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뜨거운 축제 그리고 핫한 배우들 PAR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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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시상식 주요 후보에 오르거나 재미와 의미로 인상을 남긴 작품들과 배우들이 여기 있다.

할리우드가 뜨거운 축제의 시간을 막 통과했다. 연초 전미 비평가 협회상과 골든 글로브 시상식을 거쳐 3 월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1년 중 두드러지게 존재한 영화와 배우를 호명하고 되새기는 시간. 여러 시상식 주요 후보에 오르거나 재미와 의미로 인상을 남긴 열한 개의 작품, 열 네 명의 배우가 여기 있다.

2022년에 공개된 대부분의 영화는 락다운이 지속된 팬데믹 기간에 기획 또는 촬영되었다. 영화계가 영영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은 제작자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두려움 속에 보낸 그 시간이 야심 찬 작품을 창작하게끔 했을 것이다. 불꽃놀이를 연상시킬 정도로 화려한 영상미를 선보인 <엘비스>, 섬을 배경으로 부유하지만 적대적 관계에 놓인 이들 간의 이야기를 다룬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 같은 작품이 그렇다. 원치 않게 촬영장과 카메라에서 거리를 둬야 했던 감독들의 시간은 자아 성찰적인 작품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그 긴 필모그래피 역사상 가장 개인적이면서 자신의 친부모 이야기를 다룬 <파벨만스>를 만들어 골든 글로브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했고, 미셸 윌리엄스는 개성 넘치는 스필버그의 어머니를 재현해냈다.

한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영광과 몰락을 다룬 <타르>의 케이트 블란쳇은 화려하면서 망상에 젖은 지휘자를 완벽히 묘사해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메노나이트 공동체에서 벌어진 성폭행 사건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위민 토킹>의 클레어 포이 역시 연기로 단연 눈에 띈 배우다. <블론드>에서 마릴린 먼로로 변신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아나 데 아르마스와 그 작품이 오마주한 수 많은 명장면도 잊을 수 없다. 2022년에 만난 다양한 장르의 극장 개봉작과 넷플릭스 작품은 올 1월 전미 비평가 협회상과 제80회 골든 글로브, 3월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등에서 골고루 후보에 오르며 영화계의 여전한 명연기를 돌아보게 했다. 지난 1년 동안 할리우드에서 관심 속에 그 이름이 오르내린 배우들을 소개한다. 세대도, 커리어의 성격도 다양한 이들의 연기와 작품은 예술이 시대의 두려움을 뚫고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상기시켜준다.

베이지 코트는 Burberry, 블랙 팬츠는 Hermès, 가죽 벨트는 R. Turbow Leather, 안에 입은 셔츠는 대니얼 크레이그 소장품.

대니얼 크레이그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 (Glass Onion: A Knives Out Mystery)>
원작과 동등하거나 원작을 뛰어넘는 속편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그런 의미에서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은 영화 애호가들이 인정하는 몇 안 되는 ‘원작보다 뛰어난 속편’ 중 하나다. 2019년에 히트한 추리물 <나이브스 아웃>의 후속작인 이번 편은 다시 한번 살인 용의자 무리의 중심에 놓인 브누아 블랑 역을 맡은 대니얼 크레이그(Daniel Craig)의 화려한 연기 덕에 전편보다 더욱 큰 스케일과 재미를 자랑한다. 자넬 모네, 케이트 허드슨, 에드워드 노튼 등 화려한 라인업의 스타들이 치밀하게 서로를 속이는 동안, 명탐정 에르퀼 푸아로를 연상시키는 크레이그는 몇몇 반전과 함께 인상 깊은 대사를 던지며 여러 배우를 조화롭게 아우른다.

<나이브스 아웃>의 속편이 제작될 것이고, 당신이 맡은 브누아 블랑이라는 캐릭터가 컴백할 거라는 사실을 얼마나 일찍 알았나?
1편이 개봉하고 성공하기 전까지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이 멋진 캐릭터와 함께 속편으로 돌아오는 상상을 할 수는 있지만, 작품이 어떻게 될지는 나와보기 전에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그래서 더욱 겸 손하려고 노력했다. 리뷰도 전혀 찾아보지 않아서 한동안은 <나이브스 아웃>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 는 것조차도 몰랐다.

