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탄생 (2)

W

<도전!수퍼모델코리아>의 네 번째 시즌이 끝났다. 진행자 장윤주의 익숙한 멘트처럼 ‘타고났다’는 이유 하나로 모두가 톱모델이 되는 것은 아니다. 타고난 것에 안주하지 않으려 6개월을 달린 세 명의 파이널리스트들. 결과는 달랐지만 이들은 한 목소리로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우아한 가슴 라인이 돋보이는 흰색 뷔스티에 드레스는 Jaison Couture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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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하다면 다 바꿀 거예요 -TOP3 정호연
이번 시즌 <도수코>를 가장 뜨겁게 달군 인물은 단연 정하은과 정호연이다. 정하은이 도수코의 대표적인 ‘악녀’로 불리면서 캐릭터적인 면이 부각이 된 참가자라면, 정호연의 경우 이번 시즌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전체를 통틀어 그 처음과 끝이 가장 다른, 말하자면 방송의 수혜를 가장 많이 입은 참가자일 것이다. 시청률을 위한 자극적인 소재들이 우선시되어야 하기에 티가 나지 않았을 뿐이지, 참가자들의 24시간을 여과 없이 방송했다면 아마 이 프로그램은 ‘정호연의 인간극장’으로 타이틀을 바꿨어야 할 지도 모른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디자이너 정욱준은 ‘체형과 얼굴까지 바뀌었다는 건 그 뒤에 숨은 노력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짚어냈다. 패자부활전으로 올라와 모두의 예상을 깨고 파이널리스트에 올랐기에 곱지 않은 시선도 감내해야 했던 정호연은 인터뷰 내내 긍정적이고도 겸손한 태도를 잃지 않았다.

profile : 1994년 6월 23일생 | 동덕여대 모델학과 재학 중 | 175.8cm, 47kg, 31-23-34

<W Korea> 커버 촬영 후 처음이네요. 그날 스티브J&요니P 쇼 잘 했어요?
정호연 저는 당연히 커버 미션 촬영이랑 쇼가 겹쳐서 못 갈 줄 알았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일찍 끝나서 달려가서 겨우 시간에 맞출 수 있었어요.

디자이너 요니가 특별히 부탁했어요. 정호연이 쇼에 설 수 있게 촬영 시간을 잘 조절해달라고.
그게 저한테는 너무 놀라운 일이에요! 아무리 쇼를 많이 했어도 알아보는 분이 거의 없었거든요. 그저… 모든 것에 감사할 따름이에요. 초반에는 지적을 받으면 ‘오늘 떨어지나 보다’ 정도만 생각했는데, 마지막 평가 때는 제 화보 한 장 가지고 이런 얘기를 또 어디서 듣나… 정말 꿈 같은 기회였구나, 감사하다, 라는 생각만 들더라고요. 마음을 비워서 그런지.

마음을 비웠었다고요?
네. 커버 촬영 할 때 언니도 보셨잖아요. 현지가 너무 잘해서…(웃음) 그날 왠지 지고 싶지 않아서 스스로 잘했다고 허세를 부리긴 했지만 현지 사진 보고서 딱 감이 오긴 했어요.

이혜주 편집장의 마지막 심사평처럼 호연 씨는 이번 시즌 처음과 끝이 가장 다른 참가자였어요. 도수코에 나오기 전에는 어떤 모델이었나요?
모델로는 3년 차예요. 고교 진학 후에도 MBC 아카데미에 다니면서 기본을 배웠고, 수료 후에 프리랜서로 2년 정도 일을 했어요. 패션 디자인과의 졸작 쇼 같은… 힘들고 돈 안 되는 일이 대부분이었죠. 그때 소속사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돼서 오디션을 보고 에스팀 전문반에 들어갔어요. 작년 11월쯤이었어요.

