영(김시아)이 학교를 떠나는 장면으로 <길복순>은 끝이 났다. 그런 길재영이 <일타 스캔들> 후속작에서 알사탕 같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최치열의 수강생으로 특별 출연한다면? 명문 사립 학교 출신이라는 설정도 유지한 채. <길복순>의 만듦새는 차치하고, 남모를 성장통을 겪는 길재영을 예사롭지 않게 연기한 김시아의 모습을 다시 보고 싶어서다. ‘재영 엄마’ 길복순이 잠깐 등장해도 좋겠다. 상담을 하러 학원을 방문한 길복순이 선글라스 너머로 톡 쏘아붙이듯 물어보는 거다. “여기 죽여주는 수학 강사가 있다면서요? 누구예요?”
대행사 X 더 글로리
“내 한계를 왜 남들이 결정하지?” 드라마 <대행사>에서 고아인(이보영)은 대기업 광고 대행사의 대표 자리까지 올랐으나 끝내 독립 대행사를 차리는 모습이 그려졌다. 후회하지 않냐는 질문을 받은 고아인은 이렇게 멋지고 근사한 말로 드라마의 마침표를 찍었다. 독하고 냉철한 고아인은 넌덜머리 나는 직장 상사지만 감탄이 나올 정도로 똑똑하고 옳은 소리만 하는 멋진 멘토였다. “일이 힘들면 월급을 올려달라고 해야지. 왜 회사를 그만둔다는 소리를 해?” 이 대사를 들었을 땐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 고아인의 새로운 성공기를 <대행사2>로 만든다면 <더 글로리>의 하도영(정성일)이 등장해 그럴듯한 장면을 보여줄 수 있다. 업계 내 명성을 들은 하도영이 ‘재평건설’의 광고를 맡기기 위해 고아인을 찾아오는 에피소드로 말이다. 잔인할 정도로 냉철하고 똑 부러지는 고아인과 그런 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하도영의 조우. 둘 사이에서 벌어질 탐색전과 얼음송곳 같은 말발을 기대하는 건 에디터만은 아닐 것이다. 물론 핑크빛 기류는 금지다. <대행사>가 괜찮은 작품으로 남은 이유 중 하나는 주인공의 연애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게다가 하도영에겐 ‘우리 예솔이’가 세상의 전부다.
- 프리랜스 에디터
- 우영현
-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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