영화 속에서 선보이는 패션이 꽤 화려하다. 줄무늬 쇼츠 슈트를 포함해 과감한 착장을 선보이기도 하고. 추구하는 스타일이 있었나?
그렇다. 고전물인 <나는 결백하다>의 캐리 그란트와 <윌로씨의 휴가>의 자크 타티, 그리고 늘 멋지게 차려입는 내 에이전트인 브라이언 로드의 스타일이 조합된 착장을 소화해보고 싶었다. 무엇보다 어떤 옷을 입든 영화의 분위기에 어울리게끔 하는 일이 중요했다. 예전에 가이 해밀턴 감독이 숀 코너리에게 <007: 골드핑거> 촬영을 위해 그가 영화 속에서 착용하는 회색 슈트를 입은 채로 잠을 자라고 했다는 일화가 있다. 감독은 숀 코너리가 제임스 본드처럼 옷을 입고 생활함으로써 생기는 자연스러운 멋이 영화 속에서 드러나길 원했던 거지.

당신도 영화 속에서 블랑이 목에 두르는 스카프를 착용하고 잠을 잤나?
그렇다(웃음). 실제로 워낙 스카프를 즐기기도 하고. 여기서 핵심은 옷에 내가 잡아먹히는 게 아니라, 내가 옷을 입고 소화해내야 한다는 거다.

블랑 특유의 남부 억양은 어떻게 연습했나?
일단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를 따라 하려고 했다. 그가 말할 때 보면 약간 댄디한 억양이 있거든. 그러고 나서 그 위에 위압감 있는 목소리를 가진 역사가 셸비 푸트의 억양을 결합시켰다. 잘 들어보면 블랑은 내가 언급한 두 남성의 어조를 모두 가지고 있는데, 화려하면서도 꽤 현실적이다.

드레스는 Loewe 제품.

케이트 블란쳇

<타르(Tár)>
영화 <타르>에서 ‘TV계의 에미상, 음악계의 그래미상, 영화계의 오스카상, 연극계의 토니상을 모두 수상한 최초의 베를린 필하모닉 지휘자’로 등장하는 리디아 타르는 가상의 인물이다. 하지만 케이트 블란쳇(Cate Blanchett)의 현실감 넘치는 캐릭터 묘사는 그 인물이 실존하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무자비하며 이기적인 성격 탓에 결국 파멸로 향하는 인물을 연기하고자 그녀는 타르의 복잡한 인간성과 뉘앙스에 대해 깊이 연구했다. 캐릭터에 너무 이입한 나머지 아직까지 타르가 아닌 자신의 삶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고

<타르>의 리디아 타르는 굉장히 명석하지만, 인간의 감정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무심하다.
그녀는 청각 과민증을 앓는 인물이다. 소리에 대해 대단히 섬세하고 민감한 건데, 그 증상이 사람을 깊은 분노로 몰아넣기도 한다. 일상 속 에어컨 소리조차 견디기 어려울 수 있는 거다. 사실 많은 지휘자들이 절대 음감의 소유자다. 존경하는 지휘자인 시몬 영과 얘기 나눈 적이 있는데, 절대 음감을 가지고 있으면 남들이 듣지 못하는 개 휘파람 소리까지듣게 돼서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하더라.

토드 필드 감독은 처음부터 당신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썼다. 심지어 당신이 배역을 맡지 않으면 영화 제작을 아예 안 할 생각이었다는데.
감독님이 팬데믹 초기에 집필한 시나리오를 몰두해서 읽었다. 그가 원래 재즈 뮤지션이어선지 이야기에서도 음악적 특성이 드러난다. 단순히 클래식 음악 세계를 배경으로 설정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건축가, 화가, 혹은 작가에 대한 이야기였다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작품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든 제도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는 힘 있는 사람들이 겪게 되는 인간관계에 대한 어려움, 자아에 대한 고뇌 등을 담고 있다고 느꼈다.

타르라는 인물이 그랬듯이, 위대해지기 위해서는 꼭 탐닉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창의적인 직업군의 사람은 스스로에게 잔인해야 한다. 철저히 훈련받아야 하고. 그런데 만약 지휘자처럼 악기가 아닌 ‘사람’을 다뤄야 하는 경우라면 악기를 다룰 때와 똑같은 엄격함과 잔인함을 유지할 수 있을까? 쉽게 말할 수 없는, 복잡하고 미묘한 부분이다.

헤어|ROBERT VETICA FOR ORIBE AT THE WALL GROUP
메이크업|MARY GREENWELL FOR ARMANI BEAUTY AT PREMIER HAIR AND MAKEUP LONDON

톱은 Hermès, 반지는 Messika Paris 제품.

