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지는 순간, 그리고 그 사랑을 지속해나가는 방법에 대하여.
누군가와 사귀고 싶다는 마음은 어디에서 비롯할까? 이것은 곧 사랑, 연애의 시작을 의미할까? 주변인을 시작으로 간단한 설문을 시작했다. 어떤 사람과 사귀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참으로 다양한 답변이 도착했다. 일단 첫인상, 근사한 스타일, 호감 가는 외모처럼 예측 가능한 답변이 우수수 쏟아졌다. 그 가운데 같은 외모라도 본인만이 알아볼 수 있는 작은 매력에 대해 언급한 이들도 있었다. 이를테면 통통한 뺨이라든지, 우아하고 예쁜 목선 같은 것.
외적인 부분이 물론 크겠지만 누군가는 성격, 인성 같은 정석적인 대답이 도착하기도 했다. 첫눈에 반했을지라도 우리의 사랑을 지속시키는 것은 결국 대화와 마음이 잘 통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기에. 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은(금사빠) 그저 모든 순간이 사랑에 빠지기 위한 과정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사랑에 빠지고 싶은 순간 보이는 모든 것들이 사랑을 하게 만드는 요소가 된달까?
반면 외적인 것과 내적인 것이 합쳐진 답변을 말한 사람도 있었다. 예를 들면 웃는 모습. 작은 유머에도 치아를 환하게 드러내며 행복하게 웃는 모습이 누군가에겐 진정한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그 사랑스러운 모습을 계속 보고 싶어서 더 웃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로맨틱한 답변이 되돌아왔다. 이쯤 되니 사랑에 빠지는 방법은 이 지면에 더 이상 옮기지 못할 만큼 제각각이며 무수히 많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최근 운명처럼 만난 책 <데이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에서는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꽤 과학적이고 진지하게 분석했다. ‘무엇으로 행복한 연애를 예측할 수 있는가?’ ‘외모의 중요성은 과대평가되었다’, ‘최고의 짝이 될 사람은 누구인가?’ 등등 목차만 읽어도 흥미를 당기는 내용이 가득 담겨있다. 그러면서 흥미로운 실험 하나를 소개하는데, 텍사스대학교 연구자들이 학기 초에 강의를 처음 시작하면서 강의실에 함께 있는 이성 동급생들의 매력을 일일이 평가해달라고 했다. 대다수의 학생들은 전통적인 미인, 미남을 뽑았다. 그러나 학기가 끝날 무렵 평가는 완전히 달라졌다. 학생들은 남들이 그리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동급생을 가장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에게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저 충분한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뿐.
이 연구 결과가 말하는 중요한 정보값은 상대가 처음엔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더라도 그것에 연연하지 말고 데이트를 해보라는 것. 연구 데이터에 따르면 우리는 매력도에 대해 과소평가된 사람들과 데이트를 더 많이 해봐야 한다. 처음엔 그 매력이 드러나지 않더라도 인내하는 마음을 가지고 남들이 발견하지 못한 잠재적 매력을 찾아내는 사람만이 그 어려운 연애 관문으로 들어갈 수 있으니까.
<환승연애> , <나는 SOLO>, <하트시그널> 등등 요즘처럼 점점 진화하는 본격 연애 예능이 없던 시절, 우리의 일요일 아침을 책임졌던 <사랑의 스튜디오>라는 태초의 연애 연애 프로그램이 있었다. 오직 첫 느낌으로만 ‘사랑의 짝대기’를 날려대던 무척 대차고 직관적인 프로로 기억한다. 그러나 어렴풋이 남아있는 내 기억이 맞다면 대부분의 출연자들의 첫 선택은 언제나 마지막에 가서는 다른 곳을 향했다. 앞선 연구진의 데이터가 말해주듯, 어쩌면 우리가 누군가와 사귀고 싶다는 초반의 마음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더 중요한 건 본게임이다.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한 사람이 결국 얼마나 그 행복을 오래 지속할 수 있는지에 관한 문제 말이다. 앞서 언급한 책에서 연애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연구진은 자신의 연애가 얼마나 행복한지를 예측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특징 몇 가지를 발견했다. 그것은 삶에 대한 만족, 안정적 애착 유형, 성실성, 성장 마인드 세트다.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사람은 장기간 연애 상대에 적합하다. 다른 사람을 신뢰할 줄 알고, 관심과 애정을 편안하게 표출하며 여러 사람과 친밀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또한 연애 상대로 적합하다. 회사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은 당연히 연인과의 약속도 잘 지킬 것이다.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결국 더 나은 연애 상대가 될 확률이 높다. 너무 뻔한 말을 늘어놓는 것 같아 하품이 나올 수도 있겠으나 이것은 불변의 진리다. 마음에 손을 얹고 진지하게 오늘과 내일의 연애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 디지털 에디터
- 김소라
- 사진
- Getty 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