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보는 맛이 있는 11월 추천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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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맛과 보는 재미, 어느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당신에게. 

19세기 후반, 문화적으로 급변하던 도시에서 새로운 예술 사조를 발견하며 감탄한 반 고흐. 근대성의 상징으로 통한 기차와 철도역에 매료된 클로드 모네. 파리가 더욱 파리답게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역사 속 수많은 예술가가 이 도시의 모습을 예찬하고 기록해뒀기 때문일 것이다.

<파리는 그림>(HB PRESS)은 파리 곳곳의 풍경을 담은 명화 87점과 그림 속 장소에 얽힌 당시 문화와 역사적 배경을 간결하게 소개한다. 책 마지막 페이지에는 각 그림에서 묘사된 풍경이 자리한 곳을 파리 지도에 표시해놓아 그림으로 도시를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펼쳐놓은 페이지 속 그림은 조르주 쇠라의 1884년 작, ‘아니에르에서의 물놀이’다.

<일러스트레이터 토베 얀손>(북극곰)은 ‘무민’ 시리즈로 알려진 토베 얀손의 삶과 작업 속으로 넓고 깊게 들어간다. 회화 작품을 비롯해 각종 커버와 드로잉 작업 등 시각 자료가 풍부하다. 토베 얀손이 삽화를 곁들인 무민 소설을 처음 낸 건 1940년대. 숲속에 사는 트롤 가족의 모험을 다룬 새롭고 독창적인 이야기는 인기를 얻으며 신문 연재 만화와 연극 무대로까지 확장됐다. 우리가 아는 무민은 귀여운 모습이지만, 작품이 세상에 나오기 전 토베 얀손이 일기장에 스케치한 트롤의 모습은 전쟁 상황 속 심리가 반영된 듯 유령 같은 형체다. 다양한 시도를 한 작업자로서, 또 동성애자로 소수자의 삶을 살아낸 한 인간으로서 토베 얀손을 조명하는 충실한 글은 그녀의 팬도 몰랐을 다양한 정보를 준다.

콜렉티브 아트 그룹 네오서울의 일원이기도 한 화가 김시훈은 에세이 <전 세계 상위 100%>(도서출판11)를 냈다. ‘꼴등’과 같은 뜻이지만 좌절감을 주지 않는 표현, ‘상위 100%’. 사단법인 ‘전국눈못맞추는사람연합회’를 창설하고 싶을 정도로 대화할 때 상대방을 오래 응시하지 못한다는 김시훈이지만, 그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의심 없이 쓰는 단어 하나를 통해서도, 마시다 만 음료수를 하수구에 쏟아부으면서도 생각을 붙들곤 한다. 그가 평범한 날들 속에서 엉뚱하고 다소 삐딱한 사고방식으로 캐치한 찰나를 글로 모아놓으니, 우리에게 무심히 흘려보낸 하루하루를 새로이 바라보라고 재촉하는 것 같다. 글을 쓰며 연상되는 것을 그린 작업들 역시 수수께끼처럼 질문을 던진다.

마음의 양식을 쌓아 줄 9월 신간 도서 3

피처 에디터
권은경
포토그래퍼
정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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