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싱가포르, 홍콩, 일본, 한국까지 아시아 4개 나라에서 국제적 규모의 아트페어가 개최된다.
저마다의 잠재력으로 꿈틀대는 4곳의 아트 마켓 가운데 ‘넘버원’의 칭호를 얻게 될 곳은 어디일까? 국내외 미술계 관계자들이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이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왔다.
“웬만한 아트 피플은 다 온 것 같아. 소문엔 구겐하임에서도 왔다던데? 다들 페어장 둘러보고 새벽 6시까지 파티하더라. 체력도 좋아. 그런데 세일즈가 좀 미묘하네? 작년 프리즈 서울처럼 오프닝 첫날 작품이 솔드아웃되는 분위기는 아니야. 전혀. VIP 오프닝 끝나고 퍼블릭 대상으로 오픈하니까 관객 수도 확 줄었어. 어느 부스는 파리 날리더라.” 올해 1월 초, 외국계 미술 플랫폼에서 근무하는 친구 A에게서 카톡이 왔다. 그녀는 지난해부터 전 세계 미술계가 한껏 기대하고 있던 싱가포르의 한 아트페어 현장에 있었다. 완벽한 내향인인 그녀는 페어장에 넘치는 미술계 ‘소셜 버터플라이’들에게 시달려 예정된 날짜보다 하루 앞당겨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알아보는 와중이기도 했다. ‘흥행과 파리 날림의 사이.’ 좀 짓궂은 말이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종합했을 때, 올해 1월 12일부터 15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회 ‘아트 SG’에 대해 든 첫인상이었다.
올해 첫 삽을 뜬 싱가포르의 아트 SG는 ‘아트페어의 귀재’라 불리는 마그누스 렌프로(Magnus Renfrew)가 공동 창립했다. 그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아트바젤 홍콩의 창립 이사로 재직했고, 현재는 아트 SG를 비롯해 2019년 출범한 대만 ‘타이베이 당다이’, 올해 7월 첫선을 보일 일본 ‘도쿄 겐다이’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글로벌 아트페어를 전개하는 기업 ‘아트 어셈블리(The Art Assembly)’의 공동 창립자이기도 하다. 미다스의 손, 렌프로의 아트 SG는 2018년 처음 개최를 발표했으나 갑작스러운 리더십 변화, 코로나19 등으로 여러 해 발이 묶인 채 무기한 연기 중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월 아트바젤의 모기업인 MCH 그룹이 아트 SG의 지분 15%를 인수하며 상황은 반전됐고, 뒤이어 지난해 6월 페어 일정을 대대적으로 발표한 후, 올해 1월 극적으로 제1회 행사가 성사됐다. 이 ‘신참’ 아트페어에 대한 기대는 상당했다. 렌프로의 또 다른 실험이라는 점도 흥미롭지만 아트 SG가 출범함으로써 올해 싱가포르(아트 SG · 1월), 홍콩(아트바젤 홍콩 · 3월), 일본(도쿄 겐다이· 7월), 한국(프리즈 서울 · 9월)까지 무려 아시아 4개 국가에서 국제적 규모의 아트페어가 개최되며 미술계에서 흥미로운 논의 하나가 싹텄기 때문이다. ‘아시아 미술 수도’의 자리는 과연 누가 차지할까?’
