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트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데뷔 쇼를 마친, 디자이너 디렉터 마르코 드 빈센초를 만났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된 후 4개월 남짓, 마르코는 하우스의 DNA를 깊이 파고들었고, 자신의 아티스트적 감각과 취향에 근사하게 버무린 첫 컬렉션을 선보였다. 그렇게 그와 에트로에게는 예측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쇼를 마친 지금, 기쁨에 도취될 새도 없이 그는 ‘당연히’, ‘자연스레’ 다음 ‘창조’를 이어가는 중이다. “나는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가진 모든 에너지는 오직 현재에 사용한다.”
<W Korea> 에트로의 수장으로서 성공적인 데뷔를 마쳤다. 기분이 어떤가? 또 쇼가 끝난 지금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마르코 드 빈센초(Marco de Vincenzo) 이미 다음 컬렉션에 집중하고 있다. 나는 항상 일에 몰입하는 사람이다. 이전의 내 작업은 늘 다음 컬렉션의 토대로 활용된다. 나는 내가 여전히 ‘창조 중’이라고 느낀다.
쇼 시작하기 전 선보인 티저 영상부터 인비테이션으로 준비한 바톤까지,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 안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ETROPIA’라 명명한 프로젝트는 패션계에서 거의 볼 수 없는, 옷에 의지하지 않고 오직 창의성과 상상력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 나의 방식이다. 바톤 인비테이션은 다가올 것, 말 그대로 양도(전달)를 상징한다.
기존의 에트로와 당신이 창조한 에트로는 어떻게 다르길 바랐는지?
에트로를 시작하며 이전과 지금이 꼭 다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분명 나의 취향과 시각이 담겼을 거다. 중요한 건 나는 혁신적이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지 않고, 그저 나의 본능에 따랐다는 것이다.
먼저 데님 룩에서는 아이코닉한 페이즐리 문양을 젊은이들이 열광할 법한 요소로 재창조한 느낌이 들었다. 크롭트 톱과 팬츠, 랩 미니스커트가 그랬고, 아이템 하나하나 독립적으로 믹스매치했음은 물론이고 기존의 아이템과 쉽게 결합할 수 있는 것들이라 인상적이었다. 데님 룩을 전방에 배치한 이유가 궁금하다.
첫 번째 룩은 사실 많은 것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미니멀한 실루엣의 선택, 오랜 직조 기술이 사용된 데님과 같은 현대적인 소재, 페이즐리에서 새와 꽃으로의 변형이 그것이다. 이것은 작은 지구의 순환과 같은 이치라고 여겼다.
기하학적인 패턴과 경쾌한 컬러 플레이는 개인적으로 당신의 브랜드에서 특히 좋아한 부분이다. 에트로 쇼에서도 그것이 잘 표현되어 반가웠고, 무엇보다 에트로와 자연스레 녹아들어 인상적이었다. 당신 개인의 브랜드를 할 때와 에트로에 와서 디자인할 때 컬러를 쓰는 방식은 달랐는지, 달랐다면 어떤 부분을 더 신경 썼는지 궁금하다.
앞서 말했지만 이번 컬렉션은 나와 에트로라는 두 세계의 결합에서 태어났다. 때로는 둘 중 하나가 더 많은 것을 나타내고, 때로는 두 가지가 완벽하게 합쳐진다. 나는 항상 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나의 미적 헤리티지에 대한 도전은 끊임없이 시도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브랜드의 DNA를 더 깊이 파고들수록 예측할 수 없는 흥미로운 일이 일어나곤 했다.
당신의 디자인은 우아하면서 고급스럽다. 이번 에트로에서도 그랬다. 우아한 아웃핏을 창조해내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스트리트적 요소들마저 우아하다. 바지의 길이, 너비, 톱의 길이 등 딱 우아한 선을 예민하게 지키는 데는 뛰어난 감각이 뒷받침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운 좋게도 넓은 세계와 주변의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지만, 아직 옷을 제작함에 이탤리언 전통에서 배우고 익힌 감각이 남아 있다. 당신이 말하는 나의 우아함의 뿌리는 아마 그것일 것이다.
