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시상식 주요 후보에 오르거나 재미와 의미로 인상을 남긴 작품들과 배우들이 여기 있다.
할리우드가 뜨거운 축제의 시간을 막 통과했다. 연초 전미 비평가 협회상과 골든 글로브 시상식을 거쳐 3 월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1년 중 두드러지게 존재한 영화와 배우를 호명하고 되새기는 시간. 여러 시상식 주요 후보에 오르거나 재미와 의미로 인상을 남긴 열한 개의 작품, 열 네 명의 배우가 여기 있다.
2022년에 공개된 대부분의 영화는 락다운이 지속된 팬데믹 기간에 기획 또는 촬영되었다. 영화계가 영영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은 제작자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두려움 속에 보낸 그 시간이 야심 찬 작품을 창작하게끔 했을 것이다. 불꽃놀이를 연상시킬 정도로 화려한 영상미를 선보인 <엘비스>, 섬을 배경으로 부유하지만 적대적 관계에 놓인 이들 간의 이야기를 다룬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 같은 작품이 그렇다. 원치 않게 촬영장과 카메라에서 거리를 둬야 했던 감독들의 시간은 자아 성찰적인 작품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그 긴 필모그래피 역사상 가장 개인적이면서 자신의 친부모 이야기를 다룬 <파벨만스>를 만들어 골든 글로브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했고, 미셸 윌리엄스는 개성 넘치는 스필버그의 어머니를 재현해냈다.
한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영광과 몰락을 다룬 <타르>의 케이트 블란쳇은 화려하면서 망상에 젖은 지휘자를 완벽히 묘사해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메노나이트 공동체에서 벌어진 성폭행 사건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위민 토킹>의 클레어 포이 역시 연기로 단연 눈에 띈 배우다. <블론드>에서 마릴린 먼로로 변신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아나 데 아르마스와 그 작품이 오마주한 수 많은 명장면도 잊을 수 없다. 2022년에 만난 다양한 장르의 극장 개봉작과 넷플릭스 작품은 올 1월 전미 비평가 협회상과 제80회 골든 글로브, 3월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등에서 골고루 후보에 오르며 영화계의 여전한 명연기를 돌아보게 했다. 지난 1년 동안 할리우드에서 관심 속에 그 이름이 오르내린 배우들을 소개한다. 세대도, 커리어의 성격도 다양한 이들의 연기와 작품은 예술이 시대의 두려움을 뚫고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상기시켜준다.
클레어 포이
<위민 토킹(Women Talking)>
<위민 토킹>은 핵심을 향해 직진하는 영화다. 한 무리의 여성이 본인들이 마주한 폭력 앞에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하려 부단히 애쓰는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메노나이트 공동체(교파 중 하나로, 신도들이 집성촌을 이루고 산다)가 배경인 이 영화에서 클레어 포이(Claire Foy)의 연기는 압권이다. 히트작인 <더 크라운>에서 어린 엘리자베스 2세를 연기하며 이미 두 번 에미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연기력이야 의심할 여지가 없는 클레어 포이지만, 이번 작품에서 그녀는 다시 한번 자신의 출중한 재능을 증명했다.
<위민 토킹>은 한 종교 공동체에서 다수의 강간 사건이 일어났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진중한 작품을 두고 생뚱맞은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영화 내내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복장이 민무늬 검정 드레스와 하얀 양말에 샌들만 착용한 상태 라는 점은 좀 놀랍다.
배우들도 처음엔 그 차림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다가 촬영 후반에 다다라서야 그게 우리 작품을 표현하는 중요한 방식이라는 걸 알아챘다. 메노나이트 복장은 못생긴 샌들과 양말, 드레스로 구성된다. 드레스 소재는 백퍼센트 폴리에스테르. 아무리 오래 입어도 주름이 생기지 않는다. 실제로 메노나이트 여성들이 그런 옷을 입었다. 지구가 멸망하고 나면 오직 바퀴벌레와 그 메노나이트 드레스만 남을 거다. 둘 다 파괴되지 않는 성질을 가졌다.
