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대의 극장은 미술관 또는 갤러리가 되지 않을까. 전시가 하나의 ‘대박’ 상품으로 떠오른 지금, 서울의 가장 뜨거운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대중과의 접점을 고민하는 4인의 큐레이터를 만났다.
조금만 더 가까이
: 대림미술관 수석 큐레이터 권정민
얼마 전 막을 내린 <라이언 맥긴리 – 청춘, 그 찬란한 기록>에 대해 기존의 미술 애호가들이 지니는 불만과 비판을 알고있다. 대중이 라이언 맥긴리의 이른바 ‘예쁜’ 사진에 관심을 가진다면, 애호가나 전문가는 다듬어지지 않은 스무 살의 젊음을 기록한 아티스트가 20여 년이 지나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랐다. 특히 사진을 공부한 큐레이터로서 그의 후반 작업이 진정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으므로, 최근 작품에 대한 비판적인 논쟁 또한 이루어지리라 기대했다. 그렇기에 작가나 작품 그리고 그를 아우르는 전시에 대한 비판보다, 발 디딜 틈없는 전시장이나 관람객의 전시 관람 행태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루는 현상에 대해선 아쉬운 마음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른바 흥행 전시를 연이어 기획하는 밑바탕에는 ‘일상이 예술이 되는 미술관’이라는 모토가 깔려 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알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만드는 전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기 위해 패션, 사진 등 한 장르에만 갇히기보다는 다양한 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는 콘텐츠를 고민한다. 과거의 전시들은 패션 디자이너인 칼 라거펠트가 찍는 사진은 어떻게 다를까, 건축가인 핀 율이 디자인한 의자는 장인이 만든 의자와 무엇이 다를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했다. <슈타이들 전> 역시 비단 출판과 디자인뿐만 아니라 문학,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지닌 관람객이 영감을 받고 가길 바라는 것이 최종 목표였다. 결국 확장성이다.
모든 큐레이터는 대중과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출발하지 않을까? 그러나 정작 공부를 시작하고 나면, ‘왜 이해를 못하지?’ 라는 시선으로 대중을 바라보게 된다. 점점 새로운 이슈로 새로운 아티스트와 전에 없던 센세이션한 전시를 기획하고자 하는 꿈도 갖게 된다. 대림미술관의 대중적인 전시를 기획하면서, 큐레이터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관은 시대와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해야 한다고 믿는다. 무엇보다 내가 너무 당연시 여긴 것들을 대중은 그렇지 않게 여긴다는 것을 이곳에서의 시간을 통해 깨달았다. 지금은 우리 주변에 항상 있는 것에서 한 단계 더 파고들어가 대중과 나누는 것이 큐레이터로서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
대림미술관의 분관인 D 뮤지엄 개관은 2015년 상반기로 예상하고 있다. 대림미술관 3배 규모의 공간으로 지어질 예정이므로, 공간적 특성을 반영한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무엇보다 지금 한남동이라는 지역 자체가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 또 다른 일상과 소비 안에서 미술관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시험대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4월 10일부터 시작될 <트로이카전>은 오랫동안 거장들과 작업해오면서, 젊은 작가들과도 일해보고 싶다는 바람이 녹아 있는 전시다(웃음). 런던에서 활동하는 트로이카는 두 명의 그래픽 디자이너와 한 명의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이루어진 팀으로, 디자이너면서도 컨템퍼러리 아트신에서 활약하고 있기 때문에 디자인과 컨템퍼러리 아트의 연결고리를 조명하고 싶었다.
대중이 성장하면서 그들의 요구 또한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대림미술관은 대중성에 초점을 맞춰, 더 실험적일 수 있는 것도 최대한 친절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큐레이터로서는 대중과의 간극을 절충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이제 그 간극을 조금씩 끌어올릴 수 있는 시기가 아닐까. 기존의 전시에 비해 조금 더 무게감 있는 <트로이카>전이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다. 관람객이 이번 전시에 어떻게 반응하고 관찰하는가를 분석하면서, 우리는 또한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하려고 한다.