프로필을 보니 도수코 지원 전에도 괜찮은 쇼에 섰더군요. 스튜디오K의 디자이너 홍혜진도 워킹을 잘하는 모델로 호연 씨를 기억하고 있었고요.
지난 서울 컬렉션에서 10개 쇼에 섰어요. 스티브J&요니P, 미스지콜렉션, 스튜디오 K, 쟈니해잇재즈… 선다는 것 자체가 행복한 빅 쇼들이었지요. 그런데 도수코는 제가 에스팀에 들어가기 전부터 생각했던 거였어요. 사실 시즌2 때 방송 직전까지 갔다가 탈락했고, 작년에는 골반 뼈가 부러져서 포기했거든요. 주변에서는 도수코 나갔다가 떨어지면 웬 망신이냐고 말렸는데, 저는 아무리 쇼를 10개 했어도 인지도를 얻을 수만 있다면 이 정도 위험은 기꺼이 감수하자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계속 헤매다가 초반에 탈락했잖아요.
그렇게 일찍 떨어질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지금 보니 문제점이 보이더라고요. 하이패션인데 룩북이나 카탈로그 포즈로만 일관했거든요. 연기력, 표현력도 없었고요. 또 제가 지적을 받으면 몸이 딱 굳어버리는 편이었어요. 마인드컨트롤을 제대로 못했다는 거죠.

패자부활전이 있다는 건 정말 본인도 몰랐나요?
제작진에게 연락이 왔을 때 추가 촬영이라고만 했어요. 솔직히 말하면 떨어졌는데 좀 창피하기도 하고 언니들 모습 보기도 그래서, 떨어졌는데 왜 또 워킹을 해야 하나, 하는 꽁한 마음으로 갔어요. 막상 헤어 메이크업 하고 나니까 그래, 엄청 부끄러운 모습만 보여줬는데 뭐 하나라도 잘하는 거 남기자, 라는 생각으로 워킹했어요.

사실과 달리 ‘정호연 밀어주기’ 논란이 퍼져서 속상했겠어요.
어쨌든 제가 다른 사람보다 뭔가 혜택을 받긴 했으니까 말이 좀 있겠다 싶긴 했는데, 소속사 문제가 퍼질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정호연이 워킹을 잘해서 일부러 미션이 런웨이였다는 말도 있고요. 하지만 그게 부표 위에서의 워킹이었잖아요. 경력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라 운도 따라야 했고요… 그런 오해를 풀고 싶긴 하죠.

특히 이번 시즌은 참가자들의 거침없는 언사가 화제였잖아요. 방송을 어느 정도 믿어야 하나 싶을 정도로.
편집의 느낌은 있지만 없는 일을 연기할 순 없는 거잖아요. 떨어지려고 온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다들 자기를 알리고, 1등 하고 싶을 거 아녜요. 스트레스 많이 받아요. 언제 탈락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촬영이 빡빡하게 진행이 되니까 자신도 모르게 인간성의 바닥을 보이게 되는 거죠. 그 안에서는 언니고 동생이고 뭐고 살아남아야 하는 게 1순위니까요. 게다가 단체 생활이다 보니 설거지, 쓰레기 치우기, 청소 등 기본적인 것으로 맘 상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듣도 보도 못한 여자 15명이 모였는데 어땠겠어요. 그게 편집까지 되다 보니까… 똑똑한 사람은 좀 덜 부각되기도하고(웃음).

그렇게 똑똑한 사람은 누구였다고 생각해요?
똑똑한 건…(잠시 주저하다가) 황현주 언니요. 상황에 대한 대처나 인터뷰 때 수위 조절을 잘한 것 같아요. 다만, 단체생활에서는 외동딸의 성향이 좀 있긴 했어요. 눈치껏 했으면 좋겠는데 너무 정석으로 나간다거나. 반대로 정하은 언니는 좀 심했구나 싶은 건 있었어요. 평소에는 성격 좋고 쿨한 언니인데, 경쟁 구도 안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또 방송이다 보니 왜 저렇게 오버했나 싶은 부분도 있더라고요. 공교롭게 하은 언니의 ‘오버’한 부분만 편집된 거죠. 오히려 저는 까놓고 말하는 편이라 편집의 덕을 본 것 같아요.

패자부활전으로 올라간 다음에도 좀 헤매는 느낌이긴 했어요. 언제부터 욕심을 내고 임했나요?
패자부활전으로 돌아오고 나서 제작진이나 심사위원들도 얘가 미친 듯 독기 품고 발전하겠구나, 기대했을 거 아녜요. 그런데 계속 중간이었어요. 그러다가 부산 레드 카펫 미션 때, 현장 분위기만으로는 아주 좋았거든요. 아마 혜아랑 저랑 비슷하게 분위기가 좋았다고 기억해요. 그런데 혜아 순위가 더 높고, 저는 하위권인 거예요. 웬만큼이 아니고 미친 듯이 잘해도 혜아처럼 타고난 애들을 이길 수 없겠다는 충격이 현실로 다가오더라고요. 그 후 독기를 품고 쿠튀르 헤어 메이크오버 미션 때 미친 듯 움직여봤어요.

