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가의 쇼 타임! 첫 솔로 월드투어에서 울려 퍼질 슈가의 노래들.
First Love
“그래 그래 그때 기억해 지치고 방황했었던 / 절망의 깊은 수렁에 빠졌던 그때 / 내가 널 밀어내고 널 만난 걸 원망해도 / 넌 꿋꿋이 내 곁을 지켰지 말 안 해도 / 그러니 절대 너는 내 손을 놓지 마 / 두 번 다시 내가 널 놓지 않을 테니까”
어린 시절 슈가의 작은 손가락에 음악이라는 존재를 처음 알려준 갈색 피아노에 부치는 뒤늦은 러브 레터 같은 곡으로 방탄소년단(BTS) 정규 2집 <WINGS>에 수록됐다. 들여다보면 “내 기억의 구석”이라는 구절로 노래가 시작되듯, 여러 가사로 치환된 슈가의 자전적 이야기들과 솔직한 감정들 중에서도 가장 멀고 오래된 사연을 담았다. 그러니까 방탄소년단 슈가와 어거스트 디(Agust D) 이전, 민윤기로부터 응축된 이야기. 그런 의미에서 순수하고 본질적인 가사와 어떤 마음이 시간을 넘어 리스너를 끌어당긴다.
SUGA’s Interlude
“꿈이 가득한 난 자라 모든 꿈을 이뤘건만 / 꿈은 꿈으로만 간직하는 게 더 낫지라는 생각을 동시에 하며 살아가고 있지 / 내 도약은 추락이 아니기를 / 너의 신념 노력 믿음 욕심들은 추악이 아님임을 믿어”
방탄소년단 ‘작은 것들을 위한 시 (Boy With Luv)’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할시와의 협업 곡이다. 여기서 슈가는 꿈을 이룬 현실의 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리고 부딪혀보자는 메시지를 읊조리듯 쏟아낸다. 그 와중에 ‘도약’과 ‘추락’, ‘신념’과 ‘욕심’, ‘별’과 ‘어둠’ 등 가사 곳곳에 심은 단어의 대칭이 번뜩인다. 다 듣고 나면 “내 머릿속엔 파란색만 가득한 이 방황”이라는 가사처럼 환하지도, 칠흑 같은 어둠도 아닌 푸르스름한 정서가 맴도는데, 슈가가 팬심을 밝혀 온 에픽하이 음악 특유의 쓸쓸함의 위로와 맞닿아 있다.
Interlude : Shadow
“Woo 매일 설렜지 내가 어디까지 갈지 /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왔지 / Yeah 음 발밑의 그림자 / 고개 숙여보니 더 커졌잖아 / 도망쳐봤자 날 따라오는 저 빛과 / 비례하는 내 그림자 / 두려워 높게 나는 게 난 무섭지 / 아무도 말 안 해줬잖아 / 여기가 얼마나 외로운지 말야”
방탄소년단의 정규 4집 <MAP OF THE SOUL : 7>에서 공개된 슈가의 솔로 트랙이다. 성공한 아티스트의 엄청난 불안과 두려움이 난립하는 가사는 곧 당시 멤버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마음의 심층이었을 텐데, 슈가의 파워풀한 랩을 통해 감추고 억눌러 있던 감정을 분출한다. 하지만 불안하게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덜컥 흔들리는 마음을 뚫어져라 겨눈다는 인상이다. 결정적으로 슈가의 랩이 이렇게 때려 박으며 견고한 의지를 드러낸다. “너는 나고 나는 너야 알겠니 / 우린 한 몸이고 부딪히겠지 / 우린 너고 우린 나야 알겠니”.
대취타
“대취타 대취타 자 울려라 대취타 / 빛이 나 빛이 나 내 왕관이 빛이 나 / 잊지 마 잊지 마 지난 날을 잊지 마 / We so fly, we so fly 전세기로 we so fly, yeah / Mhm 종놈 출신에 왕된 놈 / 미쳐버린 범 광해 flow / 개천 출신에 용 된 몸 / 그게 내가 곧 사는 법”
슈가가 활동명 어거스트 디로 내놓은 두 번째 믹스테이프 <D-2>의 타이틀 곡이다. 왕의 행차 때 연주된 전통 국악 대취타를 샘플링했다. 트랩 비트를 비집고 나오는 태평소와 꽹과리 소리가 방방 흥분을 돋운다. ‘대취타’에서 슈가는 범으로 태어나 최정상에 오른 이의 과시, 자신감, 욕망을 거나하고 화끈하게 분출한다. 음악적으로는 슈가의 빼어난 프로듀싱 능력과 솔로 아티스트로서 뿌리 깊은 정체성과 확실한 태도를 웅변한다. 4월부터 시작되는 솔로 월드 투어에서 슈가의 행차를 알리기에 이 곡이 꼼짝없이 어울린다. “대취타 대취타 자 울려라 대취타”.
- 프리랜스 에디터
- 우영현
- 사진
- @agus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