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처럼 우리에게 당도한 진의 노래. 그리고 이를 귀담아 듣는 우리들. 이 또한 우주적인 인연이다.
Moon
“달과 지구는 언제부터 / 이렇게 함께했던 건지 / 존재로도 빛나는 너 / 그 곁을 나 지켜도 될지” ‘Moon’은 방탄소년단(BTS) 정규 4집에 수록된 진의 솔로곡이다. 이미 널리 알려졌듯 첫 소절의 달과 지구는 진과 팬들을 가리킨다. 그러니까, 이 노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절대적인 관계에 서로를 비유해 팬들에게 보내는 세레나데. 진이 작사 작곡에 참여해 무결한 진심과 성의가 그대로 드러난다. 게다가 밝은 멜로디 군데군데 은유적인 가사가 반짝이기도 한다. “모두들 내가 아름답다 하지만 / 내 바다는 온통 까만 걸 / 꽃들이 피고 하늘이 새파란 별 / 정말 아름다운 건 너야”라는 부분에선 스스로에 대한 성찰이 느껴진다. 덧붙이자면, 이전 앨범의 솔로곡 ‘Awake’, ‘Epiphany’와는 다른 장르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Moon’은 납득할 만한 음악적인 의미도 갖는다.
Abyss
진은 사운드 클라우드를 통해 자작곡들을 공개하며 자신의 음악 세계를 자유롭고 편안히 차곡차곡 펼쳐보였다. 2019년 떠나간 반려동물에 대한 그리움을 어쿠스틱하고 애틋하게 노래한 ‘이 밤’을 선보였고, 이듬해에는 자신의 생일에 맞춰 ‘Abyss’를 공개했다. 이 곡은 진의 투명한 얼굴 같다는 설명이 적절하겠다 싶다. 그해 ‘Dynamite’로 미국 음악 시장에서 정상을 차지하는 등 글로벌 신드롬을 만들어냈지만 극심한 번아웃을 겪은 진은 불안과 혼란의 감정을 이 노래로 풀어내고 덜어내며 다시 힘을 얻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표현력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진의 보컬이 그 매력을 더욱 발한다는 인상이다. 특히 “잠기고 싶어 / 가보고 싶어”라며 응어리진 무언가를 토해내듯 부르는 고음 부분은 유난히 오래 귀에 걸린다.
Yours
진과 뷔는 방탄소년단 멤버 최초로 드라마 OST에 참여한 바 있다. 2016년 뷔가 출연한 드라마 <화랑>의 OST ‘죽어도 너야’를 두 사람이 함께 불렀다. 그리고 지난해 진은 <지리산>의 OST인 ‘Yours’를 선보였다. 애절함이 강조된 발라드로 진이 가진 감미로운 음색과 섬세한 표현력, 호소력 짙은 보컬을 온전히 내내 누릴 수 있다. 특별한 기교 없이도 노래에 집중하게 만드는 힘 역시 도드라진다. 허밍이 더해져 여운을 남기는 엔딩까지, 그야말로 모든 게 조화롭다. 반주 없이 들어도 제법 좋을 것 같다. 가장 한국적인 장르라 할 수 있는 발라드를 이렇게 근사하게 소화해 이로써 진의 보컬이 장착한 높은 대중성은 더욱 또렷해졌다.
슈퍼 참치
“진짜 많은 사람들이 몰라줬으면 좋겠어, 진짜 부끄러워” 최근 이영지가 진행하는 웹 예능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에 출연한 진은 ‘슈퍼 참치’가 흘러나오자 이렇게 탄식했다. 그러면서도 정작 그의 몸은 본능적으로 노래에 반응해 안무를 췄으니, 그게 바로 웃음 버튼이었다. 이 장면이 보여주듯 ‘슈퍼 참치’는 짧지만 매우 중독성 강한 곡이다. 진이 B급을 자처하며 30분도 채 안 걸려 맘 놓고 놀이하듯 만든 걸로 알려졌는데 공개 직후 난데없이 ‘슈퍼 참치 챌린지’가 전 세계를 휩쓸고 지나갔다. 이때도 진은 “슈퍼 참치 챌린지 하지 마요. 너무 부끄럽다”라며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말하자면 어떤 현상이라 해도 어색하지 않을 BTS의 영향력을 여지없이 실감한 사건이었다.
The Astronaut
마블 영화가 만든 유행어 “슈퍼히어로 랜딩(Superhero Landing)”을 빌려 표현하면, 그야말로 슈퍼스타 랜딩이다. 군 입대를 앞두고 진이 발표한 첫 솔로 싱글 ‘The Astronaut’은 진과 세계적인 밴드 콜드플레이가 협업했다는 소식이 먼저 알려져 양쪽 팬들의 기대감을 머리 끝까지 끌어올렸다. 그 결과물인 ‘The Astronaut’은 감미로운 보컬과 몽환적인 사운드가 어울려 묘한 설렘의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그러다 절정부로 향하는 순간 콜드플레이의 보컬 크리스 마틴의 코러스가 비범하게 힘을 보탠다. 음악의 결도 그렇고, 진이 작사 작곡에 참여해 팬들에 대한 마음을 표현한 점과 “You and me / 끝나지 않을 history / Oh, 나의 우주가 돼 준 / 우리의 이야기”라는 첫 소절까지, 진의 솔로곡 ‘Moon’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그러고 보니, 앞서 콜드플레이와 방탄소년단이 함께한 곡의 제목은 ‘My Universe’. 우연보다는 우주적인 그림이란 말이 더 어울리겠다. 방탄소년단과 아미의 인연도 그렇고.
- 프리랜스 에디터
- 우영현
- 사진
- @bts.bighitoffic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