테일러 러셀

<본즈 앤 올(Bones and All)>
테일러 러셀(Taylor Russell)은 2019년 개봉한 감동적인 영화 <웨이브스>에서 처음 관객을 사로잡았지만, 더 넓은 팬층을 가져다준 작품은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본즈 앤 올>이다. 티모시 샬라메와 함께 식인 식성을 가진 10대를 연기했다. 지금은 할리우드의 라이징 스타로 당당히 등극해, 여러 시상식의 후보에 오르는 배우가 되었다.

<본즈 앤 올> 주연을 맡기까지 어떤 스토리가 있을까?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페이스타임으로 전화를 걸었다. 내가 읽어보면 좋겠다는 시나리오 얘길 하면서. 통화 후 곧장 보내주셨다. 내가 지금까지 읽어 본 것 중 가장 서늘하고 기이하고 거친 대본이었는데, 작품을 함께하자고 했다.

역할을 제안받았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
루카 구아다니노는 늘 이탈리아에서 영화 촬영을 한 거로 알고 있어서 처음엔 당황했다. 하지만 198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해변 도시가 아닌 내륙 지역에서 촬영하고, 로맨스 장르인데 카니발리즘이라는 소재까지 섞여 있다? ‘와, 이 작품
의 일부로만 참여할 수 있어도 진짜 대박이겠다’ 싶었다. 근데 내가 짐작한 정도보다 훨씬 중요한 역할을 맡았으니 정말 감동이 밀려왔다.

동경하는 스타가 있었나?
제이디 스미스. 몇 년 전 한 패션쇼에서 작가님을 만난 적 있다. 그때 한창 <하얀 이빨(White Teeth)>을 포함해서 그녀의 소설을 읽은 참이었다. 처음 딱 마주쳤을 때, 인사하려고 하다가 그분과 같은 공간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엄청 감격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잠깐 대화를 나눴다. 그녀는 정말 좋은 사람 같다.

남들이 모르는 본인만의 능력이 있다면?
운전을 잘한다. 위험한 건 알지만 빨리 달리는 걸 좋아하고. 나 평행 주차도 잘할 수 있다. 사람들이 나한테 운전 좀 하라고 시켜주면 좋겠다. 여러분, 저를 드라이버로 고용해주세요. 제가 LA 곳곳에다 가 여러분 차를 완벽하게 평행 주차 해드릴게요.

헤어|JOEY GEORGE AT MA+GROUP
메이크업|KALI KENNEDY FOR PAT MCGRATH LABS AT FORWARD ARTISTS

재킷, 팬츠, 부츠는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목걸이와 반지는 Cartier 제품.

오스틴 버틀러

<엘비스(Elvis)>
10대 때부터 어린이나 하이틴 대상 프로그램에 꾸준히 출연한 오스틴 버틀러(Austin Butler)는 2018년 브로드웨이 뮤지컬 <아이스맨 코메스>에서 공연하며 눈에 띄기 시작했다. 당시 <뉴요커>에 작품 리뷰를 쓴 비평가는 이런 표현을 남겼다. ‘많은 연기자가 있지만… 배우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스틴 버틀러 딱 한 명뿐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버틀러는 쿠엔틴 타란티노와 짐 자무시 영화에도 출연했지만, 골든 글로브 주연상을 수상하고 아카데미 후보에까지 오르게 한 바즈 루어만 감독의 <엘비스>야말로 그에겐 최고의 작품일 것이다.

엘비스 프레슬리를 연기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평소에도 있었나?
음.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친구가 나더러 ‘네가 엘비스를 연기해야 한다’라는 말을 두 번이나 하더라. 몇 주 후에 그 친구가 또 ‘장난으로 하는 말 아니야. 너 빨리 엘비스 연기를 할 수 있는 방법 찾아봐’ 했다. 이후 바즈 루어만 감독이 엘비스 프레슬리에 관한 영화를 만들 거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캐스팅된 것도 아닌데 ‘이건 내 역할이다!’ 싶었다. 곧장 엘비스의 삶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몸 동작, 연기, 사투리, 노래를 위한 코치를 각각 고용했다. 마침내 감독님에게 오디션 테이프를 보내야 하는 시간이 왔다. 그런데 녹화한 걸 내가 봐도 그저 엘비스의 겉모습만 흉내 내는 사람이 거기 있었다. 그 테이프를 보낼 수가 없었다. 그러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스물세 살 때 그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확히 내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내 나이와 같았다. 나는 아직도 우리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시는 악몽을 종종 꾼다. 어느 날 또 그런 꿈을 꾸다 깨서 감정이 복잡한 그때 ‘엘비스가 이런 감정을 노래에 싣지 않았을까’ 싶더라. 어머니를 향해 노래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면서, 그렇게 잠옷 가운도 벗지 않은 채로 카메라를 설치하고 노래를 시작했다. 그게 바로 내가 감독님에게 보낸 오디션 테이프였다. 6개월이 지나 감독님 전화를 받았다. 전화로 내 잠을 깨우더니 이러셨다. ‘엘비스 프레슬리 씨, 비행기 탈 준비 되셨습니까?’

