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음악, 그 여자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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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아이드피스의 윌아이엠과 레주렉션의 디자이너 이주영. 패션으로 하나 된 그 남자, 그 여자.

당신들의 우정이 세간의 화제다. 도대체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
이주영 2009년이었다. 윌의 스타일리스트인 엔리케가 LA에 있는 레주렉션의 홍보대행사에서 내 옷을 보고 윌에게 보여줬는데, 윌이 내 옷에 굉장히 관심을 보였다고 이야기 했다. 이후 연락이 와서 파리에서 윌을 처음 만났고,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그렇다면 윌, 당신이 처음으로 레주렉션 옷을 입었던 때를 기억하나?
윌아이엠 여성복에 비해 멋진 남성복을 찾기란 매우 힘들다. 2003~2005년 즈음 다들 유러피언 패션에 미쳐 있었고, 이후엔 일본 패션에 열광했는데 정작 내 체형엔 도무지 어울리지가 않았다. 그러던 중 스타일리스트인 엔리케가 레주렉션의 초록색 베스트를 내게 보여줬는데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내 체형엔 좀 작고 달라붙었다. 투어 중이었음에도 그 옷을 입고 싶은 나머지 온갖 운동과 식이요법을 감행했던 기억이 난다.

온갖 패션 브랜드를 섭렵한 당신이 아닌가. 살을 빼서 입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니 놀랍다.
윌아이엠 사실 그 당시보다 지금 더 레주렉션을 좋아한다. 디자이너 이주영을 만났을 때 진정한 아티스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인간적으로도 매력적이고 나와 마음도 잘 통했다. 나와 교감할 수 있는 디자이너의 라벨을 좋아 하는 건 당연하지 않나.

윌과의 인연이 레주렉션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
이주영 일단 미국에서 활동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하지만 미국에서 블랙아이드피스는 슈퍼스타다. 이번에 윌과 함께 론칭하는 캡슐 컬렉션 I.AM by 레주렉션 역시 그와 함께한다는 이유로 몇 백, 몇 천 배의 홍보 효과를 누린다.

당신은 이 캡슐 컬렉션에 어떤 식으로 참여하게 되나.
윌아이엠 I.AM by 레주렉션은 공동 디자이너가 아닌 내가 팬의 입장에서 참여하는 협업이다. 레주렉션 쇼룸에서 마음에 드는 아이템을 골라 내 취향에 맞게 조금씩 변형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그렇다면 디자이너로서 윌의 패션 취향을 이야기해준다면?
이주영 윌은 몸에 피트되고 남성다워 보이는 디자인을 선호한다. 또 한쪽에는 체크무늬지만 다른 쪽에는 단색으로 이루어진 재킷처럼 소재나 패턴이 믹스 매치된 아이템을 좋아한다.

당신이 추구하는 패션 스타일은 무엇인가?
윌아이엠 아주 예전엔 보기만 해도 어질어질할 정도로 복잡한 스타일을 좋아했지만 요즘은 강약을 조절해서 입는 편이다. 예를 들면 재킷에 장식이 많으면 팬츠는 심플한 것을 매치하는 식. 여기에 디자인이나 색상이 독특한 장갑이나 신발로 악센트를 준다. 특히 재킷을 무척이나 좋아하는데. 일단 마음에 들면 일주일에 2~3일씩 입다가 어느 순간, 내가 이 옷을 벌써 사흘째 입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새 재킷을 사러 간다. 그런데 내 주변엔 재킷 귀신(Jacket Demon)이 있어서 (옆에 있는 동료 Dork를 가리켰다), 재킷을 벗어두기만 하면 그 귀신이 자꾸 훔쳐가곤 한다.

그렇다면 어떤 브랜드의 재킷을 즐겨 입나?
윌아이엠 레주렉션 by 주영, 일본 브랜드인 렌슈와 Ato. 요즘은 이들 브랜드의 재킷만 즐겨 입는다.

지금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신발을 신고 있는데, 그 브랜드는?
윌아이엠 아, 비비안 웨스트우드. 그러고 보니 웨스트우드 컬렉션엔 꼭 독창적인 장식의 멋진 재킷이 꼭 한 개씩 있다.

당신은 집보다는 해외에 머무르는 시간이 더 많을 정도로 1년 내내 전 세계를 여행한다. 여행 다니면서 가장 자주 구입하게 되는 패션 아이템은 무엇인가?
윌아이엠 속옷. 해지거나 더러운 속옷을 입고 싶진 않으니까. 그래서 말인데 한 번 입고 버리는 1회용 속옷이 있으면 좋겠다. 아니면 시간이 다 되면 녹아서 없어지는 속옷은 어떨까? 한참 놀다가 “엇, 내 팬티가 녹아서 없어질 시간이다” 하고 집으로 돌아가게 되는 ‘신데렐라 팬티’처럼.

이번엔 어떤 이슈로 한국을 찾았는지 궁금하다.
윌아이엠 인텔의 창조, 혁신 이사로서 ‘Ultra Book Challenge’라는 프로젝트를 맡았다. 12개월 동안 12개 국가를 방문, 그 나라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12개의 협업 앨범을 발매하는 것이다. 즉 보통은 앨범을 낸 후에 홍보를 위해 전 세계를 다니는데, 이번 프로젝트에선 반대로 먼저 여러 나라를 방문한 후 매달 새로운 노래를 발매하는 성격이다. 한국에서는 YG의 프로듀서 테디와 공동작업을 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케이팝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고 들었다. 지난번 한국 방문 당시엔 걸그룹 2NE1과도 만났다고 알고 있는데 뮤지션으로서 본 케이팝과 2NE1에 대한 당신의 생각이 궁금하다.
윌아이엠 두 번째로 한국에 방문을 방문한 2006년 8월 15일 이후, 연이어 일본과 중국을 갔는데 이상하게도 한국에서는 일본과 중국의 음악을 그다지 접할 수 없었는데 반대로 일본과 중국에선 케이팝이 가는 곳마다 흘러나오더라.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동양인 뮤지션을 키우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한국인 뮤지션이 적합하겠다 싶었았다. 이후 2NE1을 만났고, 그들 음악의 중독성 있는 비트와 세련된 멜로디에 흠뻑 빠졌다. 무엇보다 내가 추구하는 스타일과도 잘 맞았다. 그래서 현재 그들과 미국 진출을 위한 앨범 작업을 함께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디자이너 이주영이 본 뮤지션 윌아이엠은 어떤 사람인가?
이주영 그는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대단한 아티스트다. 내가 가장 감탄한 점은 그가 단순히 음악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사회 전반적인 이슈에 두루 관심을 기울이고 적극 참여한다. 오바마의 대선 캠페인 송을 만든 거나, 인텔의 창조 혁신 이사를 맡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있듯이. 이번에 I.AM by 레주렉션을 준비하면서 그는 내게 소재의 리사이클링에 대해 제안을 했는데 사실 소재는 디자이너가 아니고선 생각하기 어려운 부분 아닌가. 또한 그는 디자이너를 단순히 의상을 협찬해주는 대상이 아닌 자신과 일적, 개인적으로 교감하는 아티스트로 여긴다. 이렇게 똑똑하고 의식이 깨어 있는 아티스트와 함께 협업할 수 있어 기쁘고 놀라울 뿐이다.

에디터
컨트리뷰팅 에디터 / 송선민
포토그래퍼
유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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