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테가 베네타 2023 F/W 컬렉션
보테가 베네타는 유리를 뜨겁게 달궈서 식히고 가죽 매듭을 만드는 장인의 손길을 클로즈업한 티저 영상을 통해 2월 25일 저녁 8시 컬렉션을 예고했다. 초대장은 시계가 없는 가죽 시계 줄이었고 이는 시간을 초월성을 상징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티유 블라지는 토요일 밤 밀라노에 장인 정신이 깃든 최고의 컬렉션을 선사했다. 컬렉션의 베뉴는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밀라노의 파브리카 오르비아(Fabbrica Orobia). 바닥을 얼룩덜룩한 카펫으로 덮고 나폴리 국립 고고학 박물관에서 대여한 기원전 1년 경에 만든 로마 시대의 청동상 두 점과 움베르토 보치오니(Umberto Boccioni)의 <Unique Forms of Continuity in Space>까지 총 세 점의 조각품을 설치했다. 또한 1957년에 지오 폰티(Gio Ponti)가 디자인한 <Superleggera> 의자를 놓았다. 컬렉션이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예술적 분위기를 완성했다.
“캐릭터의 오디세이입니다. 저는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걷는 퍼레이드, 카니발에 관심이 많았어요. 컬렉션을 준비하기 시작한 첫날부터 우리는 컬렉션을 편집하지 않기로 하고 계속해서 캐럭터를 추가해나갔습니다.” 마티유 블라지의 설명처럼 컬렉션에는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했다. 흰색 슬립 드레스를 입은 여성을 시작으로 셔츠 드레스를 입고 서류 가방을 든 남성, 그리고 악어가죽 혹은 오스티리치 트렌치코트, 깃털을 장식한 코르셋, 바닥까지 내려오는 롱 니트 원피스, 스터럽(stirrup) 팬츠와 파워슈트, 비대칭 리틀블랙드레스, 인어공주를 연상케하는 비늘 스웨터와 깃털 스커트, 홈스펀 셔츠와 주름 팬츠, 핸드메이드 자수를 넣은 니트 드레스, 수백 개의 작은 가죽 꽃잎으로 짠 옐로 튜닉과 스커트 등 각자의 개성에 따라 옷을 입은 남녀 모델의 아름다운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한편, 허리에 둥근 패드 디테일을 넣은 드레스와 공예적 질감이 가득한 원피스는 슈퍼히어로를 연상케하며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했다. 마티유 블라지는 “아이들이 코스튬을 입고 힘을 얻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이런 느낌을 주고 싶었는데 퇴행적이지는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총 81개의 착장은 하나하나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브랜드의 시그니처인 인트레치아토 위빙은 달걀형 이브닝 백부터 바구니 형태의 빅 백까지 다양한 형태의 백을 만들어냈고, 또한 구두, 장갑 등에도 사용됐다. 한편 보테가 베네타의 패션 트릭 – 데님처럼 보인 가죽 팬츠 – 는 또다시 재현됐다. 데님 팬츠는 물론 흰색 줄무늬 옥스포드 셔츠와 반바지, 회색의 플란넬, 심지어는 빨간 양말처럼 보인 신발이 모두 가죽에 프린트를 넣은 것이었다! 방탄소년단 멤버 RM이 ‘생애 최초로 컬렉션을 감상하러 왔다’며 보테가 베네타 쇼장에 왔다. 지적인 그와 썩 잘 어울리는 현명한 선택이었다.
마티유 블라지는 이번 컬렉션이 그의 ‘이탤리언 스타일 3부작의 마무리였다’며 곧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시즌의 새로운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바! 그는 보테가 베네타에서 선보인 세 번의 컬렉션을 통해 공예와 인간에 대한 놀라운 이해를 보여주며 보테가 베네타는 물론 스스로의 위상을 우아하게 격상했다.
- 프리랜스 에디터
- 명수진
- 영상
- Courtesy of Bottega Vene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