연극처럼 이야기가 흘러가는 시간순으로 촬영했나?
가능한 한 이야기순으로 찍으려는 분위기였다. 보통의 영화 현장에서는 서사대로 촬영이 흘러가지 않는다. 겪지 않은 일을 겪은 것처럼, 아직 느끼지 못한 감정을 느낀 것처럼 연기해야 하면 배우가 몰입하기도 어렵다. <위민 토킹>에서처럼 순차적으로 진행하면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연기에 임할 수있어서 큰 도움이 된다.
감독이 되어 직접 연출해볼 생각은 없나?
내가 과연 연출에 감각이 있을지 잘 모르겠다. 나는 연기에 굉장히 매료되는 사람이다. 내 연기가 아니라 남의 연기를 볼 때 그렇다는 말이다. 아마 내가 영화를 만든다면 러닝타임 내내 배우들의 클로즈업만 보여주다 끝나지 않을까.
미셸 윌리엄스
<파벨만스(The Fabelmans)>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지금껏 수많은 할리우드 명배우들에게 대통령, 해적, 스파이, 사냥꾼 같은 다양한 역할을 맡겼다. 그리고 본인의 어머니에게 영감을 받은 주인공 역을 두고서는 미셸 윌리엄스(Michelle Williams)를 찾았다. 그녀는 스필버그 감독의 자전적 성장 영화 <파벨만스>에서 멋진 여자 가장, ‘밋지’를 연기했다. 밋지 역을 통해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은 그녀는 커리어 사상 다섯 번째로 아카데미 후보에 올랐다.
<파벨만스>에서 당신이 연기한 인물은 사실상 스
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어머니 역이다.
감독님이 촬영 초반에는 그렇게 직접적으로 말해주지 않으셨다. 그래서 ‘제가 이해한 바로는 지금 저보고 감독님의 친애하는 어머니 역을 연기해달라는 건데, 맞아요?”라고 물었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작품을 촬영하면서 가장 좋았던 건 감독님 어머니의 웃음소리를 수년간 녹음한 파일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분이 웃으면 특유의 느낌이 사람들에게 전해진다. 매번 촬영에 들어가기 전, 그녀의 웃음소리를 듣고 그 느낌에 도취된 상태로 연기에 임했다.
그녀를 연기한 기억이 그리운가?
마지막 장면을 촬영하고 나서 펑펑 울었다. 지금까지 배우로서 여러 역할을 맡았는데, 그렇게까지 격하게 운 적은 처음인 것 같다. 내가 하도 우니까 스태프들이 와서 계속 괜찮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드디어 내가 해냈다’라고 느낀 순간이 있나?
솔직히 말하면 LA로 돌아오는 매 순간 그렇다고 느낀다. 나는 뉴욕에 살기 때문에 LA는 내게 타지다. 어릴 때는 이곳 LA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매일 차를 타고 오디션을 보러 하루에 세 곳까지 다닌 적도 있으니까. ‘불합격’이라는 말을 정말 셀 수 없이 들었고, 그럴 때마다 너무 외롭고 공허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나는 현재 LA에 ‘일’을 하러 다닌다. 내가 얼마나 운이 좋은지, 그리고 지금까지 얼마나 멀리 달려왔는지를 생각하면 울컥한다.
헤어|ANTHONY TURNER AT STREETERS
메이크업|ANGELA LEVIN FOR CHANEL AT TRACEY MATTINGLY
케이트 허드슨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Glass Onion: A Knives Out Mystery)>
2000년대의 케이트 허드슨(Kate Hudson)은 <10일 안에 남자친구에게 차이는 법>으로 대표되는 로맨틱 코미디물의 여왕이었지만, 때로 스릴러(<스켈레톤 키>)나 뮤지컬(<나인>) 등에 출연하며 다양한 장르를 경험했다. 한국 배우 전종서가 주연을 맡은 <모나리자와 블러드문>에서의 스트리퍼 연기는 이 배우의 새로운 서막을 알리는 전환점이다.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에서 그녀는 겸손과는 거리가 먼, 슈퍼모델로 변신한 디자이너로 출연한다. 케이트 허드슨은 감독의 집 앞까지 찾아갔을 정도로 이 역할을 강력히 원했다.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의 버디를 연기하는 게 즐거웠나?
