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시아가 2023 윈터 컬렉션
‘패션은 더 이상 엔터테인먼트로 볼 수 없다’. 발렌시아가의 아티스틱 디렉터 뎀나는 지난 11월 있었던 광고 스캔들 이후 침묵을 지켜오다가 철저히 옷에 집중하는 컬렉션으로 컴백했다. ‘심리적으로 가장 힘든 순간에 집에 가서 재봉틀과 가위로 새로운 옷을 만들기 시작했고 옷을 만드는 과정에서 본능적으로 나를 진정 행복하게 하고 표현하게 하는 놀라운 힘을 찾았다. 그렇기 때문에 패션은 더 이상 오락이 아니라 옷을 만드는 예술이다’라는 설명과 함께.
발렌시아가 컬렉션은 파리 패션위크의 가장 고전적인 베뉴인 카루젤 뒤 루브르(Carrousel du Louvre)에서 열렸다. 이전 몇 시즌에 걸쳐 선보였던 화려한 세트를 걷어낸 하얀 런웨이. 킴 카다시안 같은 떠들썩한 유명 셀럽의 모습도 보이지 않고 모델들은 프랑스 뮤지션 BFRND가 연주하는 기타 선율에 맞춰 워킹했다. 오프닝은 블랙 슈트가 열었다. 언뜻 더블브레스트와 와이드 숄더의 클래식한 테일러드슈트처럼 보였지만 자세히 보면 반전이 있다! 팬츠의 허리 밴드를 거꾸로 뒤집어 재킷의 밑단으로 사용한 것. 허리 밴드를 바지의 밑단에 사용해 바지를 거꾸로 뒤집어 입은 것 같이 보이도록 했고, 심플한 원피스의 밑단에도 팬츠의 허리 밴드를 달았다. 이런 해체적이고 전복적인 방식은 분명 뎀나가 초창기에 일했던 메종 마르지엘라의 영향일 것이다. 이후 블루 컬러의 트렌치코트, 가죽 바이커 재킷, 트러커 재킷, 집업 후디, 카고 팬츠 등 스트리트 캐주얼 아이템을 선보였다. 모터사이클 재킷 내부는 에어백을 넣은 것처럼 부풀어 올라 모델의 어깨는 위로 솟았고 이질적이며 다소 보기 불편한 실루엣이 탄생했다. 이후에 선보인 플로럴 프린트를 놓은 이브닝드레스 역시 하늘로 솟은 어깨가 특징적이다.
지난 11월의 논란이 컬렉션에 어떤 영향을 줬을까? 뎀나는 ‘상황이 작업 방식에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지만 이미 논쟁이 발생하기 전인 10월부터 이번 컬렉션에 대한 아이디어 구상을 마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화려한 설정이 있었던 지난 몇 번의 컬렉션 이후 사람들은 더 이상 옷을 보지 않고 세트 디자인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는데 그런 점이 정말 답답했다. 때문에 아이디어는 세트에서 벗어나 옷을 만드는 원점으로 이동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발렌시아가 2023 윈터 컬렉션은 모델들이 단체로 걷는 피날레도, 디자이너의 인사도 없이 갑자기 송출이 중단된 방송사고처럼 끝나버렸다.
- 프리랜스 에디터
- 명수진
- 영상
- Courtesy of Balencia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