우선 ‘아시아 넘버원’의 타이틀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1월 폐막한 아트 SG의 성적표는 이미 나온 상태다. 소위 ‘뚜껑’이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싱가포르는 어마어마한 잠재력으로 꿈틀대는 아트 마켓이라는 추측이 있었다. 오랜 시간 아시아 금융 허브로 통해왔고, 특히나 팬데믹 이후 중국,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서 슈퍼리치가 이주하며 이곳으로 ‘부’가 몰리고 있었다. 2022년 세계적 옥션 하우스 ‘소더비’는 싱가포르에서 15년 만에 첫 경매를 개최했고 홍콩의 Woaw, 도쿄의 화이트스톤 갤러리가 싱가포르에 새롭게 둥지를 틀기도 했다. 올해 아트 SG에 참가한 갤러리의 라인업만 봐도 이곳이 얼마나 뜨거운 주목을 받았는지 알 수 있다. 가고시안, 데이비드 즈워너 같은 헤비급 선수들을 비롯해 총 35개국, 164개 갤러리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작년 ‘프리즈 서울’엔 21개국, 110여 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물론 ‘괜히 렌프로가 싱가포르에서 아트페어를 열겠어?’라는 막연한 추측도 아트 SG를 화제의 중심으로 데려가기에 충분했다.
그렇다면 아트 SG는 기대만큼의 수확을 거둘 수 있는 기회의 땅이었을까? 국내 미술계 관계자 B가 왜인지 체념한 듯한 말투로 말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한 페어였어요. 그런데 애초 왜들 그렇게 기대했는지가 의문이에요. 싱가포르는 전적이 있잖아요. 2010년 출범했던 ‘아트 스테이지 싱가포르’도 2019년 재정난으로 초라하게 사라졌어요. 아트 SG 기간에 맞춰 싱가포르 비엔날레도 열면서 정부 차원에서도 어떠한 모멘텀을 만들고자 애썼는데 아직 자생적으로 시장이 갖춰져 있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어요. 국제적 규모의 페어를 열 만한 곳이 아닌데 이번 아트 SG의 규모는 너무나 컸죠. 잘못된 어프로치라고 생각해요. 인터내셔널 갤러리는 다 모였는데 소위 ‘장사가 되는 둥 마는 둥’ 하면 다음 해에 누가 다시 참가하겠어요. 그렇게 메가 갤러리가 빠지면 그 아래 갤러리도 마찬가지로 참가를 주저할 테고요. 과격하게 말하면 빨리 망하는 지름길을 택한 거죠. 물론 올해가 첫 회였지만 지속 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봐요.”
실제 아트 SG의 판매 실적은 지난해 9월 한국에서 열린 제1 회 ‘프리즈 서울’보다 저조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작년 프리즈 서울 당시 조지 콘도의 신작 ‘Red Portrait Composition’(2022)이 개막 1시간 만에 약 38억원에 판매 된 데 반해, 올해 아트 SG에서 주목할 만한 세일즈는 약 16억원 상당으로 알려진 안젤름 키퍼의 ‘Dein Goldenes Haar Margarete’(1981)가 고작이다. B는 애초 관람객 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보다 ‘출품작 수준’이 흥행 실패의 주된 원인이었다고 말했다. “페어는 결국 ‘인벤토리 싸움’ 인데 행사가 연초에 열렸잖아요. 작년 하반기에 페어가 휘몰아치듯 열려서 정작 아트 SG에 풀 만한 ‘물량’이 없었던 거죠. 최근 유가 상승으로 작품 운송비도 얼마나 올랐어요. 다들 이번 페어에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가져올 분위기는 못 됐을 거예요. 그래서 ‘이번 페어엔 B급 작품이 대부분일 거다’라는 분위기가 페어 시작 전부터 암암리에 깔려 있었죠.” 한편 참여 갤러리들의 프레젠테이션엔 큰 문제가 없었으나, 싱가포르에 미술품을 향유하는 문화가 부재하다는 것을 주목한 이도 있었다. “미술에 대한 싱가포리안들의 관심도가 아직은 저조하다고 느껴져요. 이번에 이곳 출신의 컬렉터 몇몇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딱 옛날 한국의 컬렉팅 문화가 떠오르더라고요. ‘컬렉팅의 시작은 무조건 자국 작가의 작품으로’라는 룰. 게다가 아무래도 싱가포리안 작가 군단이 많지 않으니까 같은 동남아권인 말레이시아, 베트남계 작가의 작품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요. 구매 범위가 한정적인 거죠.” 국내 미술 관계자 C의 말이다.