정교한 자수 이야기도 하고 싶다. 후반부에 배치된 섬세한 자수는 어떤 의미가 담긴 건지? 자수 룩을 보니 원단 안에 한 폭의 그림을 담았다는 생각이 들더라. 쿠튀르적 터치로 하우스에 경의를 표하는 느낌이 들었달까?
쇼 마지막 부분에서 브랜드에 표하는 경의를 보여주고 싶었다. 결과는 수월해 보이지만, 레이스 위에 프린트한 조젯 인레이 기법은 당신 말처럼 매우 희귀하고 정교한 과정이다. 매우 시각적이고 즉각적인 느낌을 주는 옷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데이션이 들어간 독특한 질감의 미니드레스는 제작 방식이 무척 섬세하고 까다로웠을 것 같다. 어떤 기법으로 완성했는지?
미니드레스 소재는 에어브러시 기법을 적용하고 수작업으로 염색한 캐시미어다. 에어브러시와 수작업의 특성상 단 한 피스도 똑같은 옷이 없다. 상업적으로 생산된 옷임에도 불구하고 독특함을 반영한 룩이라고 할 수 있다.
사과 모티프 백, 드레스와 매치한 워커 부츠, 사이하이 부츠, 커다란 태슬이 달린 이어링 등 액세서리도 당신의 룩을 돋보이게 만드는 요소였다. 액세서리를 디자인하면서 중시한 점은 무엇인가?
알다시피 나는 액세서리 디자이너로서 강도 높은 훈련을 거쳤고, 내 디자인 이야기의의 핵심에는 늘 액세서리가 있다. 액세서리를 디자인할 때 나는 룩의 전체 완성을 생각하지 않고, 오직 그 자체, 오브제에 대해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 5월, 당신이 에트로의 수장이 된다는 발표가 있고, 4개월 만에 준비한 쇼다. 물리적 시간에 어려움은 없었는지?
나는 4개월의 시간을 4주라고 말하고 싶다! 디자인 관점에서 컬렉션을 생각하고 마무리하는 시간이었다. 쉽지 않았지만, 서두르는 것이 늘 나쁜 것만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당신이 가장 잘하는 컬러 베리에이션 안에 에트로의 아카이브를 젊고 경쾌하고 콤팩트하게 담아낸 쇼였다. 당신의 에트로는 어떤 비전을 가지고 나아갈 예정인가?
나는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가진 모든 에너지는 현재에 쓰인다. 한 달쯤 후 발표할 프리폴 컬렉션을 통해 또 하나의 퍼즐을 완성할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몇 시즌 전부터 에트로가 젊고 새로운 이미지로 변신하며 고객층의 범위를 확장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패션 에디터들에게도 에트로 의상이 다양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매개로 등장했고 말이다. 당신이 맡은 에트로 역시 무한한 상상력을 실현시켜줄 것이라 생각한다. 동시에 거리에서도 자주 볼 아이템이 많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것 같은데, 염두에 둔 것인지 궁금하다.
당연하다. 현실주의자 같겠지만 나는 패션은 오직 거리 위에서만 살아남는다고 생각한다. 비록 나자신을 상업적인 디자이너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나는 크리에이터와 소비자의 교류와 대화에 매우 관심이 많고 무척 흥미를 느낀다.
요즘 대다수 하우스 브랜드가 K-POP 스타에 열광하고 있다. 앰배서더로 임명해 브랜드를 홍보하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당신도 브랜드를 이끌면서 이러한 마케팅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자연스럽게, 가장 좋을 때를 기다리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이번 시즌 당신이 만든 의상 중 가장 에트로다운 룩을 소개한다면?
노란 스트라이프가 장식된 코튼 파자마 룩. 이것은 내가 브랜드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것을 완벽하게 요약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쇼를 마치고 들은 피드백 중 가장 인상 깊은 건 무엇인지 궁금하다.
나로 하여금 한 뼘 더 도약할 수 있게 자극하는 피드백을 좋아한다. 누군가는 내가 더 잘할 수 있다고 말했고, 실제로 그랬다.
- 패션 에디터
- 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