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하고 우아한 여성을 대변해온 프리미에르가 35주년을 맞이했다. 아르노 샤스탱의 지휘 아래 오리지널 버전으로 재탄생한 프리미에르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으며 시대를 초월하는 클래식의 매력을 드러낸다.
클래식의 탄생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가 되려면 늘 남달라야 한다.” 20세기 여성 패션의 혁신을 선도한 샤넬의 창시자, 가브리엘 샤넬의 말이다. 남다르다는 것은 곧 깊은 통찰력과 한 걸음 앞서 시대를 예견하는 안목을 의미한다. 가브리엘 샤넬의 선구적 혜안은 비단 패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1987년 당시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자크 엘루(Jaques Helleu)는 샤넬의 정신을 워치메이킹 세계에 적용했다.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손목시계를 여성의 영역으로 확장해 남성적인 코드의 지배를 받고 있던 워치메이킹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여성이 시간을 확인하는 것을 금기시하던 20세기 초에는 목걸이 펜던트나 팔찌, 브로치 등 주얼리처럼 보이는, 즉 다이얼을 숨길 수 있는 시크릿 주얼 워치가 일반적이었다. 세상이 변해 여성의 시계 착용이 자연스러워졌지만, 여성 워치는 남성 시계의 하위 버전에 불과했다. 그런 차원에서 샤넬의 첫 워치메이킹 제품, 프리미에르는 단순한 손목시계를 넘어 여성의 자유와 평등의 역사에 동행해온 샤넬의 연대기를 함께 구축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위대한 코드
‘처음’이 갖는 의미만큼 특별한 것이 또 있을까. 프랑스어로 ‘최초’를 뜻하는 프리미에르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샤넬 최초의 손목시계다. 프리미에르 워치는 18세부터 30년간 샤넬에 몸담고, 샤넬을 워치메이킹의 세계로 성공적으로 인도한 자크 엘루의 작품이다. 그는 데뷔작인 만큼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고민을 멈추지 않았다. “강렬하고 독특하며, 영원한 샤넬의 코드가 될 수 있는 디자인을 위해 고군분투했다”고 말하며, 여성용 워치로는 처음으로 남성용 시계의 축소판이 아니라 온전히 여성만을 위한 우아하고도 대담한 디자인을 탄생시켰다. ‘취향의 문제’ 를 해결하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모든 여성을 위한 시계를 만들고자 샤넬 하우스의 코드를 워치메이킹에 접목해 클래식한 스타일을 확립했다.
클래식 스타일
샤넬 부티크가 위치한 방돔 광장, 샤넬 N°5 향수, 상징적인 퀼팅 백, 아이코닉한 블랙 컬러에 이르기까지 샤넬 하우스의 클래식 코드는 35년의 세월을 거친 프리미에르 워치메이킹 세계에 뿌리 깊게 자리한다. 가브리엘 샤넬이 머물던 리츠 호텔의 스위트룸에서 바라보던 방돔 광장과 샤넬 N°5 향수병 스토퍼의 팔각형 구조는 골드 소재 케이스가 되었고, 레더와 체인을 엮은 퀼팅 백 스트랩은 유연한 브레이슬릿이, 상징적인 블랙 컬러는 다이얼과 크라운에 안착했다. 블랙 래커의 매끄러운 표면 위에는 숫자도, 인덱스도, 초침도, 날짜 표시도 없다. 경사진 글라스 아래로 비치는 금빛 시곗바늘만이 손목 위 소우주 속에서 무한히 움직인다. 이렇듯 프리미에르는 샤넬 하우스의 코드를 활용해 오랜 세월 흔들리지 않을, 새로운 클래식 스타일을 창조했다.
프리미에르의 뮤즈
“프리미에르는 샤넬의 워치메이킹 역사의 첫 페이지라 할 수 있다. 절대적인 창작의 자유에서 탄생하였고, 샤넬이 생각한 ‘시간의 매력’이라는 비전의 시작이기도 했다. 2022년, 샤넬은 프리미에르가 다시 제자리를 찾아 워치 컬렉션의 중심에 자리매김하길 원했다. 프리미에르는 샤넬의 DNA이자 코드, 스타일이다.” 워치메이킹 크리에이션 스튜디오 디렉터 아르노 샤스탱(Arnaud Chastaingt)의 말처럼 프리미에르는 스타일에 대한 일종의 지침서이자, 현재를 살고 오늘을 즐기는 모든 자유로운 여성에게 바치는 헌사다. 이런 프리미에르의 이미지를 대변할 인물로 수주만큼 적합한 사람이 있을까. 오랜 기간 우정을 맺은 샤넬 하우스의 친구이자 서로를 응원하는 파트너로서, 또 지극히 샤넬적 애티튜드를 지닌 모델 겸 뮤지션 수주는 프리미에르의 우아함, 모던함을 완벽하게 표현한다.
영원의 아이콘
프리미에르는 샤넬 코드를 원동력으로 작동하는, 마치 생명력이 깃든 하나의 유기체처럼 성장하고 또 진화한다. 1987년 프리미에르의 출시를 위해 샤넬은 파리의 40 애비뉴 몽테뉴(Avenue Montaigne)와 제네바의 43번지에 전용 부티크를 열었고, 1990년에는 방돔 광장에도 부티크를 열었다. 마치 젊은 신인 배우처럼 신선한 매력을 한껏 머금고 등장한 프리미에르 워치는 우아하면서도 독창적인 모습으로 수년에 걸쳐 다양한 버전을 선보여왔다. 프리미에르를 레퍼런스로 벌어지는 다양한 해석과 그 결과물은 워치메이킹 크리에이션 스튜디오 디렉터 아르노 샤스탱을 통해 그 계보를 이어간다. 프리미에르 락, 프리미에르 체인, 프리미에르 벨벳, 프리미에르 세라믹은 시대적 아름다움을 반영한 모델로 샤넬의 정신과 프리미에르의 세계를 확장한다. 2022년 샤넬 워치메이킹&화인 주얼리가 방돔 18번가에 재단장한 타운하우스의 문을 다시 열면서, 프리미에르는 본래의 디자인에 충실하면서도 시대를 반영한 모던한 디자인으로 다시 한번 주목받게 되었다.
- 패션 에디터
- 김현지
- 사진
- COURTESY OF CHANEL WATCH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