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의 상상이 현실이 되는 곳, 이곳은 피렌체 카셀리나(Casellina) 지역에 위치한 ‘구찌 아트랩’입니다.
패션위크가 한창이던 지난 9월 말, 밀란 컬렉션의 여정을 마치고, 구찌의 아트랩 투어를 위해 피렌체로 넘어갔다. 1921년 피렌체에서 시작한 구찌의 꿈이 뿌리내린 그곳 플로렌스로 말이다. 익히 알려져 있듯 이탈리아에는 구찌의 본사 오피스, 팩토리, 공예 기술 및 이노베이션 센터 등 핵심 하드웨어가 집결해 있다. 그중에서도 피렌체는 도시 전체에서 구찌의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문한 곳은 ‘아트랩’, 바로 구찌가 꿈꾸는 세상이 실현되는 곳이다! 그러니까 아트랩은 구찌가 만드는 모든 레더 제품과 슈즈 제품의 프로토타입과 샘플을 만드는 사내 기관인셈. 달리 말하면 제품 제작 공정과 기술 혁신을 실현하는 실험 센터이자 디자이너가 품은 꿈이 현실이 되는 마법 같은 곳이라 할 수 있다. 디자이너들이 꿈을 가지고 들어와서 물리적인 제품을 가지고 떠나는 세계 최초의 공간인 것. 거대한 벽화가 그려진 동화의 나라에 온 듯한 기분을 선사하는 아트랩의 건물을 마주하고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네모반듯한 비교적 단순한 형태의 2층짜리 건물 외관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뿜어냈고, 입구에서 마주한 로비 공간은 영화 세트장에 다름없었다. 새빨간 기둥과 원형 계단. 곳곳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사진도 일절 금지! 기밀 유지가 가장 중요한 이 공간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단 한 하나의 룰이었다. 로비에서 마지막 사진을 찍고 난 뒤 아이폰에는 촬영 금지 스티커가 붙었다. 지금부터는 그곳에서 우리 가 마주한 어마어마한 광경은 모두 눈과 마음 한켠에 담아 왔다.
꿈이 현실이 되는 곳
아트랩은 구찌의 제품 제작 공정과 기술의 혁신을 도모하는 실험 센터이자 디자이너의 상상이 실현되어 나오는 곳. 레더 제품 및 슈즈의 프로토타입과 샘플 제작의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곳답게 신소재와 금속 부자재, 포장재를 연구하는 R&D 연구소, 인공 기후실, 물리 및 화학 실험을 하는 테스트 랩, 액세서리 랩, 슈즈 개발을 위한 라스트와 힐 전문 내부 부서, 레더 제품을 위한 뱀부 룸 등 정교하게 세분화된 구역에서 아주 체계적으로 작업이 이루어진다. 사랑스러운 공간에서 예쁜 가운을 입고 바삐 움직이는 그들은 마치 꿈꾸는 실험실에서 일하는 듯 보였다. 이게 현실이라고?
기술과 혁신이 만나는 곳
공예기술과 장인정신에 대한 구찌의 독보적인 헤리티지는 하우스가 전개하는 컬렉션에 늘 반영된다. 아트랩 투어를 떠올렸을 때 장인들이 가죽을 무두질하고 염색하고 자르고 붙이고 잇고, 섬세한 바느질 기술로 가죽을 꿰매는 작업을 하는 장인 학교 정도로 상상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구찌 랩은 생각보다 훨씬 더 미래적이고, 최신 기술이 병합되어 있는 곳이다. 디자인의 실현 가능성을 도모하고, 제품을 개발하는 연구소나 실험실 같은 공간으로 혁신과 전통이 만나는 곳이라 정의할 수 있겠다. 아트랩은 기술, 노하우, 경험을 전수하는 동시에 구찌의 공예와 생산 공정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강화하는 기능을 한다. 특히 이곳에 자리한 구찌의 ‘에콜 드 라무르’에서 이뤄지는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전통과 유산을 전승하고 하우스가 추구하는 미래에 대한 비전을 키워간다. 2018년에 시작된 구찌의 에콜 드 라무르는 특별한 학교로 공예와 공장 학교, 기술 아카데미 과정으로 세분화되어 있다. 더 아름다운 사실을 들었는데, 이 과정을 가르치는 강사들은 바로 구찌를 위해 평생을 일한 장인이나 매니저, 은퇴한 옛 동료들이라는 것. 그들 모두 럭셔리 패션의 중심에서 터득한 기술적 노하우를 다음 세대에게 전수하기 위해 뜻을 모았다고 한다.
구찌의 지속가능한 실천과 공정이 한데 엮여 제품으로 완성되는 현장
패션 브랜드 가운데 지속가능성의 선언과 그 실천을 명확하게 보여준 구찌의 2020 S/S 탄소중립 컬렉션을 떠올려보면 구찌에게 지속가능성이라는 사명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이곳 아트랩의 가장 중요한 정신이자, 핵심 코드는 바로 지속가능성이다. 아트랩에 자리한 CSR 부서와 지속가능성 부서, 기술진 및 R&D 부서 등 다양한 팀들은 구찌의 포트폴리오 안에 지속가능한 정신을 투입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한다. 지속가능한 소재를 개발하고, 제품 개발에 더 순환적인 공정을 도입하는 등 폐기물과 에너지 소비량을 제한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연구를 하는 것. 그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꽃을 피운 사례 중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레더 원피를 태닝하기 전 알맞은 크기로 재단해 생산에 필요한 레더만을 가공하는 ‘스크랩리스 레더’ 공정을 통해 2018년부터 총 450톤의 레더 폐기물을 감축했고, 생산 과정에서 나온 폐원자재에 새 생명을 주는 ‘구찌 업’ 프로그램을 통해 2021년 레더 잔여물 290여 톤, 섬유 잔여물 215톤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성과를 달성했다. 뿐만 아니라 ‘구찌 오프 더 그리드’라는 구찌의 첫 번째 서큘러 라인 컬렉션을 출시, 재생 소재와 폐직물을 활용해 자원 사용과 낭비를 최소화하는데 일조하고, 데메트라라는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혁신적인 소재를 활용해 구찌 오프 더 그리드 러기지 컬렉션에 적용하는 등 연구한 기술을 제품에 대입한 실질적인 결과물 역시 아트랩 R&D 전문가들의 멋진 성과다.
- 패션 에디터
- 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