10년의 약속
: 삼성미술관 리움 학예연구실장 우혜수
개관 10년을 맞아 지난 10년을 되돌아보자면 무엇보다도 삼성미술관 리움을 찾는 관객의 수적 변화가 가장 놀랍다. 개관 당시 하루에300~400명에서, 현재는 4500명을 넘어가는 경우가 있을 정도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의 목표가 처음부터 대중성에 있지는 않았다. 우리의 고미술과 전통 미술을 계승하고 현대미술을 알리는 다양한 전시를 기획하는 과정에서도, 늘 우선순위는 예술성에 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과 같은 관심을 받게 된 데에는 전시뿐만 아니라 연구, 소장, 보존, 교육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진 영향이 있으리라 본다. 물론 문화 향유에 대한 욕구와 좋은 것을 즐길 수 있는 안목을 지닌 인구 자체가 확대된 것 역시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다.
리움이 대중과 가까워진 분기점이라 할 수 있는 <서도호 – 집 속의 집>은 학예연구실장이 된 이후 처음 기획한 전시였다. 서도호는 외국에서의 활동은 많이 알려져 있음에도, 국내에선 우리와 같은 전문가조차도 보기 어려운 작가였다. 훌륭한 작가임을 알면서도 미술관 입장에서는 현존하는 한국 작가의 첫 전시라 많은 용기가 필요한 선택이었는데, 작가의 역량과 시대의 요구가 만나 기대 이상의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었다. 서도호와 같은 한국 작가가 조금 더 세계적인 작가로 성장하고 인식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겠다는 역할의 무게를 깨달은 계기이기도 했다. 서도호 다음의 어떤 한국 작가가 다시금 그러한 주목을 받을 것인가, 우리로서도 궁금해하며 열심히 찾는 중이다.
큐레이터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전시를 앞두고 실려온 작품을 처음 열었을 때다. 책이나 다른 전시관에 걸려 있는 모습이 아니라, 내 눈앞에서 포장을 뜯어서 처음 본 바로 그 순간. 지금까지의 모든 전시가 기억에 남지만, 가장 어려웠던 전시를 하나 꼽자면 <아니쉬 카푸어> 전이었다. 작품 설치를 위해 건축적으로 전시장 바닥을 뚫어야만 했는데, 막상 뚫고 나자 그 아래로 생각지 못한 기둥이 지나가는 바람에 뚫린 바닥을 막고 다시 뚫어야 했던 웃지 못할 과정들을 겪었다. 외부에 전시된 스테인리스 스틸 작품 역시 설치하는 데에만 거의 한 달이 걸린 대형 작업이었다.
2년에 한 번씩 이어온 <아트스펙트럼>에 올해 큰 변화가 생긴다. <아트스펙트럼>은 우리 미술관이 아주 젊은 작가를 발굴하는 유일한 전시라 할 수 있다. 그동안은 내부 큐레이터가 작가를 추천하는 형식을 띠었지만, 10주년을 기념해 외부 큐레이터와 평론가를 초대해 폭넓은 시각을 수용하려 한다. 리움 밖에서는 한국의 현대미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살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시 제목이 의미하듯 예술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1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로는 오랜 고민 끝에 <교감>을 선택했다. 10주년 기념전은 우리 미술관이 앞으로 추구해야 할 주제 및 과제를 던져주는 전시여야 한다고 결론 내렸기 때문이다. 전통 미술이 현대미술과의 소통을 통해 새롭게 해석되는 시대적인 교감, 해외 미술과 한국의 미술이 시대적인 공감을 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동서 교감, 그리고 더 나아가 미술사적인 맥락을 벗어나 관람객과 작가, 미술관과 지역 사회의 소통과 교감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자 한다. 사실 2004년 개관 당시만 해도 이태원으로 통용되는 이 지역은 미술관이 들어서기엔 약점이 많다고 여겼다. 그런데 개관 이후 우리가 눈치 채지 못한 사이, 정말 수많은 문화 공간이 생겨나고 있다. 리움 역시 그러한 변화에 영향력을 미치지 않았을까? 우리가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미술관이 지역 사회와 소통하고 있으리라는 자각을 하게 되면서, 나아가서는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인해 지역이 영향력을 지니게 되듯 리움 역시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희망하고 있다.
