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에서 보내는 고요한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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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제2의 도시이자 지역 고유의 문화와 삶의 리듬을 갖춘 곳. 치앙마이는 휴식이 필요하면서도 세상을 너무 등지고 싶진 않은 여행자를 부른다. 치앙마이 시내 한가운데, 기품 있는 아난타라 치앙마이 리조트가 있다.

평화로운 핑강을 마주한 수영장.

아래위로 긴 지형을 띤 태국의 북부에 고즈넉한 천국 같은 그 이름, 치앙마이가 있다. ‘한 달 살아보기’ 를 꿈꾸는 여행자들의 발길이 유독 많이 향하는 휴식처. 동시에 최근 인천에서 직항하는 비행기들이 다시 뜨기 전, 팬데믹 시기에도 골프 여행지로 큰 인기를 누린 곳이 치앙마이다. 겨울의 치앙마이는 내국인들에게도 사랑받는다. 푸껫이 있는 남부와 방콕이 있는 중부에 비하면 덜 후텁지근한 날씨이기 때문이다. 방콕에 살다가 잠시 치앙마이를 방문한 어느 호텔리어에게 방콕의 친구들은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거기 정말 그렇게 춥니?” 치앙마이의 저녁 기온이 20℃쯤 됐을 때의 이야기다. 12월 초 어느 저녁 핑(Ping)강이 바라보이는 레스토랑 야외석에 앉아 있을 때, 덥지도 선선하지도 않은, 그야말로 중도의 상태를 느낄 수 있었다.

과거 영국 영사관 건물이었던 이곳에 레스토랑과 바가 있다.

레스토랑인 더 서비스 1921의 야외석 분위기.

아난타라 치앙마이 리조트(Anantara Chiang Mai Resort)는 도심에 있다. 공항에서 내려 리조트까지 가는 길은 지친 여행자의 에너지를 더는 소진시키지 않는, 차로 15분 거리다. 강가 바로 곁 언덕에 자리한 리조트의 첫인상은 ‘차분한 품위’였다. 총 84개 객실과 스위트를 품은 4층짜리 건축물은 길게 뻗은 직선과 직선의 합으로 거대한 사각 프레임을 이룬다. 목재와 석재를 사용해 미니멀한 격을 갖춘 젠 스타일을 기반으로, 초록 정원의 안뜰에는 커다란 나무 세 그루가 몸을 섞은 듯한 몸집의 고목이 자리 잡았다. 전체적으로 지극히 모던한 분위기 속에서 이 낮고 넓은 구조가 안겨주는 안정감은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것이었다. 고층 건물 안에서 가능한 뷰가 저 너머를 바라보게 만든다면, 이곳은 나를 품어준다는 느낌이다. 기본 50㎡ 규모부터 시작되는 널찍한 객실에는 그 규모에 어울리는 전면 유리창과 발코니 또는 테라스가 있다. 이 널찍함 역시 리조트의 넉넉하고 안온한 ‘품’을 연상시킨다. 아난타라 치앙마이 리조트는 객실부에 해당하는 메인 건물을 비롯해 레스토랑과 바, 스파, 각종 웰니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공간이 각각 단독 건물에 자리하거나 모여 있는 모양새다. 조식 장소인 보디 테라스(Bodhi Terrace)는 풍성한 나무가 드리운 강변 테라스 공간으로, 아침에는 주문 요리와 뷔페를, 저녁에는 태국 전통 요리를 제공한다. 간혹 나무를 부지런히 오르내리는 청설모를 만날 수 있다. 레스토랑과 실내 바가 있는 ‘헤리티지 하우스’는 과거 영국 영사관의 터였다고 한다. 100년 전 모습을 상상하게 만드는 클래식함과 아난타라의 현대적 손길이 어우러져 묘하다. 더 서비스 1921(The Service 1921)은 로컬 식재료로 동서양의 밸런스가 뛰어난 메뉴를 선보인다. 나무 벽의 한 면을 밀면 그 너머에 은밀한 룸이 있다거나 각종 소품을 영화 <킹스맨>에 등장하는 매장처럼 꾸며놓은 디자인이 재밌다. 1층 브리트 바(Brit Bar) 역시 ‘퀸 엘리자베스의 비밀 요원들이 모일 법한 아지트’ 콘셉트로 완성되었다. 수영장 근처 계단을 올라가면 펼쳐지는 야외 샴페인 바, 버블스(Bubbles)에서는 최고급 샴페인 및 독창적인 칵테일을 마실 수 있다. 밤이면 이곳에서 내려다보이는 수영장 물이 형광 파랑이라, 어둠에 가려진 핑강 대신 도드라지게 반짝인다. 아난타라의 스파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의학 클리닉 프로그램도 있어, 공인된 간호사가 진행해주는 정맥 주사나 약초 테라피로 피로를 풀기에 적절하다. 여느 스파와 다른 독특한 관리를 받고 싶다면 태국 북부 지역 고유의 란나 트리트먼트를 선택하면 되겠다. 고대 란나 왕국 사람들이 불의 신성한 치유력을 믿었던 데서 모티프를 얻은 스파다. 서울에서는 차마 시도할 엄두가 나지 않는 무에타이 클래스를 리조트에서 경험하는 건 어떨까? 1시간 동안 무에타이의 기본 액션을 배우는 건 새로운 체험이자 터프한 스트레스 해소법이 될 수 있다.

