릭 오웬스 2023 S/S 컬렉션
대리석 조각이 가득한 파리의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 광장에 분수가 공중으로 10m 높이의 거대한 물줄기를 뿜어냈고, 이솝과 콜라보로 완성한 릭 오웬스 향이 스모그와 함께 풍겨나오며 릭 오웬스 2023 S/S 컬렉션이 시작했다.
릭 오웬스는 올해 초 다녀온 이집트 여행을 통해 2023 S/S 시즌의 영감을 받았다. 컬렉션은 나일강 서쪽 제방에 있는 신전의 이름을 따서 ‘EDFU’라고 명명했다. 여러 개의 패널을 재단하고 봉제하여 만든 집업 보머 재킷은 고대 이집트 사람들이 숭상한 풍뎅이 형상을 닮았다. 릭 오웬스의 드래이핑은 역시 특별했다. 예술적 입체 재단을 통해 완성한 드레스는 일부 고대 이집트의 전통 의상, 로브나 튜브를 떠오르게 했다. 릭 오웬스 컬렉션에서 어깨 디테일은 빼놓을 수 없는 부분. 재킷 어깨가 거의 턱까지 닿을 정도로 하늘로 솟아오르게 한 어깨 디테일이 기이하고도 매력적인 실루엣을 만들었다. 약 200m에 가까운, 엄청난 양의 튤 소재를 투입하여 만든 레드와 블랙 컬러의 볼 가운은 이번 파리 패션위크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남을 드라마였다. 오건디 캐미솔에 흩뿌려진 작은 씨앗 진주부터 오간자 블라우스에 꿰어진 마크라메에 이르기까지 섬세한 수공예적 디테일 또한 매력적!
릭 오웬스가 몇 시즌 전부터 추진해온 지속 가능한 소재에 대한 탐구는 계속 이어졌다. 쇼의 전반부에 등장한 가죽처럼 보이는 소재는 식품에서 추출한 천연 글리세린을 활용하여 만들었고, 쇼의 후반부를 장식한 뱀가죽처럼 보이는 소재는 데님에 옻칠을 한 것이다. 거대한 볼 가운을 만들어낸 튤 소재는 바다와 매립지에서 수집된 폐기물을 재활용한 것! 릭 오웬스는 인스턴트 패션 시대에 몇 남지 않은 진정한 쿠튀리에로서 사명과 진심을 다한 모습이었다.
- 프리랜스 에디터
- 명수진
- 영상
- Courtesy of Rick Owe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