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의 서현우 찾기.
“어쩜 사람이 지혜롭고 마음이 넓고 착하니.” 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에서 새롭게 눈여겨보게 되고 마음이 가는 배우로 서현우를 꼽게 된다. 극중 김수미의 대사처럼 사려 깊고 인간미가 진하게 풍기는 매니저 팀장 역을 현실감 있게 연기하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평범한 인물을 과하거나 모자라지 않게 연기하되, 그 평범함 속에서 비범함을 드러내는 것. 쉽게 도출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생소할 수 있는 서현욱의 존재감은 그래서 더 신선하다. 그가 가진 비범한 내공이 지금 번쩍번쩍해 보이지만, 늘 서현욱은 최선을 다해 빛나고 있었다.
영화 <헤어질 결심>
“얼굴은 남아있는데 몸은 어디 갔어요?”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 시사회에서 탕웨이는 서현우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서현우는 한 덩치 하는 철성 역을 위해 무려 24kg을 찌웠다. 중국어를 하며 서래(탕웨이)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등장 신과 독기로 꽉 차 분노의 감정을 발산하는 취조실 장면은 비록 짧은 분량이지만 영화 전체의 온도와 에너지를 끌어올린 순간이기도 했다. 동시에 서현우를 처음 본 관객들은 확실히 알게 됐다. 저 배우, 보통 내공이 아니구나.
드라마 <나의 아저씨>
많은 이들이 인생 드라마로 언급하는 <나의 아저씨>는 오래 회자될 장면을 여렷 남겼는데 그중 하나. “제가… 이지안씨 좋아합니다.” 갑자기 살벌해진 사무실 분위기를 무마하기 위해 이지안(이지은)을 향한 뜬금 고백을 소심하게 외치는 송과장 캐릭터도 서현우가 연기했다. 2:8 가르마가 트레이드마크인 송과장은 자신의 상사 박동훈(이선균) 곁을 지키는 의리 있고 정 많은 팀원으로 당시 시청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서현우 역시 첫 고정출연 드라마에서 듬직하게 작품을 뒷받침하며 배우로서 이름을 널리 알렸다. 그에게도 인생 드라마가 아닐런지.
영화 <모럴센스>
오프닝이 지나고 거의 첫 장면에 등장하는 인물, 황팀장을 연기했다. 이때 주인공 지우(서현)와 지후(이준영)를 서로 소개해주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짓지만 그의 실상은 또 다르다. 회식 메뉴를 정하면서 팀원들에게 “양고기와 양고기 중에 뭐가 좋을까?”라며 선택 없는 선택권을 준다거나, 자신의 의견에 똑 부러지게 반박하는 팀원에게 “애교가 연애할 때만 필요한 게 아니에요”라고 꾸짖는 황팀장은 꽉 막힌 꼰대 상사의 전형이다. 직장인 오피스물 어디에나 있을 법한 얄미운 캐릭터를 서현우는 능청스럽고 가뿐하게 소화했다.
드라마 <악의 꽃>
이번에는 체중 감량이다. 드라마 첫 주연작에서 서현우는 이중적인 모습을 감춘 도현수(이준기)의 동창이자 그에 관한 진실을 쫓는 기자 김무진 역을 맡아 23kg을 줄였다. 이전에는 선생님, 과장님 등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캐릭터를 주로 연기한 탓에 습관적으로 살을 찌웠다면, 이번에는 제 나이에 맞는 역할을 맡아 비로소 날렵한 턱선을 드러냈다. 서현우의 새로운 모습은 또 있다. 전보다 폭 넓어진 기회 속에서 진지함과 본심을 알 수 없는 능청스러운 모습을 지체 없이 오가며 자신이 가진 입체적인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영화 <정직한 후보2>
공무원 캐릭터를 연기하는 동안 진짜 공무원들이 직장 동료로 헷갈려 했다고 하니 ‘공무원 매소드 연기’라는 수식어를 붙여줘야 할 것 같다. 영화 <정직한 후보2>에서 얍삽하면서 센스 있는 도청 건설교통과 국장 역을 맡은 서현우는 평소 공무원들의 행동과 옷차림을 면밀하게 관찰해 이 모든 걸 하나의 캐릭터로 완성했다. 농도 짙은 코믹 연기도 그에겐 무리가 아니었다. 라미란과 유연하게 합을 맞추며 웃음 버튼을 연신 누르는데 이 또한 치밀한 계산에서 비롯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어떤 방식이든, 서현우가 창조해낸 공무원 캐릭터는 평범해 보이지만 평범하지 않다. 묘한 매력이다.
- 프리랜스 에디터
- 우영현
- 사진
- Courtesy of CJ ENM, Netflix, 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