객실 중 카사라(Kasara) 가든 뷰 스위트. 105m²의 규모에 개방형 거실 공간을 갖췄다.

치앙마이 시내에서 자주 눈에 띄는 건 고개를 70도쯤 꺾어 올려다봐야 할 정도로 키가 큰 나무나 티크 나무로 만든 저렴한 수공예품이다. 과거 북부 지역의 아편밭을 국가 차원에서 커피와 허브 생산지로 전환한 덕에 치앙마이산 아라비카 커피 생산량도 엄청나다. 그래서인지 치앙마이에는 다양한 카페가 있다. 체디 루앙 사원을 비롯해 도심에 자리한 사원들은 화려한 금빛으로 치장한 방콕 내 사원들과는 사뭇 다른 인상이다. 치앙마이는 태국 제2의 도시지만 라오스, 미얀마 국경과 인접한 ‘골든 트라이앵글’ 문화권에 더 가깝다. ‘치앙’은 도시를, ‘마이’ 는 새롭다는 뜻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치앙마이의 시작은 의외로 ‘신도시’였다. 도시지만 도시적이지만은 않은 치앙마이는 휴식이 필요하면서도 세상을 너무 등지고 싶진 않은 여행자를 부른다.

치앙마이 시내에서 가볼 만한 곳 3군데

1. WOO Cafe

여행 때마다 작은 물건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구경하거나 쇼핑하는 사람이라면 WOO에 들어서는 순간 마음이 다급해질 것이다. 카페에 왔으면 메뉴 주문부터 하고, 앉아서 먹기도 해야 하는데, 이곳에서는 그것말고도 할 일이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우 카페는 카페 공간을 비롯해 갤러리와 라이프 스타일 숍, 플라워 숍이 한 데 모인 복합문화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릇, 장식품, 피규어, 의류와 액세서리 등등이 즐비한 코너를 찬찬히 둘러보면 꽤 질이 좋고 유니크한 제품이 많다. 조각 케이크와 차 맛마저 좋으니 카페라는 본질에도 충실하다. 카페 투어를 해도 좋을 정도로 카페가 다양한 치앙마이 시내에서 이미 유명한 곳.

주소 : 80 Charoenrat Road Wat Gate, Chiang Mai 50000

woochiangmai.com, @woochiangmai

2. The House

풀 네임 The House by Ginger는 태국 요리에 중점을 둔 레스토랑이다. 최근까지 3년 연속 미슐랭의 인정을 받았다. 포멀하게 차려입고 향해야 할 분위기는 아니다. ‘홈 메이드’ 스타일 요리를 선보이는 곳으로, 귀한 빈티지 가구로 가득한 할머니 집 냄새가 날 것만 같은 따뜻한 분위기다. 곳곳의 가구와 오브제를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구 시가지의 중심부에 위치한다.

주소 : 199 Moonmuang Rd., T.Sriphum, A.Muang Chiang Mai 50200

thehousebygingercm.com

3. Weave Artisan Society & Siamaya Chocolate Factory and Flagship Store

위브 아티장 소사이어티는 카페를 메인으로 작은 전시와 공연, 여러 디자인 오브제를 선보이는 작은 코너 및 팝업 스토어가 모인 복합문화공간이자 일종의 커뮤니티다. 이곳의 내부를 탐험하다 보면 또 다른 숍으로 이어지는데, 거기엔 놀랍게도 작은 수제 초콜릿 공장이 있다. ‘사이아마야 초콜릿’은 2017년 아시아 요리에 애정을 가진 두 친구가 만든 초콜릿 브랜드다. 각종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은 안전한 초콜릿, 그리고 태국 현지와 동남아에서 공수한 카카오 열매로 만든 다양한 맛의 초콜릿을 선보여 흥미롭다. 초콜릿 포장지에서 ‘Mango & Chili’, ‘Durian’, ‘Thai Tea’ 등의 ‘플레이버’를 보는 순간 내가 있는 이곳이 태국이며 치앙마이임을 새삼 느낄 수 있다.

주소 : 12/8 Wua Lai Rd Soi 3, Chang Wat Chiang Mai 50100

siamayachocolate.com, @siamaya_chocolate

피처 에디터
권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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