그때부터 쭉 치고 나가서 결국 톱3에 올라간 거잖아요.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우승을 못 해서 억울한 건 없나요?
처음에는 그저 귀엽게만 생겼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걸 잡지’ 전용 모델이다, 라는. 정말 나는 하이패션은 못하는 모델인가 싶어서 모든 걸 다 바꾸고 싶었어요. 살도 빼고요, 교정도 하고 있고 심지어 분위기도 바꾸려고 했어요. 촬영할 때 주로 하는 포즈나 워킹 방법도 바꿨어요. 평소에는 특이하고 튀는 스트리트 룩을 입었는데, 이제는 단순하지만 고급스러운 옷 위주로 입고 있어요. 할 수만 있다면 이름 빼고 다 바꾸려고 했어요. 마지막 심사 끝나고 나서 심사위원들께서 그 노력을 알아주시더라고요. 지금처럼만 하면 빠른 시일 내에 하이패션을 할 수 있다고, 톱모델이 될 수 있다고요. 그 말씀에 우승한 현지도 안 우는데 제가 눈물이 팡 터진 거예요. 너무 벅차고 감사해서요.

그런 노력을 통해서 어떤 자리에까지 올라가고 싶어요?
모델 시작하면서 목표로 잡은 게 빅토리아 시크릿 쇼였어요. 물론 모델스닷컴 랭킹 안에 당연히 들어야 할 거고요. 일단 좋은 화보를 만들고 싶어요. 칼리 클로스의 역동적인 포즈를 좋아하거든요. 도수코 준비하면서 엄청 따라했어요. 한국에서는 이혜정 선배님의 오라를 닮고 싶어요. 런웨이에서는 정말 강렬해서 소름이 끼치더라고요.

근성도 있고, 무엇보다 논란이 있었던 사람치고 긍정적인 모습이라 인상적이네요.
저도 사람인데 왜 속상하지 않겠어요. 처음에는 ‘회사발’이라는 얘기가 나쁘진 않았어요. 에스팀도 오디션 보고 노력해서 들어간 거잖아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심한 말이 나오니까 궁금해서 자꾸 보게 되고… 나쁜 말도 자꾸 보니까 중독성이 있더라고요(웃음). 아쉽긴 하지만 그런 논란을 끝낼 방법은 결국 노력해서 최고점을 찍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아요.

이렇게 멘탈이 강한 모델을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요.
저는 딱 하루 고민해요. 다음 날 아침이면 모든 것이 잘될 거라고 스스로 주문을 걸어요. 그래야 이 세계에서 버틸 수있으니까요.

프린지 장식의 검은색 가죽 재킷과 팬츠는 How and What,스터드 장식의 브라톱은 Agent Provocateur, 드라마틱한 튤 볼레로는 Kwak Hyun Joo Collection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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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를 뛰어넘는 길은 노력밖에 없어요 -TOP3 황현주
스토리가 필수인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대중은 가진 게 많은 사람보다는 어딘가 부족한 듯한 ‘결핍형’ 캐릭터에게 쉽게 동화되고 응원을 보내는 경향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시즌 우승에서 가장 멀어 보이는 도전자는 황현주였다. 우월한 신체 조건과 매력적인 얼굴은 물론이고 서울대라는 학벌과 아낌없는 부모의 지원까지 갖춘 황현주가 굳이 잔인한 서바이벌의 덫에 스스로 뛰어들었다는 건 누가 봐도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얄궂게도 그녀의 인기와 인지도는 같은 참가자 정하은과의 갈등을 통해서 수직 상승했다. 정하은의 유치한 도발에 어른스럽게 대처하는 황현주의 태도는 대중의 격한 공감과 전폭적인 응원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 각본 없는 드라마가 아니었더라도 황현주는 파이널리스트가 될 충분한 매력과 실력을 갖췄다. 가진 것도 많은데 노력까지 한다. 톱모델로 향하는 자질을 갖췄다는 말이다.

profile : 1992년 2월 4일생 | 서울대 체육교육과 재학 중 | 174cm, 50kg, 31-24-33

<W Korea> 다 끝나니까 기분이 어때요?
황현주 오랜 여정이었죠. (잠시 생각하다가) 일단 기대한 것보다 이룬 성과가 많아서 무언가를 대가 없이 얻은 기분이에요.

