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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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니 20주년을 기념해 열린 마르니 플라워 마켓(Marni Flower Market)에서 만난 마르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콘수엘로 카스틸리오니(Consuelo Castiglioni)와 나눈 꽃에, 꽃을 위한 순간들.

마르니의 성장과 함께해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콘수엘로 카스틸리오니. 연륜과 우아함이 묻어나는 그녀의 자연스러움이 눈부시다.

마르니의 성장과 함께해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콘수엘로 카스틸리오니. 연륜과 우아함이 묻어나는 그녀의 자연스러움이 눈부시다.

1. PVC로 엮어 만든 스커트로 장식된 마네킹과 마르니 특유의 대담한 꽃 프린트가 더해진 리미티드 에디션 백.2. 위트와 생기가 넘치는, 마르니 플라워 마켓을 알리는 무드 보드.3. 콜롬비아 여성들이 수작업으로 만든 메탈 장식품과 PVC 소재 동물 모형도 마켓에서 판매되었다.

1. PVC로 엮어 만든 스커트로 장식된 마네킹과 마르니 특유의 대담한 꽃 프린트가 더해진 리미티드 에디션 백.
2. 위트와 생기가 넘치는, 마르니 플라워 마켓을 알리는 무드 보드.

3. 콜롬비아 여성들이 수작업으로 만든 메탈 장식품과 PVC 소재 동물 모형도 마켓에서 판매되었다.

마르니의 2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이번 플라워 마켓이 마르니 20주년 이벤트의 첫 신호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멋지고 즐거운 이벤트를 어떻게 기획하게 된 것인지?

콘수엘로 카스틸리오니 우선, 전통적이고 평이한 축하 행사는 피하고 싶었다. 꽃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품어온 데다 플라워 마켓이라는 공간 이 선사하는 생동감과 에너지는 항상 나를 매료시켰다. 각 지역만의 문화와 향기를 맡을 수 있는, 발랄함과 풍부한 색감이 넘치는 곳이기 때문이다. 플라워 마켓을 오픈한다는 건 많은 사람들과의 소통을 의미한다. 특별히 패션이 관심이 있는 이가 아니어도 즐길 수 있는 대상이니까 말이다. 사실 플라워 마켓이 선사하는 화사한 색감과 생기, 자연적인 요소 등은 정확히 마르니의 정신과도 연계된다. 그래서 우리는 20주년에 관한 일련의 이벤트를 ‘마르니 프리즈마(Marni Prisma)’로 칭하고 앞으로 1년 동안 다양한 형태로 사람들과 소통하며 마르니의 다층적이고 다 면적인 자화상을 보여주기로 했다. 프리즈마 프로젝트는 세계 여러 도시들을 통해 소개될 예정이다. 그 시작이 바로 밀라노에서 치러진 ‘마르니 플라워 마켓’이었고, 이 행사는 적극적으로 대중과 호흡하고 대화할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다.

2015 S/S 시즌 쇼에서도 역시 꽃에 대한 당신의 애정이 드러난다. 마르니의 아이덴티티를 함축하는 꽃이 지닌 의미는?

마르니의 컬렉션에는 론칭부터 지금까지 항상 플라워 프린트가 있어왔다. 꽃이 선사하는 세상은 매력적이다. 생명력, 생기, 자연스러움 등 나에게 전해지는 모든 ‘꽃’의 감성이 곧 ‘마르니’의 감성이다.

마르니 플라워 마켓의 초대장인 화려한 꽃무늬를 새긴 봉투에는 작은 씨앗들이 들어 있었다. 많은 패션 브랜드들이 ‘자연’에서 영감을 받곤 하는데, 당신의 방식은 단순히 옷을 통한 표현을 넘어 이번 프로젝트처럼 좀 더 적극적인 방식인 것 같다 .

나에게 ‘자연’은 가장 중요한 영감의 요소라 할 수 있다. 밀라노의 우리 집에는 정원이 없지만, 포르멘테라(Formentera)에 있는 집에는 커다란 정원과 자연이 있다. 산책을 하면서 주변의 경관을 즐기고, 식물의 향기를 가까이할 수 있는 환경에 감사하곤 한다.

이번 행사의 큰 의미 중 하나는 바로 ‘나눔’ 아닐까 싶다. 이번 리미티드 에디션의 판매 수익금 중 일부는 ‘비말라 재단(Vimala Association)’에 기부된다고 알고 있다. 또 인도에 거주하는 티베트 장애우의 치료 지원, 그리고 학교나 거주지의 복원과 유지를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이러한 채러티 프로젝트의 기부 과정과 의미에 대해서 좀 더 소개해달라.