현대 미술이여, 나에게 오라
: 국제갤러리 PR디렉터 전민경
국제갤러리의 비전은 국내 작가를 해외에, 또 해외 주요 작가를 국내에 소개시키는 데에 있다. 요즈음 해외 미술계의 추세는 서구 중심적인 미술 활동에서 벗어나, 인도, 이집트, 남미 등 비교적 낯선 문화를 소개하는 데에 집중되어 있다. 그런 관점에서 지난해 전시 가운데에는 인도계 영국 작가 바티 커의 개인전 <Anomalies>와 이집트 출신의 프랑스 아티스트 가다 아메르의 개인전 <Référence à Elle>를 짚어보고 싶다. 바티 커는 인도 문화를 서구에 끌어들여와서 정서, 문화, 사회, 정치적인 부분까지 녹여서 소개하는 작가이고, 가다 아메르 역시 이집트의 무바라크 혁명부터 여성 인권에 이르기까지 현대미술을 통해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문화권의 정서와 현상을 조망할 수 있게 한다.
1년에 열두 번 이상 해외의 주요 아트페어에 모두 참가하고 있다. 아트페어는 단순히 미술 비즈니스를 위한 시장이 아니라, 국내 아티스트를 해외에 소개할 수 있는 기회이자 전 세계 미술인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장이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국내 미술 시장은 오랫동안 침체를 겪고 있지만, 그럴 때일수록 국내 작가를 더욱 적극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그건 세계 아트신 안에서 서울이 갖고 있는 저력을 보여주기 위한 방안이기도 하다.
칸디다 회퍼, 제니 홀저 등 해외 유명 아티스트와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힘은 뻔하게도 신뢰에서 나온다. 예술이라는 시장은 가치, 정신, 영감 등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추상적 영역이 크게 포함되어 있다. 그렇기에 기본적으로는 갤러리의 설립자, 혹은 대표가 아트 러버여야 한다. ‘아니, 이런 작가가 왜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 나라도 해야겠다!’라는 순수한 모티프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더욱이 현대미술은 워낙 다양한 형식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점 하나 찍혀 있는 작품을 바라보며 ‘이게 뭐야, 내가 왜 이걸 봐야 하지, 내가 왜 사야 하지?’와 같은 여러 의문이 들 수 있다. 우리는 이 작품이 동시대에 왜 중요한가, 이 작품이 왜 돈으로 팔릴 정도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나라 국내 시장이나 미술계와는 어떻게 연관될 수 있는가에 주안점을 두면서 접근해왔다. 새로운 문화권에 진입하는 작가들은 자신이 어떻게 소개될 것인가를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한번 믿음이 쌓이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이 생긴다.
흔히 말하는 큐레이팅과 국제갤러리의 전시 또한 기본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미술관이 학예 연구를 기반으로 대중을 고려한 전시를 기획한다면, 우리는 작가를 소개하는 데 중요한 가치를 둔다. 따라서 전시의 총괄은 원칙적으로 작가 재량에 맡겨져 있다. 콘셉트를 미리 짜놓기보다는, 작가가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가치를 자신의 선택에 의해 보여주고자 한다. 우리의 몫은 그 과정을 지원하는 데 있다.
작가를 선택하는 기준은 최근 안젤름 라일리의 전시를 예로 들어 이야기할 수 있다. 안젤름 라일리는 독일 작가이지만, 70년대 중반에 태어나 90년대 문화를 향유한 세대다. 이미 ‘코카콜라와 디즈니는 미국 상품’이라는 개념을 가질 수 없는, 미국 중심적인 대중문화의 수혜를 경험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스트리트 문화, 펑크, 그라피티와 같은 하위 문화가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작가의 작품에서, 바로 그러한 시대상을 읽어낼 수가 있다. 현대미술이 관람객 자신과 멀고 먼 딴 세상 이야기가 아니라, 비록 우리와 멀게 느껴지는 유럽의 아티스트이기는 하나 그 시대의 우리가 그러했듯 미국을 중심으로 한 대중문화의 영향력 아래 있었고, 그것이 작품으로 발현되는 것이 바로 현대미술임이 전달되기를 바랐다.