정말이지 꿈같은 캐릭터다. 유쾌함과 광기로 가득한 인물. 정말 잘 쓰인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화려한 캐릭터를 연기할 기회는 흔치 않다. 내가 감독에게 가장 먼저 한 말은 ‘감독님, 저 이 여자 어떻게 다뤄야 할지 알 것 같아요’였다. 그녀를 연기할 때는 보디랭귀지가 중요했다. 일종의 댄스 루틴 같은 거였달까. 내 안의 댄스 본능이 당장 저 여자를 연기하라고 소리치는 것 같았다. 그녀의 움직임이 각본 속에서 살아나는 것 같았고, 나는 그걸 연기로 너무나도 표현해보고 싶었다.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설정이지만, 영화 속에서 그녀는 아주 멋진 인물이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에게 스포일러가 될까봐 말하기 조심스러운데, 그녀에겐 일종의 강박이 있다. 화려하게 꾸미지 않고는 절대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사랑받고 관심받기 위해 본인을 꾸미는 데 필사적인 사람이지. 음, 그런 거 말이다, 똑똑함과 다소 거리가 있다 보니 외모나 본인이 가진 장점으로 결핍을 가리려는 성향.
2000년 작 <올모스트 페이머스>의 사랑스러운 그루피, 페니 레인은 오늘의 당신을 만들어준 캐릭터다. 그 작품을 둘러싼 기억이 있나?
처음엔 페니가 아니라 페니의 자매 역할을 받았다. 원래 사라 폴리가 페니를, 그리고 밴드의 기타리스트인 러셀 역은 브래드 피트가 맡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캐스팅이 다 엎어졌고, 내가 페니 오디션을 보게 되었다.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엉엉 울었지. 그 역으로 아카데미 후보에도 올랐지만, 당시 남편과 죽고 못 살 정도로 사랑에 빠져서 아카데미고 뭐고 그냥 남편과 집에 틀어박혀 담배나 피우고 싶었다. 수상하진 못하고 시상식이 끝났을 때, 브래드 피트가 내게 다가오더니 ‘축하해. 이제 승승장구 하겠네’ 하더라. 20여 년이 지났지만 그때 브래드의 말이 아직도 가슴속에 남아 있다.
세스 로건
<파벨만스(The Fabelmans)>
감독 및 영화 제작자, 각본가, 코미디언 등 여러 타이틀을 가진 세스 로건(Seth Rogen)의 연기 커리어는 <프릭스 앤 긱스>의 냉소적인 캐릭터부터 <슈퍼배드>의 어리석은 역할까지 걸쳐 있으며, 그에겐 <40살까지 못해본 남자>나 <스티브 잡스>에서 보듯 특유의 진정성이 있다. 그와 전부터 공동 작가로 호흡을 맞추기도 한 스티븐 스필버그는 자전적 작품을 위해 작가가 아닌 ‘배우’ 세스 로건을 찾았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역사가 깊은 사이인가?
내 첫 작업이 바로 그가 1990년대에 제작한 <프릭스 앤 긱스>였다. 그래서 몇 년 동안 그를 만났다. 팬데믹이 한창일 때 스필버그에게 전화가 왔는데, 새 작품에서 그가 나에게 연기를 맡길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시나리오를 읽어볼 거냐고 묻길래 그럴 필요도 없이 그냥 하겠다고 했다.
당신이 연기한 ‘베니’라는 인물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삼촌 역할인데, 실제 그 인물에 대해 감독이
정보를 주던가?