고생 많이 했잖아요. 왜 대가가 없다고 생각해요?
발레랑 비교해서 그렇다는 거예요. 제가 10년 넘게 발레를 했는데요, 발레라는 예술이 원하는 체형이 있는데 저는 심하게 악조건이었어요. 초등학생 때 처음 만나서 사랑에 빠져버렸는데, 선생님들이 너는 발레 못하는 몸이니까 포기하라고 하는 거예요. 턴 아웃을 못하는 말린 골반이라고. 제가 외동딸이잖아요. 제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고, 하고 싶으면 다 해왔는데, 정말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게 있다는 걸 처음 안 거죠. 그런데도 했어요. 또래하고 어울려서 논 기억이 거의 없어요.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노력했고 그게 저를 성숙하게 만들었어요. 결국 노력하지 않는 애들은 다 따라잡았거든요.

그런데 모델은 노력 안 해도 된다고 느꼈나요?
발레보다는 모델 쪽에 더 재능이 있다고 발견하게 됐거든요. 제 프로포션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심하게 말하면 가만히 있더라도 모델 같다는 말을 듣게 되었어요. 타고난 재능을 인정받은 게 도수코 와서 생긴 일이니까요.

발레로 서울대 갈 정도면 엄청 잘하는 거 아닌가요?
다니던 학원에서 10명이 선화예중에 지원했는데 딱 2명 떨어졌어요. 그중 한 명이 저였어요. 타고난 조건이 열악해서 안 된다는 게 이유였어요. 그 후로 8년간 개인 레슨만 받아서 서울예고에 갔고, 서울대까지 붙었어요. 서울대는 특기자 전형이다 보니 콩쿠르 수상 경력을 많이 봐요. 무용협회 콩쿠르 1등을 비롯해 웬만한 상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공부도 놓치지 않았고, 좋은 학교 나와서 유명 발레단에 들어가고 싶었죠.

그러다가 모델을 생각하게 된 터닝포인트는 뭐였어요?
고등학생 때 키가 쑥 큰 거예요. 자고 일어나서 세수하려고 보면 세면대가 낮게 느껴질 정도로. 주변에서 모델 하라고들 하니까 솔깃은 했지만 나랑 다른 세계 일이라고 생각했죠. 그러다 대학에 갔는데, 사범대라서 공부할 게 너무 많아서 발레 할 시간도 없는 거예요. 체육교사 되려고 여기에 온 게 아닌데, 하면서 방황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인터넷에서 우연히 슈퍼모델 선발대회 공고를 봤어요. 방학 기간이랑 딱 맞길래 기분전환 삼아 신청하고서, 아무리 그래도 기본은 쌓아야 할 것 같아서 찾아간 곳이 DCM이었어요. 거기서 노선미 원장님도 처음 만났고요.

모델계의 전설 노선미 원장님이 각별하게 아낀다는 말을 들었어요.
첫인상은 키가 엄청 크고 눈도 찢어지고… 무서운 분이었어요. 수업을 받아야 한다기에 그냥 집으로 돌아왔는데, 추진력 강한 엄마가 일단 한번 해보라며 밀어 주셨어요. 노선미 원장님께서 마스크가 워낙 좋으니 살만 좀 빼자고 하시더라고요. 발레보다 더 말라야 하는 직업이 있다니! 3~4년 도전한 사람들 사이에서 초보인 제가 본선에 올랐고 상도 받았어요. 원장님 덕분에 좋은 일도 조금씩 들어왔고요. 제 모델 커리어의 은인이신 거죠.

도수코에 처음 들어왔을 때, 다른 도전자에게 어떤 인상을 받았나요?
세상에 너무 좋은 모델이 많더라고요. 처음엔 김혜아가 우승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신체 조건이 훌륭했거든요. 그리고 호연이도 참 괜찮아 보였고요. 에스팀에서 밀어줘서 톱3 간다는 소문도 있었고. 결국 루머이긴 했지만요. 실제로 보니 성격도 매력적이라 인기도 많을 것 같았고요. 호연이가 초반에 부진해서 탈락했을 때 다행이라고 생각했을 정도예요. 그런데 결국 부활해서, 하하.

