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더 빛을 발하는 한국 디자이너들의 2023 F/W 컬렉션.
지금 전 세계는 온통 K 셀럽, K 콘텐츠의 영향력 안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이런 신드롬 이전에 한국 디자이너들은 권위 있는 4대 패션위크에서 점차 중요한 움직임을 도모했다. 2023 F/W 시즌 역시 각자의 방식으로 맹활약한 다양한 K 디자이너들이 있다. 이미 이름을 알고 있는 유명한 브랜드도 있을 거다. 확실한 아이덴티티를 지닌 다양한 한국 디자이너들의 이름을 주목해보자.
PARIS
KIMHĒKIM – 김인태
장식 예술을 접목한 실험적인 디자인으로 독보적인 컬렉션을 전개하는 디자이너 김인태. 2014년 파리에서 론칭한 김해김은 매 시즌 파리 패션위크를 통해 컬렉션을 선보인다. 이번 2023 F/W 시즌엔 얇고 길게 엮은 진주를 걸친 모델이 등장한다. 혹여 진주 장식이 떨어질 새라 조심스럽게 내딛는 발걸음이 좌중을 압도하는데, 이어 화이트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나타나 진주를 가위로 끊어내는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그는 줄에 묶여 있는 진주를 생각과 감정이 절제된 모습으로 상징했으며, 그 진주를 자르고 흩뿌리는 퍼포먼스로 자유와 본연의 아름다움을 찾는 것을 표현했다. 조용하면서도 강렬한 장면 하나 하나가 컬렉션의 전체 분위기를 극대화했으며 김해김의 아이덴티티를 고스란히 담았다.
EENK – 이혜미
잉크는 2023 F/W 컬렉션을 ‘X for the letter X’라 표현했다. 여기서 X는 미지의 영역을 뜻하며, 또 한편으론 새로운 교차점을 상징하는 알파벳이다. 잉크의 이번 컬렉션은 생소하고 정의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포커스한 X를 제시한다. 이를 바탕으로 기본적인 실루엣을 해체하고 재구성했으며, 특유의 우아하고 세련된 피스들로 탄생시켰다. 니트, 퍼, 레더, 패딩 등 다양한 소재로 변주한 룩은 역시나 모든 여성들의 마음에 기대감을 안겨주기 충분했다. 시즌을 거듭할 때마다 늘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를 설레게 하는 잉크의 또 다른 챕터를 감상해보자.
ROKH – 황록
한국의 피비 파일로로 불리는 황록. 피비 파일로의 후예답게 클래식을 기반으로 그만의 감각적인 디테일을 첨가해 록을 이끌어가는 중이다. 복사기, 매킨토시 컴퓨터, 책상 등을 배경으로 펼쳐진 록의 2023 F/W 컬렉션은 90년대 오피스에서 영감 받았다. 하지만 단순하고 평범한 오피스 여성이 아닌 매니시하면서도 섹시하고, 또 락시크적인 감성을 지닌 여성을 표현하고자 했다. 셔츠나 트렌치코트, 데님을 컷팅하고 재해석하는 등 황록만의 지루하지 않은 스타일리시한 오피스웨어가 탄생했다. Y2K 감성이 제대로 느껴지는 록의 컬렉션은 우리에게 오피스 룩의 새로운 옵션을 제시한다.
NEW YORK
NAYON – 김나연
디자이너 김나연의 두 번째 컬렉션이다. 2021년 CFDA 어워드 수상자로 이름을 알린 이후 뉴욕과 서울을 베이스로 브랜드를 전개 중인 ‘나연’. 뉴욕에서 먼저 선보인 2023 F/W 프레젠테이션에는 나연 특유의 성별을 규정 짓지 않는 중성적 분위기가 돋보이는 피스들이 가득했다. 정교한 테일러링의 재킷과 코트, 미니멀한 톱과 스커트, 드레스 등으로 빈틈없는 완벽한 컬렉션을 완성했다.
SON JUNG WAN – 손정완
손정완의 2023 F/W 컬렉션은 ‘Into the Nineties’를 주제로 미니멀리즘의 정점인 90년대에서 영감 받았다. 코발트 블루, 피치 등의 다양한 컬러와 골드, 실버를 활용한 메탈릭한 무드가 곳곳에서 존재감을 내뿜는다. 90년대 분위기로 점철되다시피 한 무드에 미래적인 요소를 더해 극대화함으로써 손정완만의 미니멀리즘을 실현시켰다.
ASHLYN – 박상연
2022년 SFDF를 수상한 디자이너 박상연의 애슐린. 이미 그 해에 LVMG 프라이즈 결승에 올랐으며,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는 두 점의 룩이 전시돼 있다. 신인 디자이너로서는 이례적인 기록을 세운 그녀의 2023 F/W 컬렉션은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16세기의 삶과 역사로 시선을 돌린 애슐린은 당시의 복식에서 영감 받아 정교함과 로맨틱함을 갖춘 컬렉션을 탄생 시켰다. 실루엣과 볼륨을 자유자재로 활용했으며, 남성복에서 영감 받은 요소들에 착안해 여성복을 제작했다. ‘미래를 상상하면서 과거에서 태어난 새로운 형태의 아름다움을 찾는 것’ 그것이 바로 애슐린이 담고자 한 이번 시즌 메시지다.
LONDON
EUDON CHOI – 최유돈
현대 여성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룩을 선보이는 최유돈. 2023 F/W 컬렉션 역시 절제된 우아함과 세련미가 느껴지는 런웨이를 펼쳤다. 각 잡힌 코트와 블레이저, 플리츠 스커트, 셔츠 등 당장이라도 일상에서 입고 싶은 룩이 가득했다. 크림, 멜란지, 레드, 네이비, 블랙 등의 다양한 컬러와 울, 데님, 새틴, 레더 등의 풍성한 소재 그리고 모던하고 미니멀한 무드에 여성스러움을 한 스푼 추가해 더욱 세련된 무드를 완성됐다.
GYOUREE KIM – 김규리
우아한 몸짓을 한 무용수를 뒤로하고 걸어 나오는 모델들. 디자이너 김규리는 ‘Forest Guardians’를 키워드로 꽃이 피는 블랑쉬 컬렉션을 선보였다. 컬렉션을 통해 로맨틱한 판타지를 실현하고자 했는데, 김규리의 시그니처인 코르셋을 통해 끝없는 상상력을 펼쳐갔다. 코르셋을 기반으로 볼륨감 있는 스커트 및 재킷, 드레스 등과 함께 다양한 변주를 시도해 쿠튀르 컬렉션을 보는 듯한 디테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갯버들 나무에 영감 받은 피스들까지, 우아한 미학을 갖춘 김규리의 컬렉션은 사람들에게 마법 같은 힘을 부여했다.
- 디지털 에디터
- 정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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