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뉴욕에서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개인 컬렉션으로 옥션이 열릴 예정이다.
22세의 나이로 세계 최대의 IT 기업을 공동 창업하고, 수백 배 이상 상승한 창업 지분을 팔아 유물 수집과 자선, 연구 활동, 미술품 컬렉팅에 평생을 바치며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독신남으로 살아간 한 남자가 있다. 세상을 떠나며, 평생 수집한 1조 원 이상의 미술품 컬렉션을 경매로 처분한 뒤 사회 공헌을 위해 기부하라는 유언을 남기는데… 만화나 드라마 주인공에 어울릴 법한 이 설명은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업주 고(故) 폴 앨런(1953-2018)의 삶을 간략히 줄인 것이다. 10조를 훌쩍 넘기는 규모의 재산을 공익을 위해 쓰고자 했던 폴 앨런은 태평양에 가라앉은 제2차 세계대전 시절 군함을 건져 박물관에 기부하거나 항공기를 수집해 박물관을 세우는 등 컬렉터이자 자선가로 폭넓게 활동했다. 미술품 수집 역시 그 가운데 하나였다.
언제나 미래의 방향을 예측하던 폴 앨런이 특히 좋아한 장르는 풍경화였다. 풍경화가 마치 ‘다른 현실을 들여다보는 창’과 같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독신자였던 덕분일까? 그의 컬렉션은 대부분 제임스 터너, 데이비드 호크니, 루치안 프로이트, 르네 마그리트 등 대형 미술관에서나 만날 수 있는 작가들의 주요 작품과 미술사의 주요 작품으로 이뤄졌다. 특정한 시대, 사조에 구애받지 않고, 거의 500년에 이르는 미술의 역사를 다루는 폴 앨런 컬렉션의 가치는 현재 기준으로 한화 1조 원을 훌쩍 넘기는 것으로 평가된다. 크리스티 옥션은 오는 11월 9일과 10일 진행될 경매의 주요 작품을 미리 공개하고 있는데, ‘가격 문의’라고만 쓰인 수많은 작품 가운데 ‘그나마’ 저렴한 것은 17세기 네덜란드 플랑드르 지방의 화가 피터르 브뤼헐 1세의 그림으로, 400~600만 달러의 추정가가 제시되었다. 폴 앨런의 유언에 따라, 경매의 모든 수익금은 사회 공헌을 위해 기부금으로 쓰일 것이다. 덕분에, 전 세계의 미술관과 컬렉터들 역시 이번 기회를 통해 비싸고 귀한 작품을 얻게 될 것이다. 타고난 천재성으로 이룬 엄청난 부를 컬렉팅에 쓴 고(故) 폴 앨런에게 감사를.
- 에디터
- 전여울
- 글
- 박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