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ada 2023 S/S Collection

명수진

프라다 2023 S/S 컬렉션

밀라노의 ‘폰타지오네 프라다’는 프라다 컬렉션이 열릴 때마다 아주 근사하게 변신하곤 했었다. 미우치아 프라다와 20년 넘게 협업하고 있는 네덜란드 건축가 렘 쿨하스의 AMO(Architecture for Metropolitan Office) 그룹이 단 한 번의 패션쇼를 위해 더할 나위 없이 근사한 공간을 창조한다. 하지만 지난 6월, 2023 S/S 맨즈웨어 컬렉션을 시작으로 프라다는 사람들의 기대감을 여지없이 부셔(?) 버렸다. 지난번에는 가장 겸손한 소재인 하얀색 종이로 공간 전체를 감싸고 누런 종이 판자로 바닥과 관람석 의자를 만들더니, 이번 2023 S/S 프라다 컬렉션 역시 폰타지오네 프라다 공간을 검은색 종이로 뒤덮었다.

검은 배경에 작게 낸 창문으로 덴마크의 영화감독 니콜라스 윈딩 레픈(Nicolas Winding Refn)와 함께 공동 제작한 단편영화 <Touch of Crude>가 재생됐다. 영상은 신발을 벗는 여성, 매트리스 아래, 카펫과 소파의 질감 등 각각의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을 몰래 훔쳐보는 듯한 관음적인 분위기였다. 프라다의 공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는 이번 시즌 ‘본질’에 대해 얘기하고자 했다. ‘불필요한 복잡함을 배제하고 단순함을 추구한다. 정치적으로, 이론적으로, 미학적으로 우리는 이런 개념에 계속해서 끌린다’는 설명이다.

이런 개념하에 프라다는 의도적인 ‘조야함’을 연출했다. 실루엣은 간결하고 소재는 투명한 가운데 거칠고 구겨진 일상의 흔적을 담은 의상이 런웨이에 소개됐다. 스커트의 슬릿과 밑단은 들쭉날쭉하고 프린트는 미완성의 작품처럼 옷의 경계 부분에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샤워 가운처럼 느슨하게 걸쳐 입은 오버코트와 천진난만한 아플리케와 코사지가 소박한 느낌을 더한다. 특히, 회색 셔츠를 변형한 올인원은 ‘옷의 본질’만을 남겨두고자 한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의 의도가 다분히 느껴지는 룩이었다. 미우치아 프라다는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니콜라스 윈딩 레픈 감독과의 대담에서 좀 더 직접적으로 의견을 냈다. ‘아무리 좋은 것을 만들어도 충분하지 않다. 점점 더한 것이 요구된다 우리가 따뜻한 인간애와 조야함을 이야기하는 이유다’라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더욱더 자극적인 것을 원하는 요즘 휴머니티와 소박함의 철학을 이야기하는 디자이너가 얼마나 있을까? 분명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의 만남은 패션사를 새로 쓸만한 시너지를 내고 있다.

프리랜스 에디터
명수진
영상
Courtesy of Prada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