애석하게도 큰 기대를 모은 제1회 아트 SG는 ‘용두사미’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을 거다. 다시, 아트 SG 현장을 찾았던 내향인의 아트 피플 A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A는 ‘차기 아시아의 미술 수도’에 관한 논의가 1월 싱가포르를 찾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한참이나 오갔다고 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누군가는 ‘올해 세일즈가 부진했어도 여전히 잠재력이 크다’며 싱가포르에 한 표를 던졌고, 싱가포르, 홍콩, 일본, 한국을 저울질하다 ‘음…. 잘 모르겠는데 일본은 아닐 듯’이라 말한 이도 있었다. 그리고 확실한 건 모두 홍콩이 오랜 시간 아시아의 아트 수도로 군림했다는 것에 대한 ‘익숙함’을 ‘그리워’한다는 것이다. B는 말했다. “아시아에서 홍콩을 대체할 만한 시장은 없어요. 사실 지난해 프리즈 서울이 열리면서 국내 문화 예술계가 떠들썩했지만 막상 겪어보니 기대 이상, 기대 이하도 아니었거든요. 물론 첫술에 배부르긴 힘들지만, 아직까지 서울이 홍콩을 대체할 만한 곳이라는 생각은 안 들어요. 우선 홍콩에선 컬렉터가 패트론으로서 작가나 지역 사회를 후원하는 문화가 발달했는데, 한국은 ‘컬렉팅 문화’ 라기보다 ‘바잉 문화’라 부르는 것이 적합할 정도거든요. 그리고 어느 페어나 전체 생태계는 컬렉터에 의해 좌우되죠. 개인적 바람으로는 홍콩이 예전 모습으로 돌아왔으면 해요.”
지난해 12월 독립 큐레이터 박재용이 <더블유>에 기고한 글에서 말했듯 제1회 프리즈 서울이 열리며 모두가 마치 “월드컵이나 올림픽을 유치하기라도 한 것처럼 기뻐하는” 분위기가 펼쳐졌고, 나아가 당시 국내 언론에선 ‘역대급’, ‘흥행’, ‘대성공’이란 말을 기사 헤드라인에 넣으며 ‘프리즈 서울=소문난 잔치’라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굳이 찬물 끼얹고 싶지 않았던 A처럼 속으로 이런 말을 삼키는 이도 있었을 거다. “뭐야, 한국을 뭐로 보고 이런 작품을 갖고 왔을까? 전부 홍콩에서 봤던 거네.” 한편 올해 ‘시장 조사’차 몇십 년 만에 싱가포르를 찾았지만 오히려 그곳에서 홍콩을 그리워하게 됐다는 C가 말했다. “아마 모두가 홍콩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을 거예요. 2000년대 중국이 경제 호황을 맞았고, 2013년 아트바젤 홍콩이 출범했잖아요. 저만 해도 그 시절부터 홍콩을 찾았고 해를 넘길수록 페어가 메이저급으로 성장해가는 걸 두 눈으로 봤어요. 반면 작년 프리즈 서울의 갤러리 참여 수는 아트바젤 홍콩이 한창일 때에 비해 절반에 불과했잖아요. 물론 프리즈는 원래 작게 하는 게 그들의 콘셉트이긴 하지만. 체급 차이도 무시 못하죠”.
많은 이가 기대하는 아트바젤 홍콩은 올해 3월 23일부터 25일까지 개최된다. 지난해에도 열렸지만 ‘마침내 귀환’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는, 올해 페어가 코로나19로 인한 홍콩의 호텔 검역 의무가 해제된 이후 열리는 첫 행사이기 때문이다. ‘체급’도 원래대로 돌 오고 있다. 2021년 104개, 2022년 130개 갤러리가 참가했다면 올해는 총 32개국 177개 갤러리가 명단에 올랐다. 그리고 올해는 팬데믹 이후 종적을 감춘 ‘인카운터’ 섹션도 돌아온다. 인카운터는 비엔날레급 대형 조각 및 설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섹션으로, 2019년 이곳에서 한국의 스타 작가 이불이 거대한 비행선 ‘취약할 의향’(2015-2016)을 띄워 화제를 모았다.