자라면서 좋아하고 동경한 스타는 누구였나?
1990년대에 방영한 시트콤 <보이 미츠 월드>에 나오는 ‘토팡가’를 정말 좋아했다. 어릴 때 그 시트콤 참 열심히 봤다. 그게 내 첫 짝사랑이었을 거다.

드레스, 귀고리, 타이즈, 부츠는 Louis Vuitton 제품.

아나 드 아르마스

<블론드(Blonde)>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아이코닉한 인물을 연기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블론드>는 작가 조이스 캐럴 오츠가 마릴린 먼로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소설을 각색한 넷플릭스 영화다. 아나 드 아르마스(Ana de Armas)는 마릴린 먼로를 우아하게, 그리고 매혹적으로 표현한다. 작품 자체는 인물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전기 영화의 특성과 거리가 멀지만, 그녀의 연기는 이야기의 핵심 속 감동적인 진실로 우리를 이끈다.

마릴린 먼로를 연기하기 전부터 그녀의 팬이었나?
아니다, 사실 마릴린 먼로에 대해 잘 몰랐다. 그녀가 출연한 영화를 몇 번 봤고 그녀가 유명한 여배우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게 전부였다.

그런 상징적인 인물을 연기하는 기분은 어땠나?
<블론드>에서 마릴린 먼로가 출연한 영화 속 장면을 재현했고, 그렇게 재현해낸 신들을 나는 수도 없이 반복해서 봤다. 앤드루 도미닉 감독이 매우 꼼꼼하고 섬세한 사람이다. 촬영장에 모니터 두 대가 있었는데, 한 모니터에는 마릴린 먼로 배우가 촬영한 장면을, 다른 하나에는 우리가 재현한 장면을 틀어놓았다. 컷마다 정확히 비교하며 맞춰봤고, 그게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감독님은 다음 촬영으로 절대 넘어가질 않았다. 아주 큰 부담이면서 한편으로는 재미도 있었다. 특별하고 꿈같은 경험이었다.

금발을 하면 다른 느낌이 드는가?
물론이다. 하지만 막상 금발로 염색하고 나면 처음 한 주 정도는 너무 좋은데, 그 뒤로 부지런히 뿌리 염색을 해야 해서 불편했다. 앞머리 자르는 일과 비슷하다. 여자들이 처음 앞머리를 확 자르고 나서는 ‘오, 귀여운데!’ 했다가 얼마 안 가 후회하니까.

쿠바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그때부터 연기를 하고 싶었나?
그렇다. 어릴 때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춤을 추곤했다. 그러다 열한 살, 열두 살 때쯤인가? 부모님께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열한 살에 아바나로 이사했는데, 그때 처음으로 드라마를 ‘공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연극이랑 발레도 좋아했다. 주말마다 할아버지가 발레 공연에 데려가셨는데, 같은 공연을 봐도 질리는 줄 모르고 계속 즐겼다.

재킷, 셔츠, 팬츠는 Gucci, 타이는 Charvet, 시계는 Omega 제품.

에디 레드메인

<그 남자, 좋은 간호사(The Good Nurse)>

연극 무대와 영화를 가로지르는 연기 재능이 특출나기로 명성이 자자한 이 영국 배우는 그동안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 왕이나 스티븐 호킹 같은 실존 인물, <신비한 동물사전>의 마법사 등등을 연기하며 시대와 세대를 아우르는 매력을 선보였다. 에디 레드메인(Eddie Redmayne)은 넷플릭스 영화 <그 남자, 좋은 간호사>에서는 조용한 살인자로 등장한다. 그는 수십 명, 어쩌면 수백 명의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연쇄 살인범이다.

<그 남자, 좋은 간호사>에서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살인을 저질렀을 것으로 추정되는 남자를 연기했다. 이런 실화 바탕의 범죄 드라마를 좋아하는 편인가?
그렇지 않다. 세상이 실제 범죄 사건에 사로잡혀 있는 건 알지만, 나는 사실 살인자에 너무 포커스가 가는 것이 옳지 않다고 느낀다. 우리 영화는 단순히 그 괴물이 아닌, 그를 막아낸 ‘영웅’에 관한 작품이다. 그 영웅은 동정과 공감으로 한 인물의 연쇄 살인을 저지했다. 그 사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체 찰스 컬런이 왜 그 많은 사람을 죽였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당신도 그 사실에 좌절했나?
그는 아직까지도 살인의 목적이나 이유를 드러내지 않은 채 수감되어 있다. 나도 시나리오를 읽으면서부터 ‘도대체 왜?’ 하고 물음표가 생겼다. 이유를 알고 싶은 건 인간의 본능인 것 같다. 그러다 우리는 ‘음, 저 사람은 그렇게 수많은 사람을 죽였지만, 나는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 나한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겠네’라고 생각하게 된다.

