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m Browne 2023 F/W Collection

명수진

톰 브라운 2023 F/W 컬렉션

톰 브라운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 영감을 받아 한 편의 동화 같은 무대를 선보였다. 장소는 뉴욕의 더 셰드(The Shed). 원형의 런웨이에 고운 모래를 깔고 불시착한 프로펠러 비행기 한 대와 행성과 별 오브제의 세팅. 재깍거리는 시계 소리, 어린 왕자 문구를 읊는 내레이션과 함께 여기가 어딘가 두리번거리는 연극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모델이 등장했다. 이번 시즌 스토리의 주연인, 과장된 볼륨감과 코르셋을 재해석한 퀼팅 패딩을 입은 조종사와 그레이 컬러 톰 브라운 플란넬 슈트와 골드 트위드 원피스를 입은 어린 왕자! 이어 외계 행성에서 만난 새로운 종족 무리가 차례로 등장했다. 톰 브라운은 ‘어른과 어린아이 사이의 이야기다. 컬렉션은 두 섹션으로 나뉜다. 어른 섹션은 와이드 숄더 코트, 재킷, 스커트, 팬츠를 트위드 소재로 구성했다. 어린아이 섹션은 핀 스트라이프 패브릭을 흥미로운 방식으로 재구성했다’고 밝혔다.

풍부한 질감의 트위드를 비롯해 타탄, 핀 스트라이프, 셔츠, 넥타이, 코르셋, 스커트, 실크, 자카드, 페이즐리, 스티치, 리본, 크리놀린, 아메리칸 스포츠 웨어의 다양한 요소들이 해체되고 전복됐다. 재킷이 스커트로 변형되었고 팬츠는 상의가 됐다. 클래식한 맞춤 슈트는 안과 겉을 뒤집어서 착용했다. 빅뱅을 방불케하는 대혼돈 속에서도 톰 브라운 특유의 정교한 테일러링과 트위드 소재의 풍부한 양감은 빛이 났다.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ouncil of Fashion Designers of America)의 신임 회장이 된 톰 브라운은 2021년 9월 이후 오랜만에 뉴욕패션위크로 컴백하면서 무려 총 35분 길이의 컬렉션을 선보였다. 창작에 대한 어린아이 같은 열정을 보여준 것! 그는 ‘톰 브라운 컬렉션은 단순히 매장에서 어떤 옷을 판매하는지 보여주기 위한 비즈니스가 아니다. 다음 시즌 아이디어에 대한 이야기다’라는 말을 남기며 젊은 디자이너들을 독려했다. 그리고 그는 마침 밸런타인데이였던 컬렉션의 피날레에서 쇼를 감상하던 그의 연인인 앤드루 볼튼(Andrew Bolton)에게 하트 모양 초콜릿 박스를 선물한 후 수줍게 런웨이를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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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스 에디터
명수진
영상
Courtesy of Thom Brow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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