방송 내내 상위권을 놓치지는 않은 반면, 인상적으로 폭발적인 순간은 없었어요.
그래서 계속 2, 3등만 했잖아요. 인생 전체를 봐도 늘 2등만 계속했단 말이에요. 팍 쏟아내야 모 아니면 도가 나오는데 평균 이상으로만 하자는 안전주의 성향이 나와서가 아닐까요. 합성화보 미션에서 처음으로 1등을 했는데, 몸이 많이 아플 때였어요. 극한 상황이 저를 더 미치게 만드니까 새로운 게 나오더라고요.

응원하는 팬이 많았는데 결국 우승은 신현지 씨 몫이었죠. 이유를 분석해봤나요?
3회 땐가, 초반에 3명이 떨어지는 미션이 있었는데, 그때 현지가 떨어질 줄 알았어요. 페이스는 좋은데 포즈가 너무 엉성하다고 느꼈죠. 그런데 우승자가 될 줄이야. 남 욕하면 돌아온다고, 그래서 제가 현지한테 졌나 봐요, 하하. 현지는 어떤 각도에서 찍어도 잘 나오고 무엇보다 나이도 어리고. 저보다 네 살 어린 친구인데 걔가 4년 후에는 어떤 모델이 되어 있을지 모른다는 부분이 솔직히 무서워요. 센스도 있고요. 그래도 저는 늘 평타로 꾸준하게 잘해와서 솔직히 우승도 기대는 했어요. 프로그램 취지에는 너무 재미가 없었나….

‘재미’ 면에서는 정하은 씨와 함께 시청률을 높인 일등공신이 아닐까 싶은데요. 화해하는 장면이 전파를 타긴 했지만 너무 급작스러웠어요. 비하인드를 좀 더 자세히 들려준다면?
악마의 편집이라고들 하잖아요. 억울한 일이 많았지만 방송에는 저도 못되게 보일 수도 있어서 각오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대로 나오더라고요.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 같아요. 저를 싫어하는 부분이 하은 언니에게 보였고, 붙임성이 없으니까 더 싫어하게 됐을 거고. 저도 너무 진지하게 임한 부분이 있어요. 그 언니는 객관적으로 보면 유머 감각도 있고 보스 기질도 있어서 애들도 잘 휘어잡고 챙겨주고, 그래서 다들 잘 따랐어요. 저랑 친한 혜아나 시원이한테도 어느 정도는 잘해줬거든요. 그래서 내가 진짜 문제가 있나? 싶기도 했어요. 살아남으면 덜 억울하기라도 할 거 같아서 미션에 더 집중했던 것 같아요.

그 이후에 서로 연락은 했나요?
스타일아이콘어워드 때 도수코 모델들이 다 모였어요. 그때 처음으로 숙소에서와 다른 하은 언니 눈빛을 봤어요. 그래도 완전히 풀린 상태는 아니라서 조용히 있었는데 언니가 먼저 따로 보자고 부르더라고요. 본인이 봐도 너무 유치했고 창피하다고, 작은 것도 크게 느껴졌는데 지금 생각하면 절 싫어하는 이유 조차 명확하지 않다고. 카메라가 없는 상태에서 말한 그 사과만큼은 진심으로 느껴졌어요. 물론 살갑게 지낼 수는 없겠지만, 기분은 괜찮아졌어요. 저도 배운 게 많아요.

독자들과 팬들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해도 되겠어요. 앞으로는 모델로서 발전하는 모습만 기대하고 싶어요.
꿈을 크게 갖고 해외에 나가서 활동하고 싶어요. 참, 요즘엔 연기 수업도 받고 있어요.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모델이 되고 싶어요. 그게 남들이 갖지 않은 제 무기인 것 같아요. 타고난 유전자를 뛰어넘어 톱모델이 되려면,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노력하는 길밖에는 없으니까요.

에디터
패션 디렉터 / 최유경
포토그래퍼
홍장현
모델
정호연, 황현주
스탭
헤어 / 김정한, 메이크업 / 박혜령, 어시스턴트 / 임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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