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말론과 나눈 향기로운 이야기

김가람

새로운 향의 세계를 찾아 꾸준히 탐험하는 향 모험가이자 조 러브스의 창립자, 조 말론 CBE(Jo Malone Commander of the British Empire)와 나눈 향기로운 이야기.

<W Korea> 이번에 새로 론칭한 조 러브스의 ‘에보니&카시스’ 를 소개해달라.

조 말론 CBE(Jo Malone CBE) ‘에보니&카시스’의 향을 시각적으로 표현하자면, 짙은 브라운색 가죽 재킷이라고 하고 싶다. 가죽 재킷처럼 야생적이지만 부드러운 멋을 갖춘 향으로, 중동 여행 중 얻은 영감을 토대로 만들었다. 숙성된 블랙베리와 카시스의 달콤함과 육두구, 몰약, 대추의 조화를 통해 대담한 모험 정신을 표현했다.


낯선 재료를 조합해 혁신적인 향을 창출하는, 당신만의 조향 비결이 있다면?

먼저 향수에 들어갈 네댓 가지의 노트 후보를 샘플로 제작한 후, 샘플을 계속해서 번갈아 맡아보면서 어떤 조합이 잘 어울릴지 탐색한다. 이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면 어떤 노트의 조합이 내가 원하는 분위기를 자아낼 수 있는 최선의 조합일지 알 수 있다. 조향을 하는 지역 또한 중요하다. 두바이처럼 온도가 높은 곳에서는 톱노트가 금방 날아가는 반면, 서울에서는 톱노트가 비교적 오래 지속된다. 어디서 뿌려도 향수 본연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완벽한 노트별 비율을 고려해야 좋은 조향이라고 할 수 있다.

조 러브스만 선보이는 독특한 ‘향기 타파스 바’ 시향 서비스가 인상적이다. 새로운 시향 방식을 시작한 이유가 궁금하다.

‘향기 타파스 바’는 고객이 원하는 향을 선택하면 칵테일 셰이커로 향기 거품을 낸 뒤 마티니 잔에 담아 향을 느끼게 하는 방식이다. 바텐더가 칵테일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면 굉장히 즐겁지 않나? 진지함보다는 즐겁고 유쾌한 요소가 가득한 칵테일 쇼처럼 향을 통해 행복한 감정을 전달하고 싶어 차용했다. 제조된 향기 거품을 브러시를 사용해 고객의 피부에 부드럽게 발라 향을 직접 느끼게 하는 친밀한 과정을 매개로 고객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

제품을 출시하는 데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사람들이 예상한 그대로 흘러가는 것은 조금도 흥미롭지 않다. 향수, 향초, 샤워젤은 각각의 용도가 다른 만큼 어울리는 향이 다르다. 한 가지 향으로 모든 아이템 라인업을 꾸릴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 예상을 깨고 향조에 변주를 주며 새로움을 제안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롭게 시도하는 향 장르도 있는데, 레스토랑과 협업해 조 러브스의 향을 맛보도록 할 예정이다. 향수 원료를 바탕으로 개발한 음식을 통해 향수를 상상하고 기대하도록 만들 계획이다.

아티스트로서, 그리고 기업가로서 바라보는 향수 시장의 미래가 궁금하다.

향은 단순히 향수병, 즉 용기에만 담기는 형태로 선보이는 데 그치지 않을 것이다. 작은 손톱에 칠해진 네일 폴리시부터 우리가 앉아 있는 이 소파까지, 모든 곳에서 향을 느낄 수 있지 않나! 핸드폰, 타일, 바닥재 등 다양한 요소에 향이 필요하기에 그에 따라 향을 즐기는 방식도 다채로워질 것으로 예상한다.

뷰티 에디터
김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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