줄리앤 오피전을 잇는 올해의 주요 전시는 국내 단색화 전이다. 현재 젊은 한국 작가들의 뿌리를 타고 내려가보면, 한국의 근대와 현대 사이에 존재한 작가들의 활동력을 눈여겨보게 된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습관적으로 읽히거나, 아예 잊히고 있는 듯해 아쉽다. 이우환, 박서보, 정상화 등 시대를 풍미한 작가들의 작품을 현대적으로 소화해서 선보일 계획이다. 최근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젊은 관객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기호에 따라가기만 하기보다는 한국의 모던이 얼마든지 현대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아름답고 , 착하고 , 똑똑한 미술관
: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 선승혜
2014년 서울시립미술관의 가장 큰 프로젝트는 9월로 예정된 <미디어시티서울 2014>다. 세심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올해부터는 직영으로 운영하는 변화를 꾀했다. 미디어 아트를 지속적으로 실천해 온 아티스트 박찬경이 예술감독을 맡은 만큼, 과거 기획자의 시선과는 미묘한 차이가 발견될 거다. 특히 박찬경 작가가 우리나라의 텍스트와 담론에 관한 깊은 이해와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동아시아를 주제로 하는 이번 미디어 비엔날레가 각각의 전시뿐만 아니라 비엔날레 자체로도 하나의 작품이 되리라 기대한다.
지난해의 <팀버튼 전>, <낙원을 그린 화가 그리고 그 이후>와 같은 대중적인 ‘빅 전시’는 없지만 예술이 보여줄 수 있는 희망이란 하나로 규정할 수 있는 전체 목표뿐만 아니라, 작고 다양한 개별이 모였을 때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작고 다양한 생각이 어떻게 재미있게 발현되는지를 다채롭게 발신하는 전시를 선보이는 것을 올해의 목표로 삼은 이유다. 그중에서도 6월로 예정된 <한국 거주 외국 작가展>은 외국 작가들이 예술 안에서 한국을 발견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그 가운데 영국 작가는 한국에서 가장 재미있는 현상이 텃밭이라며, 한국의 텃밭을 주제로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아주 좁은 땅만 있어도 정원을 만들어 꽃을 심는 대신, 상추나 방울토마토를 키우는 우리의 당연한 삶을 당연하지 않게 바라볼 수 있게 될 거다.
특히 12월에 시작될 <글로벌 아프리카 : Political Patterns>은 유럽 중심의 19세기 미술에서 벗어나, 미술 안에서 다른 가능성이 진행되고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자 하는 마음에 준비했다. 뉴욕에서 열린 전시인데, 우리는 그중에서도 패턴이 각 인종, 국가, 사회의 문화적 의미를 상징한다는 데 집중해서 풀어보고자 한다. 국내의 모든 관람객이 해외 전시를 직접 볼 수 없는 만큼 해외 순회전을 유치하는 것 역시 미술관의 중요한 역할이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흔히 주류 미술이 놓치고 조망하지 못한 다양한 문화와 예술을 재발견하고자 한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아트 스타 코리아에서> 최종 후보 3인의 파이널 전시를 맡았다. 물론 예술까지 점수를 매겨야 할까 질문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특정 주제가 주어졌을 때, 작가들이 짧은 시간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가 궁금하기도 하다. 예술이 그렇게 짧은 시간에 탄생할 수 있겠느냐고 할 수 있겠지만, 천천히 탄생하는 예술만큼이나, 즉각적인 반응에 의해 시작되는 예술 또한 가치가 있다. 게다가 지금 이 순간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사실 오랜 시간 동안의 고민과 내공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지 않나. 젊은 작가들의 아이디어가 기존의 예술계에 시사하는 바가 있으리라고 본다. 특히 우리 미술관은 단순히 마지막 전시를 지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이 한국 미술계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지원하고자 하는 욕심을 갖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시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큐레이터 개인의 생각을 드러내거나 취향을 보여주기보다는, 공공성과 문화적 환원을 가장 큰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한 목표는 단순히 입장료를 받지 않는 등의 형식적인 제스처만으로는 이뤄지기 어렵다. 그보다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감성과 감정을 주눅 들지 않고 예술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그로 인해 관객들 역시 ‘나는 타인과 다르지만, 나는 나이기 때문에 기쁘다’는 희망을 얻게 되기를 바란다. 기존의 딱딱한 미술관이 아니라 생각을 조금 더 말랑말랑하게 해줄 수 있는 포스트뮤지엄, 권위를 내려놓는 대신 새로운 문화의 저변을 부드럽고 유연하게 만들 수 있는 미술관을 꿈꾸고 있다.
그러한 목표를 아우르는 서울시립미술관의 구호는 아름답고, 착하고, 똑똑한 미술관!
-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김슬기
- 포토그래퍼
- 엄삼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