그렇다면 오랜 시간 아시아 미술 시장의 허브 역할였다는 사실, ‘아트바젤’이라는 브랜드 파워, 면세 지역으로서의 메리트를 등에 업고 홍콩이 다시 ‘넘버원’의 자리를 탈환할 수 있을까? “올해 페어를 기점으로 아트바젤 홍콩의 명성이 유지될 수 있을지가 결정되지 않을까 싶어요. 홍콩이 코로나19, 중국으로 인한 정치 사회적 변화를 이겨내고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할 것인 지, 아니면 아시아 1등 미술 시장의 존속 여부를 논의해야 할 때인지 판가름이 나겠죠. 물론 ‘역시 홍콩은 홍콩’일 겁니다. 하지만 중국령이 된 이후 외국인의 이탈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장기적 관점에서 홍콩의 입지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밖에 없어요. 또 아직까지는 미술품 수출입 절차에 변화가 없으나, 중국 본토와 동일한 기준으로 변경될 경우의 변수도 무시할 수 없고요.” 국내 미술 관계자 D가 말했다.
한편 ‘역시는 역시’의 홍콩이냐, 작년 무섭게 떠오른 ‘뉴 엔트리’ 서울이냐, 올해 좋지도 나쁘지도 않게 랜딩한 싱가포르이냐 말할 때 어쩐지 일본은 ‘깍두기’ 취급을 당하는 눈치다. ‘세계 2위의 부자 도시’라는 도쿄의 명성을 감안했을 때 다소 의아할 거다. 게다가 일본은 쿠사마 야요이, 무라카미 다카시 등 세계적 스타 작가를 배출한 나라니까. 하지만 예부터 일본에선 현대미술 시장이 크게 활성화되지 않았다. 이름난 인터내셔널 갤러리가 일본에 지점을 낸 것도 페로탕, 블룸&포 정도에 불과하다. “일본은 글로벌 매력도가 높은 나라잖아요. 게다가 예술 기관의 구성, 운영 면에서 관리가 뛰어나고 자국의 예술뿐 아니라 해외, 특히 고전 작품을 들여와 전시하는 데 힘쓰고 있어요. 건축물도 세계적인 수준이고요. 그런데 이러한 강점에 비해 세계 시장에서 일본의 현대미술은 그 존재감이 미미한 편이죠. 컨템퍼러리 시장에 대해 일본은 보수적 성향이 강하다는 게 보편적 의견이고, 그래선지 ‘구매력’도 약한 편이죠.” 국내 갤러리 관계자 E의 말이다.
한 편 C도 ‘일본은 정말 모르겠다’는 말을 시작으로 입을 뗐다. “그래도 1980~90년대까진 얼핏 시장이 좋다가 다시 조용해진 케이스 같아요. 옛날엔 기업 컬렉션을 겨냥한 판매가 이뤄지면서 그나마 현대미술 시장이 유지됐거든요. 예나 지금이나 개인 컬렉터는 거의 없죠. 내수 시장이 받쳐주지 않으니 갤러리도 해외 판매 위주로 움직이고요. 그런데 최근 일본의 갤러리스트와 대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거기도 젊은 컬렉터가 꽤 많아졌대요. 조만간 시장 변동이 있을 거라더군요.”
