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 로샤 2023 F/W 컬렉션
시몬 로샤는 팬덤이 가장 강한 브랜드 중 하나로 손꼽힌다. 브랜드가 탄생한지 20년이 되었는데 시몬 로샤의 팬덤은 지난 3년 사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며 굳건해진 점도 흥미롭다. 덕분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시몬 로샤를 입은 팬들이 서성이며 가장 개성 있는 런던 패션위크의 풍경을 연출한다. 2023 FW 시몬 로샤 컬렉션이 열린 장소는 런던의 감리교 센트럴 홀(Central Hall Westminster). 거대한 돔형 천장에 3,700여 개의 파이프가 있는 대형 오르간이 근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일랜드의 포크 밴드 랭컴(Lankum)이 라이브로 단조로운 일리언 파이프 연주를 하며 어둡고 마법적인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2023 FW 시몬 로샤 컬렉션은 아일랜드 전통의 일종의 추수 감사 축제인 루나사(Lughnasadh)에서 영감을 받고 이를 신화적, 동화적으로 해석했다. 오프닝을 연 골드 루렉스 소재는 추수를 앞둔 황금 들판을 연상케 했다. 건초 더미를 연상케 하는 러스틱한 라피아 소재가 니트 위에 스트링 장식, 가방, 드레스, 심지어는 시스루 시폰 소재의 볼륨감을 만들어내기 위한 충전재 등으로 활용되었다. 모델의 헤어&메이크업과 의상 곳곳을 장식한 빨간 리본 장식은 악령과 불운을 막기 위해 어린이의 얼굴에 발랐던 피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신화적인 이야기를 녹여낸 드라마틱한 컬렉션 중간에도 웨어러블한 요소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라인스톤을 장식한 나일론 코트와 레더 코트, 루렉스 소재의 셋업, 보머 재킷, 셔츠 드레스, 세일러 칼라 장식, 피코트 등… 한편 지난 시즌 최초로 선보여 기립박수를 받았던 남성복은 여전히 비중 있게 등장했고, 컬렉션 전반의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하며 제 역할을 했다.
시몬 로샤는 6명의 아티스트 – 다니엘 데이비드 프리만(Daniel David Freeman), 오스카 토란스(Oscar Torrans), 토비 에반스(Toby Evans), 크리스토퍼 로슨(Christopher Lawson), 에드워드 퀌비(Edward Quarmby), 아나 프로젝츠(Ana Projects) – 를 초대하여 로고를 재해석하는 작업을 했다. 이 결과로 탄생한 그래픽이 아플리케와 프린트 등으로 선보였다.
- 프리랜스 에디터
- 명수진
- 영상
- Courtesy of Simone Roc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