스티븐이 말하길 자기 삼촌은 충만한 삶을 살았고, 그릇이 큰 사람인 데다 사교성이 뛰어났다고 하더라. 또 ‘재밌고, 사랑스럽고, 자유분방하고···’ 그런 설명이 다 나랑은 참 어울리지 않았지(웃음). 하지만 다행히 내가 할 수 있는 연기 특성들이었다. 아무래도 베니가 아주 섬세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스티븐에게 영화가 얼마나 정확하게 그의 삶을 반영하고 있는 건지 자주 질문했다. 그럴 때마다 스티븐은 늘 ‘맞아, 모두 실제로 있었던 일이야’라고 했다. 한마디로 <파벨만스>는 거의 100퍼센트 실재한 삶에 대한 이야기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파벨만스>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들었듯이, 당신은 비슷한 작업을 <슈퍼배드>로 했다.
스티븐은 자전적인 이야기가 혹시나 관객에게 충분한 흥미를 주지 못할까 싶어 걱정을 많이 했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스티븐, 나는 <슈퍼배드>를 만들 때 내가 맥주를 사는 모습만 담아도 충분히 흥미로운 영화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걱정 좀 그만해요.’ 그리고 정말 내 말이 맞았다.
자넬 모네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Glass Onion: A Knives Out Mystery)>
자넬 모네(Janelle Monáe)는 독보적이다. 여덟 번이나 그래미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그녀는 이제 음악과 영화계 양쪽에서 각광받는 아티스트다.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에서 모네는 쌍둥이 자매라는 1인 2역을 연기했는데, 공통된 목표를 가졌지만 각자의 개성이 분명한 두 여자를 훌륭하게 소화했다. 코미디, 드라마, 미스터리를 그토록 완벽하게 조화시킨 그녀는 이 작품 경험이 지금까지 도전한 모든 연기 중 가장 어려우면서도 가장 꿈꿔왔던 순간이라고 말한다.
뮤지션으로서 연기의 세계에 발을 들이는 건 어떤 기분인가?
나는 여전히 내가 진지한 배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냥 내 마음 가는 대로 즐길 뿐이다. 관객들이 영화에서 나를 볼 때, 자넬 모네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앨범들에도 제각각 콘셉트가 있다. ‘더티 컴퓨터’, ‘일렉트릭 레이디’, ‘아치안드로이드 (ArchAndroid)’ 식으로 한 캐릭터가 중심이 되도록 앨범을 구상한다. 어떤 세계를 창조하고 해당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내 천성인 것 같다.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에 합류하기까지 과정이 궁금하다.
예전부터 늘 리안 존슨 감독과 작업해보고 싶었다. 그의 작품 중 조셉 고든 래빗이 주연한 <루퍼>를 인상적으로 봤다. ‘와, 이건 진짜 SF 장르의 혁신이다, 이 감독 대단하다’라고 느꼈다. 그 후 감독님의 작품을 모두 찾아보다가 <나이브스 아웃> 1편에까지 이르렀다. 1편을 보면서도 생각했다. ‘이런 영화에서 캐스팅 제안이 들어온다면 무조건 예스다!’
성장 과정에서 반했던 셀럽이 있다면?
배우 니아 롱에 푹 빠져 보냈다. 너무 매력적인 여성이다. 그녀 때문에 속앓이를 하느라 힘들었다. 참, 늘 데이비드 보위에게도 끌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보위처럼 되고 싶었던 건지, 보위를 만나보고 싶었던 건지 잘 모르겠다. 투팍도 사랑한다! 그를 내 남자친구 삼을 거라고 나 혼자 맹세하고 그랬다.
제레미 포프
<디 인스펙션(The Inspection)>
엘레강스 브래톤 감독의 반자전적 영화에서, 제레미 포프(Jeremy Pope)는 감독의 삶 중 가장 중요한 시기의 인물을 연기한다. 해병대에 입대한 그는 젊은 흑인 남성이자 게이로서 사회적으로 차별받는 불리한 위치에 있음에도 어떻게든 대원들과 어울리는 데 성공하고, 그 공동체에서 예상치 못한 동료애와 지지를 느낀다. 포프는 뮤지컬 무대에서 뛰어난 퍼포먼스를 선보인 경력을 바탕으로 토니, 그래미, 에미상 후보에 오른 경력이 있다. 그리고 이번 작품을 통해 골든 글로브 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의미 있는 이력을 추가했다.