당신은 좋은 배우이자 좋은 사람으로 익히 유명하다. 소시오패스인 연쇄 살인범 역을 맡고 매일 같이 그 인물로 살아가는 게 힘들지는 않았나?
이 역에 호기심을 느낀 건 제시카 채스테인이 연기한 실존 인물의 입장에서 볼 때 살인마인 찰스가 굉장히 친절하고 따뜻하며 열린 마음을 가진, 그녀의 생명을 구해준 동료 간호사였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찰스의 그 선한 모습 속에 괴물과 같은 다른 인격이 내재된 거다. 찰스는 젠틀한 동시에 자기 비하적이어서 때로는 존재감이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오랜 세월 이중인격적 성향을 숨길 수 있었을 테고. 촬영하면서 공감 능력이 뛰어난 버전의 찰스와, 또 다른 한쪽에서는 그 공감 능력을 무기 삼아 살인을 저지르는 괴물 버전의 찰스를 발견하고, 그걸 연기에 담아내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당신의 두 자녀는 <신비한 동물사전>을 봤나?
아니, 예고편만 잠깐 본 정도? 둘 다 나한테 ‘아빠 마법사예요?’라고 묻는데 대답하기가 은근히 까다롭더라. 이 직업의 장점 중 하나가 이런 멋진 역할도 맡아보고 또 재미있는 아빠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응, 아빠 마법사 맞아’라고 하려다 또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하기는 싫어서 ‘어느 정도?’ 라고 얼버무렸다.

드레스는 Proenza Schouler, 귀고리는 Alexander McQueen 제품.

케케 팔머

<놉(Nope)>
날카로운 재치와 다재다능함을 지닌 배우 겸 뮤지션 케케 팔머(Keke Palmer)는 어린 시절부터 시트콤에서 활약했다. <겟 아웃>과 <어스>의 조던 필 감독은 그녀를 염두에 두고 <놉>에 등장하는 인물을 만들었다. 오빠와 함께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쾌활한 여성은 처음에는 그저 유머러스한 캐릭터처럼 보이지만, 점점 적극적인 해결사의 면모를 보인다.

<놉>에 합류하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나?
살다가 아주 드물게, 누군가가 당신을 원한다는 것을 아는 마법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내게는 <놉>이 딱 그런 예다. 조던 필 감독님과 처음 통화한 날, 그가 나를 생각하면서 에메랄드라는 인물을 만들었고, <겟 아웃>의 주역인 다니엘 칼루야와 함께 활약해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너무 놀라서 숨이 막혔다. 나는 그 기회를 붙잡을 준비가 돼 있었다.

영화 속 남매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 다니엘 칼루야와 뭔가 특별한 걸 했나?
다니엘과 자주 시간을 보냈다. 크랭크인 전에 그가 나를 저녁 식사에 초대했는데, 정말 좋았다. 나는 그의 광팬이거든! 촬영장에서 어색할까봐 걱정하다가 그가 그렇게 먼저 다가와주니 기뻤다. 덕분에 우리는 영화 촬영 내내 붙어다녔다. 여전히 잘 지내는 사이다.

당신은 10대 시청자를 타깃으로 한 시트콤 <트루 잭슨>이나 디즈니 채널의 프로그램 등에 출연하면서 어릴 적부터 대중의 시선 속에 자랐다. 어떤 경험이었나?
정말 죽여줬지. 뭐랄까, 어린 나이여서 그런 면도 있겠지만 세상을 다 가진 기분? 나는 아홉 살에 연기를 시작해 열네 살에 <트루 잭슨>을 찍었다. 심지어 그 시트콤은 내 쇼였다. ‘와, 이거 짱이다!’라고 생각했던 게 기억난다. 시트콤이 방영을 시작하자 마자 내 모든 일상이 바뀌었다. 엄청난 경험이었다.

할리우드 뜨거운 축제 그리고 핫한 배우들 PART 2

에디터
Lynn Hirschberg
포토그래퍼
Jamie Hawkesworth
스타일리스트
Sara Moon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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