C의 말처럼 최근 일본에선 현대미술을 주제로 다양한 성격의 행사가 개최되고 있다. 지난해엔 ‘아트 위크 도쿄 (AWT)’가 론칭했는데 이는 흔한 아트페어가 아닌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도쿄 전역을 돌며 51개 현대미술 기관을 호핑’하는 색다른(비상업적) 프레젠테이션 방식으로 주목받았다. 아트바젤과 파트너십을 맺고 함께 VIP 프로그램을 꾸린 덕분에 아시아, 미국, 유럽에서 약 350명의 VIP가 방문하기도 했다. 또 역시 지난해 교토에서도 29개 일본 갤러리와 29개 해외 갤러리가 ‘호스트-게스트’의 개념으로 짝을 지어 부스를 공유하는 흥미로운 형태의 아트페어인 ‘아트 컬래버레이션 교토(ACK)’가 개최됐다. 그리고 드디어 올해 7월, 마그누스 렌프로가 대표로 있는 아트 어셈블리가 도쿄 인근의 항구 도시 요코하마에서 아트페어 ‘도쿄 겐다이’를 개최한다. 수십 년 동안 국제적 규모의 아트페어가 부재했던 일본에 새로운 바람이 불 예정인 것이다. 해외 미술 관계자 F는 “올해 모든 아트페어 중 도쿄 겐다이의 론칭이 가장 기대돼요. 렌푸르의 시도가 도시에 새로운 엔지를 불러일으킬 것이라 확신합니다”라며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게다가 2021년 초 일본 정부가 미술관, 경매 회사, 아트페어에 대한 관세 및 세금을 완화하겠다고 발표한 상태, 일본은 세계 컨템퍼러리 시장에서 깍두기 신세를 면할 수 있을까? “메가 갤러리 중 하나인 페이스 갤러리의 CEO 마크 글림처가 이번 도쿄 겐다이의 커미티로 선정됐잖아요. 뭔가가 있으니 그가 움직이는 것 아니겠어요? 그런데 아직까지 발표된 참여 갤러리 수가 약 80개에 불과해요. 궁금해서 가보긴 하겠지만 ‘오프닝 원데이 페어’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C의 조심스러운 말에 B가 대차게 거들었다. “아니, 그런데 페어가 7월에 열리잖아요? 누가 여름에까지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 싶겠어요! ”
올해 첫 행사에서 가능성을 입증하지 못한 싱가포르, 팬데믹과 사회적 불안으로 입지가 달라진 홍콩, 오랜 시간 현대미술 시장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일본까지. 물론 아직 싱가포르의 성적표만 나온 상황이지만, 어쩌면 현시점에선 유일하게 치명적인 흠이 없는(?) 서울이 가장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어디까지나 장기적으론 변동 가능성이 있겠지만. 취재차 만난 A, B, C, D, E, F 에게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판단하에 ‘아시아 미술 수도의 자리는 과연 누가 차지할까?’란 질문에 답해달라 청했다. 모두가 머리를 싸맨 채 뚜렷한 답을 내리지 못했지만 그만큼 아시아 시장이 저마다 잠재력을 갖고 있고, 전통적으로 유럽과 북미가 패권을 쥐고 있는 아트페어 산업에서 아시아가 새로이 호명되고 있다는 사실에 짐짓 흐뭇해하는 분위기였다. 이들이 전해준 말들은 어쩌면 ‘자신이 직접 보고 경험한 것’과 ‘가십’ 사이의 무언가일 수 있다. “미술계에서 가십은 번식력이 강하다. 그리고 이것이 실제로 미술 시장의 중요한 정보이기도 하다.” 미술 저널리스트 세라 손튼의 책 <걸작의 뒷모습>의 한 구절이다. 어쩌면 이들이 지금 아시아 미술 시장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관해 들려준 ‘가십’은 언젠가 당신 곁에 중요한 정보로, 실제의 무언가로 문을 두드릴지도 모른다.
- 피처 에디터
- 전여울
- 사진
- COURTESY OF ART SG, ART BASEL, FRIEZE, TOKYO GENDAI, LETS 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