비말라 재단과는 여러 해 전부터 나눔의 인연을 맺어왔다. 이번 마르니 프리즈마 프로젝트를 통해서는 특별히 장애 아동을 위한 기부를 추진하고 있는데, 티베트의 중증 장애아를 돌보고 있는 곳인 인도의 한 교육및 보육 시설을 도울 예정이다. 마르니의 기부 프로젝트는 이전에도 자주 어린이들을 염두에 두고 기획되었다. 그중 첫 채러티 프로젝트로 선보인 것이 세계의 어린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을 응용한 아이템이었다.

9월 21일 대중에게도 동시에 공개된 이번 마르니 플라워 마켓은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소통’의 장이었다. 많은 이들이 플라워 마켓을 즐기는 모습을 본 소감은?

더블유 코리아와의 포트레이트 촬영을 위해 이동하며 잔디 위에 마르니가 마련한 페인팅 천 위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기뻤다. 많은 대중이 관심을 갖고 참여한 모습을 보니 감격스럽기도 했다. 특히 어린이와 그 가족이 플라워 마켓에 참여해 즐기는 모습은 큰 감동이었다.

마르니 플라워 마켓을 통해 뮤제오 델 밤비노 디 밀라노와 협업을 벌인 것으로 알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워크숍도 진행했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이었는지 궁금하다.

다양한 형태의 워크숍이 있었다. 마르니 아틀리에에서 모아온 여러 소재를 이용한 목걸이 등의 액세서리 만들기, 마르니 컬렉션의 패브릭을 재사용해 인형을 모델링하기, 실제 다양한 꽃을 통해 식물을 표현하기 등 다채로운 수업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4. 플라워 마켓을 찾은 이들과 반갑게 얘기를 나누는 콘수엘로 카스틸리오니.5. 꽃에서 영감을 받은 색색의 다채로운 아카이브 프린트를 더한 가드닝 백들. 마르니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브랜드의  독창적인 꽃무늬 프린트를 강조했다.6. 밀라노의 로톤다 델라 베사나의 정원을 장식한 동물 모형들. 이번 행사 수익금 중 일부는 제3세계의 장애 아동들을 위해 기부된다.

4. 플라워 마켓을 찾은 이들과 반갑게 얘기를 나누는 콘수엘로 카스틸리오니.

5. 꽃에서 영감을 받은 색색의 다채로운 아카이브 프린트를 더한 가드닝 백들. 마르니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브랜드의  독창적인 꽃무늬 프린트를 강조했다.
6. 밀라노의 로톤다 델라 베사나의 정원을 장식한 동물 모형들. 이번 행사 수익금 중 일부는 제3세계의 장애 아동들을 위해 기부된다.

이번 마켓에서 소개된 리미티드 에디션의 컬렉션은 어떤 영감을 받았는지, 그 디자인 과정은 어떠했는지도 궁금하다. 그중 가드닝 도구가 함께 있는 가드닝 백이나 대담한 아카이브 프린트의 화보 홀더 등은 주제에 어울리는 탐나는 아이템들이었다. 한편 올해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 마르니가 선보인, 콜롬비아 여인들이 수작업으로 만든 메탈과 PVC 소재의 동물 모형도 만날 수 있어 기뻤다.

플라워 마켓에 소개된 주요 제품들은 어른과 아이들을 위한 가드닝 앞치마와 쇼핑백, 마르니가 디자인해 특별함을 더한 화분들, 아이들을 위한 가드닝 도구 세트와 백, PVC와 가죽을 이용한 화분 운반용 가방 등이다. PVC와 메탈을 이용한 동물 모형은 밀라노 살로네 델 모빌레(Salone del Mobile) 행사를 위한 스페셜 채러티 피스로 이번 행사에서도 함께 선보여 그 의미를 더했다. 아직 서울에 어떤 아이템이 선보이게 될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최대한 많은 피스가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르니 플라워 마켓에선 콜롬비아 여인들이 직접 손으로 만든 동물 모형뿐만 아니라, 잠비아에서 수작업으로 페인팅한 원예용 코튼 앞치마도 선보였다. 제3세계에서 제작된 수작업 아이템에 대한 당신의 관심은 아까 질문한 채러티의 의미와도 연결고리를 갖는 듯 보인다.

