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에서 열린 오메가 <그녀의 시간> 전시에서 배우 한소희를 만났다.
전세계에 걸쳐 선보이고 있는 오메가의 <그녀의 시간(Her Time)> 전시가 지난 8일 태국 방콕에 상륙해 14일 성황리에 마쳤다. <그녀의 시간>은 100년이 넘는 시간을 달려 온 오메가가 ‘여성 시계’를 주제로 그간의 아카이브 피스들부터 현재의 주요 여성 컬렉션까지 한 데 선보이는 전시다. 만발한 꽃밭과 벤치, 분수까지 아름다운 정원을 구현해 놓은 ‘꽃의 꿈’, 거울로 둘러싸여진 ‘메이크업 룸’, 100년의 아카이브를 한 데 모아둔 ‘시간의 전당’, 시공간이 멈춘 듯한 초현실적 공간을 꾸며놓은 ‘베드타임 룸’까지 4개로 구성된 방은 방문객을 상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이 역동적이고 역사적인 도시 방콕에서 오메가 여성들의 시계 제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오메가의 사장 겸 CEO인 레이널드 애슐리만이 전시 개최에 대한 소감을 위와 같이 전하며 방콕을 ‘장인정신과 정교함의 가치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곳이기에 브랜드의 특별한 타임피스를 소개할 수 있는 완벽한 장소’라고 말했다.
전시 오프닝을 축하하기 위해 태국의 셀럽들이 한 자리에 모인 가운데, 오메가의 앰배서더인 배우 한소희도 자리를 빛내 현장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달궜다. 이 날 그녀는 빈티지한 매력을 지닌 26mm ‘드 빌 미니 트레저 문샤인™ 골드’를 아이보리 컬러의 드레이핑 드레스와 함께 매치해 더욱 우아한 모습이었다. ‘저에게 있어 오메가 제품은 어떤 여성에게도 완벽하게 어울리는 아이템이죠. 이 멋진 전시회에 함께하게 되어 기뻐요.’라는 소감으로 설레는 마음을 전한 한소희.
다음은 커리어부터 라이프 스타일에 관한 이야기까지, 레이널드 애슐리만 그리고 배우 한소희와 함께 나눈 이야기들.
With Raynald Aeschilmann
Q. 여성 시계 산업에서 가장 큰 오메가의 강점은 무엇인가?
레이날드 애슐리만(이하 R). 5-60년대에 오메가가 여성을 위한 시계를 만들었을 때는 보석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 그 이유는 그 당시 여성들이 시계를 보는 것이 윤리적으로 어긋난 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지금은 더 이상 보석처럼 보이도록 만들 필요가 없다. 대신 이제는 여성들이 더 많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좀 더 보편적이고 젠더를 넘나드는 넓은 스펙트럼의 시계를 만든다. 그것이 오메가의 강점이다. 우리는 여성을 위해 ‘진화’하는 제품을 만들어왔다.
Q. 그렇다면 오메가가 최근 여성 시계 산업에서 이룬 획기적인 발전은 무엇인가?
R. ‘트레저’ 시계가 그 예가 될 수 있겠다. 오토매틱 브랜드인만큼 전 제품의 대다수가 오토매틱 무브먼트 혹은 매뉴얼 와인딩 무브먼트이지만 여성 트레저 제품에는 쿼츠 무브먼트를 사용했다. 기존에 남성용 시계가 있었다고 해서 사이즈만 여성에게 맞추어 줄이는 것이 아니라, 모든 디자인을 세심하게 고려했다는 의미다. 시계를 자주 바꾸지 않아도 여전히 트렌드 속에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Q. 1996년부터, 오메가에서 무려 26년간 일했다. 이렇게 오래 있게 된 이유가 있는가?
R. 나는 금융학을 공부했다. 특히 금융의 감정적인 부분을 탐구하고, 이것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오메가에 처음 입사할 당시, 럭셔리 제품들에게는 인간적인 터치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또 종종 직원들에게 어떤 변화에도 굴하지 않고 프로젝트를 목표한 대로 진행하도록 주장하기도 했는데, 창립자이자 당시 상사였던 하이엑(Nicolas Hayek) 회장님이 이런 면에서 나의 비전을 믿어줬다. 그 덕에 30세가 채 되기 이전에 전세계 영업을 책임지는 세일즈 부사장이 되었다. 내 비전과 브랜드와의 유대관계가 나를 더욱 열정적으로 끌어오기에, 지금 이 자리에까지 왔다. 오메가는 26년 동안 내 삶에 자리한 열정이다. 지금도 다이아몬드를 연마하듯, 노력하는 리더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With Han Sohee
Q. 평소에는 어떤 시계를 착용하는 것을 즐기는지?
한소희(이하 H).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꾸미는 스타일이 아니기에 심플한 것을 즐겨 착용한다. 패턴이 없는 블랙 혹은 골드 원 컬러의 제품들이 좋다.
Q. 이 스타일에 부합하는 오메가의 제품이 있다면?
H. 한국에서 진행한 <Her Time> 전시에서 1930년대에 최초로 간호사를 위해 출시된 시계를 봤다. 심플하고도 실용적인 디자인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과도 부합해 머릿 속에 강렬하게 각인되었다.
Q. 지금껏 경험해 온 역할 중, 오메가와 가장 잘 맞는 여성이 있다면 누구일 것 같은가?
H. <부부의 세계>의 여다경이 아닐까 싶다. 물론 도덕적으로는 나쁜 여자다. 하지만 스스로를 아끼고 누구보다도 잘 표현한다. 가장 잘 어울린다.
Q. 바쁜 일상 속, 순간을 음미하는 방법이 있는지?
H. 아무것도 안하기. 온전히 숨쉬는 소리를 듣고, 움직이는 것을 느끼고, 살이 닿아 있는 방박닥의 온도, 그리고 내가 보고 있는 시야의 거리와 같은 자극에 집중 하려고 한다. 살아 있음을 느끼는, 순간을 음미하는 나만의 방식이다.
Q. 한소희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예술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고, 조예도 있어보인다. 주로 어디에서 예술적 영감을 얻는가?
H. 어렸을 때부터 남들이 보지 않는 영화를 보거나 노래를 듣곤 했다. 정체성을 찾아가던 시기에 다양한 예술을 접했기에, 지금도 인생의 한 카테고리로 남아있다. 연기를 하거나 패션 브랜드의 앰배서더가 된다고 해당 분야에서만 영감을 얻는 건아니다. 존재하는 사물과 사람에 대해 끊임없이 궁금해하고, 질문하고, 관심을 갖는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영감이 된다.
Q. 심오하고 철학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인 것 같다.
H. 맞다. 인간 기저에 깔려 있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표현하지 않는 감정들에 대해 관심이 많다. 싸이코패스 영화, 퀴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알고는 있지만 부정하는 감정들을 다루지 않나. 그런 감정을 탐구하고, 생각해보고, 느끼는 것을 좋아한다.
Q. 2022년은 한소희에게 어떤 해였나?
H. 성실한 해였다. 성실하게 살았다. 9개월 정도 <경성 크리처> 작품을 촬영하며 작중 윤채옥이라는 역할을 맡았다. 다른 누군가로 살아간다는 건 매우 어려우면서도 굉장히 신기한 경험인 동시에 뜻깊은 순간이다. 나에게 2022년은 윤채옥이 전부인 해였다.
- 디지털 에디터
- 장진영
- 사진
- Courtesy of Ome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