<디 인스펙션> 촬영 대부분을 훈련소에서 진행했는데. 군인 역할을 맡기 위해 특별한 훈련 과정을 거쳤나?
훈련소에서 내 방식대로 연기하고 싶었지만, 사실 팔굽혀펴기 같은 건 ‘연기’가 아니다. 말 그대로 운동하는 거다. 브로드웨이에서는 한 주에 공연을 여덟 번은 진행하기 때문에 뮤지컬이야말로 연기 훈련소 같다. 하지만 <디 인스펙션>의 경우 자세를 익히고 총을 다루는 등 평소엔 해보지 못한 것들을 해야 했다.
해병대, 군대가 배경인 작품이다 보니 엄숙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있지만, 당신의 캐릭터가 마침내 승리할 때 전달되는 마법 같은 느낌이 있다 .
그렇다, 이건 특별한 이야기다. 해병대에 들어간 성 소수자 흑인 남자가 공동체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주인공은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자신에게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가 자존감을 높이고 스스로를 더욱 사랑하면서부터, 난관을 이겨내고자 부단히 애쓰는 타인을 도와주는 모습도 볼 수 있을 거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어떤 점이 가장 흥미로웠나?
나는 흑인 퀴어인 주인공이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성향을 말하며 커밍아웃할 거라는 점을 알았다. 커밍아웃한 순간, 그걸 다시 주워 담지 못한다. 그건 그에게 큰 약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그 인물을 보호해주고 싶었다. ‘내가 이런 사람들의 방패막이 되어주고 싶다, 내 모든 걸 연기에 쏟아부음으로써 이 이야기가 단순히 영화에 그치는 게 아니라 세상 에 임팩트 있게 전달되도록 만들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브로드웨이에서부터 영화 연기하는 걸 꿈꿨나?
브로드웨이 진출은 내 꿈 중 하나였다. 나는 영화도 찍고 싶고, 노래를 만들고 뮤지컬도 해보고 싶었다. <라이언 킹>이나 <헤어스프레이> 같은 뮤지컬을 제외하면 단순한 앙상블에서 벗어나 흑인들이 극을 이끌고 주도하는 경우를 잘 못 본 것 같다. 그래서 더욱 그 자리를 찾아내고자 간절히 소망하고, 발전 하려고 노력했다.
헤어|ANTHONY TURNER AT STREETERS 메이크업|LUCIA PICA FOR BYREDO AT ART PARTNER 시니어 스타일 에디터|ALLIA ALLIATA DI MONTEREALE
시니어 패션 마켓 에디터|JENNA WOJCIECHOWSKI 네일|MICHELLE SAUNDERS 세트 디자인|GILLE MILLS AT 11TH HOUSE 프로덕션|CONNECT THE DOTS
책임 프로듀서|WES OLSON 프로듀서|ZACK HIGGINBOTTOM 프로덕션 매니저|NICOLE MORRA 포토 어시스턴트|CECILIA BYRNE, JACK BUSTER, DAVID GURZHIEV
리터칭|SIMON THISTLE 패션 어시스턴트|JULIA MCCLATCHY, TORI LÓPEZ, JACQUELINE CHEN, INDIA REED, NYCOLE SARIOL, DEREK EZRA BROWN, KARLA GARCIA, ROSA SCHORR
제레미 스트롱
<아마겟돈 타임(Armageddon Time)>
제레미 스트롱(Jeremy Strong)에 대해 말할 때 HBO 드라마 <석세션>을 빼놓는 일은 영영 없을 것이다. 거대 미디어 기업을 이끄는 집안의 상속을 둘러싼 블랙 코미디물에서 그는 창업주의 차남 역할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제임스 그레이 감독의 신작인 <아마겟돈 타임> 속 그는 아주 다른 인물이다. 감독의 반자전적 이야기인 이 작품에서 스트롱은 1980년대 이민자 가정의 가장으로, 앤 해서웨이와 함께 아메리칸드림을 추구하는 부부를 연기한다.