어느 날, 잠비아의 수공예 예술가들을 만나게 되었다. 전통 패턴을 이용해 만든 수작업 페인팅들은 플라워 마켓에 꼭 들어맞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제3세계를 돕자는 의미 이전에 순수하게 그들의 예술 작업에 매료되어 자연스레 협업을 진행하게 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의자와 동물 모형의 피스들은 이번 밀라노 가구 박람회를 기회로 시작된 채러티 프로젝트다. 이처럼 첫해에는 의자, 그리고 이듬해엔 또다시 동물 모형 등으로 콜럼비아 여인들과의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더블유 코리아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SNS 계정을 통해 마르니 플라워 마켓의 아름다운 현장을 실시간으로 알렸다. 물론 해시태그(#marniflowermarket)도 잊지 않았고 말이다. 잘 알다시피 오늘 날 패션계에서는 이처럼 디지털을 유용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SNS로 대변되는 디지털 패션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다.

약간은 낯설지만 독특하고 매력적인 세계임은 분명하다. 테크놀로지는 다양한 시험과 시도를 해볼 수 있는 또 다른 영역으로서 마르니 역시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마르니의 스페셜 프로젝트팀 디렉터를 맡고 있는 딸 카롤리나(Carolina)가 마르니닷컴(Marni.com)과 같은 디지털 채널 커뮤니케이션을 총괄한다. 그 아이 덕에 마르니가 레디투 웨어와 액세서리 전 라인을 디지털 마켓에 선보인 첫 브랜드 중 하나가 될 수 있었다. 카롤리나는 2011년에 ‘마르니 랩(Marni_Lab)’이라고 일 컬어지는 스페셜 프로젝트와 워크숍 기획 등을 포함한 마르니닷컴의 론칭을 주도했다. 오늘날 마르니 웹사이트는 블로그 ‘와플링(Waffling)’ 과 온라인 저널 ‘안티카메라(Anticamera)’를 비롯해 마르니에 대해 좀 더 직접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콘텐츠를 지닌 공간으로 중요하게 활용되고 있다.

앞으로 이어질 마르니의 20주년을 기념한 프로젝트가 너무 기대된다. 현재 계획 중인 남은 프로젝트에 대해 살짝 귀띔해준다면?

마르니 프리즈마 프로젝트의 다음 행선지는 홍콩이다. 그곳에서 플라워 마켓이 다시 열릴 예정이다. 이어서 마르니 바자 이벤트가 도쿄에서 열리며, 조만간 또 다른 흥미롭고도 비밀스러운 스페셜 프로젝트가 베니스의 아트 비엔날레를 통해 공개될 것이다.

자, 이제 플라워 마켓에서 조금 더 폭을 넓혀 20주년을 맞이한 브랜드 마르니에 대해 묻겠다. 지난 20년 만에 이토록 하이패션의 정점에서 널리 사랑받는 브랜드로 성장했다니 놀랍다. 오늘날 성공한 이탤리언 패션 브랜드로서 마르니가 추구하는 특별한 가치와 문화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

마르니는 디자인에 있어 연구와 실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한 ‘Made in Italy’의 자부심을 지닌 채, 높은 품질을 고수한다. 나는 전형적인 무언가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래서 항상 어떤 실험적인 요소를 선택하고 발전시킬지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2015 S/S 쇼에선 옷의 커팅에서 드러나는 날 것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 이국적인 세계에 대한 관심, 꽃에 대한 애정 등이 다양하게 엿보였다. 당신이 지향하는 궁극의 미적 가치는 무엇인가? 그리고 이번 쇼에선 당신은 어떤 방향으로 그 가치들을 어필했으며, 피날레에서 당신의 머릿속을 스친 생각과 장면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이번 시즌은 브랜드 탄생 20주년을 기념하는 매우 특별한 기회였다. 그래서 마르니만의 변별력과 미학이 비주얼 메시지로 강하게 어필되길 바랐다. 컬렉션은 초반에 심플한 일련의 흰색 패브릭 룩이 등장하다가 화려한 컬러와 패턴의 룩으로 변모하며 다양한 마르니만의 코드를 담아내는 과정으로 꾸려졌다. 즉 실루엣과 볼륨의 연구, 프린트와 질감의 조화, 소재의 디테일 작업, 피날레의 의상들까지 모두 이런 일련의 가치와 연구들이 잘 묻어나도록 고심했다.

자, 이제 마지막 질문이다. 지난 시간 동안 마르니의 자아를 공고히 쌓아온 당신이 꿈꾸는 마르니의 미래는 어떠한 모습인가?

지난 20년간, 마르니의 발전과 성장 과정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시류를 따르기보다는 항상 우리의 아이덴티티를 존중하고 마르니다운 요소에만 집중했음에도 말이다. 이처럼 미래에도 항상 ‘마르니다움’을 유지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에디터
패션 에디터 / 박연경(Park Youn Kyung)
포토그래퍼
RICCARDO VIMERCATI
PHOTO
COURTESY OF MARNI
밀라노 통신원
WOO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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