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시즌2 예습 복습

우영현

설레발 같지만, 이 예상이 다 들어맞으면 어떡하지.

시즌1 마지막 장면의 떡밥은?

<카지노> 시즌1은 누가 봐도 악랄한 빌런 서태석(허성태)이 차무식(최민식)에게 총을 겨눈 뒤 총성이 울리는 장면으로 끝났다. 차무식이 장렬한 최후를 맞을 거라 예상한 사람이 과연 있었을까? 그가 퇴장하면 <카지노> 역시 문을 닫는데도? 시즌2 예고편이 스포일러를 알렸듯 아니나 다를까 차무식은 이 위기를 모면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왕년에 특수부대였다지만 그가 존 윅도 아니고, 총을 겨눈 상대를 힘으로 제압하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보다는 시즌1에서 철두철미함과 치밀한 계략, 엄청난 정보력을 보여준 차무식이 서태석을 꼼짝 못 하게 만들 약점을 쥐고 으르렁거리며 몇 마디로 그를 무릎 꿇게 만든 게 더 설득력을 갖는다. 그래야 차무식답다. 더구나 그 협박은 서태석의 시기와 열등감을 증폭시키고, 서태석이 살아남기 위해 벌일 암투가 시즌2의 판을 혼란스럽게 뒤섞을 것이다. 그나저나 허성태는 이번에도 자신의 존재를 살벌하게 증명했다.

손석구의 노쇼 논란 종결?

“손석구 노쇼 논란이다.” <카지노> 시즌2 공개를 앞두고 웹예능에 출연한 이동휘가 5회에서야 등장한 손석구를 옆에 두고 이렇게 농담을 던졌다. 웃자고 한 얘기지만 추앙받는 대세가 된 손석구의 차기작인 <카지노>가 엄청난 관심을 받았으나, 뒤늦은 등장에 대한 성토가 적지 않았다. 마침내 모습을 보인 손석구의 캐릭터와 비중 역시 예상을 빗나갔다. 그가 연기한 오승훈은 두둑한 수사 경험이나 히어로 기질과는 한참 거리가 먼 경찰이다. 등장 초반에 떡밥처럼 흘러나온 “베스트 경찰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이력에서 허허실실 정체와 실력을 감췄구나 싶었지만 그것도 아니다.

시즌2는 이런 오승훈이 “꿀 빨기는커녕 완전 똥 밟은” 상황을 거듭 겪으면서 점점 각성하는 드라마틱한 그림이 예상된다. 시즌1 막바지, 무방비로 추격전을 치른 그가 무기를 불법적으로 마련하는 장면도 단초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손석구가 직접 “앞으로 많이 나온다. 평범한 공무원이 진정한 경찰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려보고자 했다”고 밝혔다. 또 시즌2 예고편에 차무식의 수족인 상구(홍기준)가 오승훈에게 차무식을 잡으라며 정보를 건네는 장면이 담겼으니, 손석구의 활약이 절정에 이를 게 분명하다. 그 말인즉 그의 뚱한 표정에 맹수 같은 눈빛이 감돈다는 뜻이다. 손석구에게서 보고 싶은 바로 그 얼굴이다.

 

최민식은 진짜 억울할까?

<카지노> 시즌1은 차무식이 민회장(김홍파)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차무식이 깍듯하게 모시는 민회장은 그를 카지노 세계로 이끈 인물이다. 드라마는 자신만만하게 패를 보여주듯 차무식의 앞날이 어떻게 전개될지 처음부터 알려주었다. 시즌2는 살인 용의자로 몰려 한국으로 압송된 차무식이 자신의 자리를 되찾기 위한 악전고투가 그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회장을 처리하고 차무식에게 이를 뒤집어씌운 범인의 정체가 상당히 궁금한데, 차무식이 만든 적들이 하도 많아 확실한 예상을 내놓기 어렵다.

그보다는 다른 의구심이 든다. 차무식이 억울하게 누명을 쓴 게 아니라면? 진짜 그가 범인이라면? 그럴싸한 동기가 없는 것도 아니다. 돈 앞에서는 자신을 철썩같이 따르는 동료도 믿지 않는 욕망의 화신 차무식이 ‘카지노의 왕’이 되려면 민회장은 넘어서야 하는 대상이다. 늘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 민회장의 속내가 실제로는 호락호락하지 않으며, 날로 커지는 차무식의 세력을 경계하고 있을 거라는 그럴듯한 예측도 있다. 연출과 각본을 맡은 강윤성 감독은 <카지노>를 “욕망을 좇아 몰려드는 불나방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불나방 같은 이들에게 의리는 허울 좋은 낭만이자 사치일 뿐이니, 그들의 관계가 해피엔드에 도달하지 못할 건 눈치 챘을 것이다.

이동휘는 흑화할까?

시즌2 예고편의 강력한 스포일러 중 하나는 정팔(이동휘)의 심경 변화이다. 차무식의 오른팔인 정팔이 차무식의 비밀 금고에 보관된 돈을 챙기는 장면이 공개됐다. 시즌1에서 자신이 좋아했던 소정(손은서)과 필립(이해우)이 빼돌리다 실패한 거액을 차무식이 가로챈 사실을 알게 되어 배신감에 휩싸여 등을 돌릴 것으로 짐작된다. 또 체포된 차무식이 한국으로 압송된 후 정팔이 그의 빈자리를 노리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만 그가 완전히 흑화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정팔은 ‘차무식 패밀리’ 중에서 인간미와 낭만이 스며든 거의 유일한 인물이다. 그런 점에서 다시 카지노로 돌아와 재기를 위해 새로운 판을 설계하는 차무식에게 손을 내밀 거라 예상한다. 만약 이게 얼토당토않는 소리라 해도, 차무식에게 뒤통수를 맞은 정팔이 빌런 끝판왕으로 변모한다 해도 상관없다. 이동휘는 되려 그런 역할도 무척 어울린다. 얼핏 인간적이고 적당히 못된. 벼랑 끝으로 몰린 차무식에게 정팔이 위태로운 얼굴로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이병헌이 그랬듯 이렇게 묻는 거다. “말해 봐요. 나한테 왜 그랬어요?”

시즌2의 새로운 얼굴은?

강윤성 감독은 각본 작업을 하면서 이름 붙인 캐릭터만 170명 정도가 됐다고 인터뷰에서 얘기했다. 매회 10명 이상의 인물이 나오는 셈이니, 8화로 구성된 시즌2에 새로운 얼굴이 대거 등장할 게 확실하다. 그들 중에는 의외라서 더욱 새롭고 반가운 배우도 있을 거다. 시즌1에선 강윤성 감독과 <범죄도시>로 한 팀이 됐던 진선규가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인상적인 장면을 남겼다. 그럼 시즌2에는 마동석이? 그가 연기한 <범죄도시> 시리즈의 마석도 형사가 필리핀에서 체포된 차무식을 한국으로 데리러 오는 역할로 등장해 두 작품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것도 어색하지 않을 법하다. 아니다, <범죄도시2>에서 손석구가 악역으로 나와 마동석에게 두들겨 맞는 바람에 세계관이 꼬일 수밖에. 어차피 그럴 가능성은 제로다. 강윤성 감독이 시즌2에 마동석은 안 나온다고 딱 잘라 말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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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에디터
우영현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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