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가 시작되고 3초. 지민에게 빠져들기에, 그거면 충분하다.
피 땀 눈물
“내 피 땀 눈물 / 내 마지막 춤을 / 다 가져가 가”. 비유하자면, 축구 국가대표팀 조규성이 헤딩 멀티골로 존재감과 반전을 터뜨린 월드컵 가나전 같은 곡이 아닐까. ‘피 땀 눈물’의 첫 소절은 지민이 ‘도입부 장인’이라는 수식어를 제 것으로 만듦과 동시에 지민의 인트로가 하나의 장르처럼 인식되기 시작한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지금 봐도 여기에는 지민의 고유함이 선명하게 번뜩인다. 아니,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랴. 멤버들이 입을 모아 말한 것처럼, “지민만 가능한 도입부”. 지민에게도 새로운 챕터의 선언이었을 거다. 뮤직 비디오를 본 RM의 반응이 딱 그랬다. “옛날의 모찌 지민이가 아니야”.
Save ME
“난 숨쉬고 싶어 이 밤이 싫어 / 이젠 깨고 싶어 꿈속이 싫어 / 내 안에 갇혀서 난 죽어있어 / Don’t wanna be lonely / Just wanna be yours”. 지민이 ‘도입부 장인’이라는 수식어를 하루아침에 이뤄낸 것은 아니다. ‘피 땀 눈물’보다 먼저 선보인 ‘Save ME’에 그 조짐이 있었다. 청춘들을 위한 송가 같은 노래가 시작되자, 지민은 가사에 담긴 감정과 느낌을 표정, 몸짓으로 하늘하늘 섬세하게 표현했다. 음소거를 하고 안무를 보더라도 그 정서가 느껴질 지경이다. 그런 점에서 방탄소년단의 노래들로 뮤지컬을 만든다면 ‘Save ME’는 필수다.
Best Of Me
“When you say that you love me / 난 하늘 위를 걷네 / 영원을 말해줘 just one more time”. 시작과 동시에 치고 나오는 지민의 영롱한 보이스와 가사가 둘도 없는 단짝처럼 조화롭다. ‘난 하늘 위를 걷네 / 영원을 말해줘’라는 소절이 보여주듯 지민의 음색은 설렘과 애절함의 감정을 다 아우른다. 이 영상에선 지민의 퍼포먼스도 빼놓을 수 없다. 부드럽게 걸어 나오며 양손을 모았다가 위를 향해 뻗은 뒤, 휙 빠지면서 방점을 찍는 우아하면서 단호한 손짓까지. 그 순간만큼은 지민의 독무대나 마찬가지다.
HOME
“미칠듯한 설레임에 / 인사조차 못했어 / Yeah I’m going out baby / 온 세상이 내 집”. 팬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집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팬송으로 지민의 하이톤 보이스가 팡팡 튀어 오르며 시작된다. 지민의 유니크한 보컬에 대해서 ‘유일무이’라는 표현이 이견 없이 쓰이곤 한다. 방탄소년단의 시그니처 중 하나인 지민의 목소리로 팬들을 위한 노래를 건넨 점이 특별하게 느껴진다. 지민은 “그 언젠가 / 초인종이 세 번 울리면 / 문을 열어주겠니”라는 소절을 부르기도 한다. 그걸 듣고 마음을 열지 않는 팬이 과연 있을까 싶다.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모든 게 궁금해 How’s your day / Oh tell me / 뭐가 널 행복하게 하는지 / Oh text me”. 어떤 가사든 지민의 보컬로 옮겨 표현되면 그 자체로 새롭고 인상적인 창작물이 되는 것 같다. ‘작은 것들을 위한 시’의 도입부도 그렇다. 가사를 그냥 읽으면 일상적인 안부인데, 지민이 부르면 다르다. 세상에 이렇게 매끈하고 세련된 안부가 있나. 고유한 음색의 영향도 크지만 지민의 움직임처럼 가사의 언어들이 유려하고 날렵하게 들린다. ‘춤을 추듯 노래한다’라는 말을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ON
“I can’t understand what people are sayin’ / 어느 장단에 맞춰야 될지 / 한 발자국 떼면 한 발자국 커지는 shadow / 크게 강렬하게.” 방탄소년단 정규 4집 <MAP OF THE SOUL : 7>의 타이틀 곡 ‘ON’은 그야말로 파워풀하다. 마칭 밴드 사운드를 동력으로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며 드라마틱한 구성도 돋보인다. 이를 예고하듯 노래의 포문을 여는 지민의 시각적 이미지는 강렬하다. 크고 역동적인 지민의 퍼포먼스 혹은 기운이 군무 사이로 힘차게 뻗어 나온다. ‘ON’은 처음부터 끝까지 킬링 포인트 일색이다. 지민의 도입부는 그 첫 번째 결정타로 손색없다.
- 프리랜스 에디터
- 우영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