<아마겟돈 타임>은 2022년 칸영화제에서 꽤 호평받았다.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처음 접한 후 든 생각은 뭔가?
이야기가 엄청난 파도처럼 몰아쳤다. 내가 맡게 될, 엔지니어 학위가 있는 유대인 캐릭터를 보면서 우리 할아버지가 떠올랐다. 배관공으로 일하셨고 성질이 뜨거운 분이셨지. 보일러 수리공으로 등장하는 그 한 남성 안에 어리석음, 부드러움, 분노, 잔인함이 모두 뒤섞여 있다.
당신이 연기한 인물은 사실상 작품을 쓰고 만든 감독의 아버지를 묘사한 캐릭터다. 실존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 점이 어렵진 않았나?
나는 <아마겟돈 타임>이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인지 알지도 못했다. 다만 감독이 그 자신과 일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데 관심이 있다고 말한 인터뷰를 읽었다. 그는 갤러리에서 뭘 본 적이 있는데, 역사와 신화란 한 개인의 미세한 틈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감독은 아마 어릴 적 경험에서 진짜 자기 것이라고 할 만한 것, 또 스토리텔링의 가치가 있는 걸 길어내자고 마음먹은 게 아닐까. 영화를 제안 받은 순간, 나는 오직 감독만이 아는 한 인물에 대한 전문가가 되어야 했다. 배우라는 직업은 형사가 되는 것과 비슷하다. 캐릭터의 세계를 열 만한 열쇠를 찾아야 하지. 1980년대 뉴욕 퀸즈에 사는 이민자 가정의 가장을 상상하며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려고 노력했다. 그 목소리야말로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 목소리를 특정하는 작업은 어떤 식이었나?
감독은 나와 앤 해서웨이에게 직접적으로 많은 정보를 주지 않으려 했지만, 나는 감독의 아내와 딸을 대리 조사원처럼 활용했다. 그들에게 디지털 녹음기를 쥐여주고는 감독의 아버지가 직접 말을 하는 몇 시간 분량의 이야기를 얻었다. 일명 프루스트의 질문지에 해당하는 물음에 답하는 내용이었다. 사실 제임스 감독을 처음 만났을 때, 내가 프루스트의 질문지를 두고 그의 아버지 시각으로 답 좀 해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다. 그때 감독의 답과 이후 감독의 아버지가 한 답이 기이할 정도로 똑같다. 내가 연기할 인물에 대한 어떤 전체적인 이미지와 원초적인 감각을 비로소 얻을 수 있었다.
프로덕션 어시스턴트|KHARI COUSINS, TCHAD COUSINS, KELSEY SWOPE ROMERO, MATEO CALVO, JUAN CALVO, RAYON POLLARD, GINA YORK, PETER DITZLER, NICO ROBLEDO
헤어 어시스턴트|JOHN ALLAN, DYLAN MICHAEL, RAMDASHA BIKCEEM, MALIKA PALMER 메이크업 어시스턴트|KATE O’REILLY, LILLY POLLAN, BAILEE WOLFSON
네일 어시스턴트|PILAR LAFARGUE AND VICTORIA VALENZUELA, JOLENE BRODEUR 세트 어시스턴트|CORY BAILEY, DIRK KNIBBE, JOEL GARCIA, MATT DAY
테일러|IRINA TSHARTARYAN, RIPSIME VARTANYAN AT SUSIE’S CUSTOM DESIGNS, INC.
- 에디터
- Lynn Hirschberg
- 포토그래퍼
- Jamie Hawkesworth
- 스타일리스트
- Sara Moonv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