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테가 베네타 WINTER 2023 컬렉션 리뷰

김민지

타고난 낭만주의자 마티유 블라지가 구현한 세 번째 보테가 베네타, ‘WINTER 2023 컬렉션’. 이탈리아 문화와 역사에 경의를 표하는 3부작 여정의 끝이자, 새로운 시작이다.

“거리의 신비한 힘은 ‘다름’에서 옵니다. 당신은 누구를 만날까요? 길모퉁이를 돌면 무엇이 있을까요? 누가 당신을 놀라게 할까요? 예상하지 못한 만남에서 오는 경이로운 순간은 아주 중요합니다.” 보테가 베네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티유 블라지(Matthieu Blazy)는 ‘이탈리아의 퍼레이드’라는 아이디어에 집중했다. 행진, 낯선 축제, 다양한 장소에서 모인 사람들은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르지만 같은 방향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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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계질서가 없는 곳, 누구나 환영받는 곳. 무엇이 사람들을 그곳으로 이끌었을까? 데뷔 시즌인 2022 겨울 컬렉션부터 2023 겨울 컬렉션에 이르기까지, 마침내 3부작에 걸친 이탈리아 문화에 대한 경의의 여정에 마침표를 찍은 마티유 블라지. 그의 디자인 철학이자 신념인 ‘크래프트 인 모션(Craft in Motion)’은 이탈리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경외이자 긍정의 민족주의였다. 고대 로마 시대 청동 조각상 ‘러너(Runner)’, 화가이자 조각가 ‘움베르토 보초니’의 1913년 조각 작품인 ‘공간 속에서의 연속적인 단일 형태들(Unique Forms of Continuity in Space)’, 이들은 행진의 일부로서 그 자리에 존재했다.

과거의 기법과 모티프, 창조물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공존했고, 모델의 역동성과 공간의 정적은 부조화 사이에서 하모니를 이뤘다. 속이 들여다보이는 시스루 슈미즈 드레스를 입고 마치 양말처럼 보이는 가죽끈으로 엮은 부츠를 신은 모델이 첫 번째로 걸어 나온다. 나파 가죽에 실사 프린트를 한 핀스트라이프 패턴 셔츠, 그레이 플란넬 파자마 룩, 그리고 수공 기법을 거쳐 마치 한 몸인 것처럼 움직이는 깃털과 물고기 비늘을 연상시키는 디테일을 이용한 룩, 그리고 하우스의 시그너처인 인트레치아토 위빙 기법을 적용한 새로운 룩과 가죽 제품이 시선을 붙든다.

 

한편 사르딘 핸드백 핸들은 무라노 글라스의 터치로 반투명 핸들 디자인을 적용해 유연함을 더했다. 산드로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의 1482년 작 ‘프리마베라(Primavera)’ 속의 클로리스와 그녀가 변신한 플로라에 영감을 받은 섬세한 실크 자수로 여성의 변신을 표현한 데에서는 감탄사가 나왔다. 쇼 초반의 실루엣은 일상적 의미에서 시작되나 점점 고대 신화에서 영감을 받은 요소들이 구체화되며 더욱 환상적으로 변화한다. 한 사람이 그림이나 문장의 일부를 만들면 그다음 사람이 이어서 나머지를 완성하는 방식의 연상 기법 중 하나인 ‘우아한 시체(Exquisite Corpse)’ 기법처럼, 여러 가지를 새롭게 조합하여, 무한하게 확장한 것이다.

이번 패션쇼는 거리의 퍼레이드가 그렇듯, 계급과 신분의 구분 없이 누구나 패션을 누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옷을 착용하는 것에 대한 감동적이고 사적인 즐거움, 옷을 통해 되고 싶은 그 누구든 될 수 있다는 긍정과 격려의 무드가 가득하다. 보테가 베네타 3부작 이야기에 대한 이 마침표는 곧 또 다른 시작을 열어갈 것이다. 마티유 블라지가 세 시즌째 공들여 구현해낸 캐릭터들의 대서사시는 계속될 터이고, 이제 그들은 변형과 변주라는 움직임으로 새롭게 나아갈 준비를 마쳤다.

Bottega Veneta 2023 F/W Collection

보테가 베네타의 탐험

패션 에디터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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