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에서 살아남은 신인 디자이너 4

W

혼란의 시대에서 살아남은 신인 디자이너 ‘넷’을 만났다. 그들은 새로운 시대의 수혜자이기도, 피해자이기도 했지만 확실한 사실은 위기를 기회로 바꿀 만큼 모두 철저히 준비된 디자이너였다는 것. 

KNWLS 

두아리파, 벨라 하디드, 킴 카다시안이 즐겨 입는 런던 브랜드, 노울스(KNWLS)

<W Korea> 반갑다. 노울스(KNWLS)는 샬롯 노울스와 알렉상드르 아르세노 듀오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브랜드로 알고 있다. 노울스의 시작이 궁금하다.
노울스 알렉상드르(이하 알렉스)와 나는 센트럴 세인트 마틴 석사 과정에서 처음 만났다. 알렉스는 남성복을 나는 여성복을 공부하고 있었고, 그러다 그의 대학원 졸업 컬렉션을 도와주게 되었다. 우리는 일할 때 합이 잘 맞았고 동시에 데이트도 시작했다. 내가 졸업할 때는 그가 내 대학원의 졸업 컬렉션을 도와주었다. 졸업 후 패션 이스트에 함께 지원했고, 그렇게 노울스는 시작되었다.

브랜드 안에서 두 사람의 역할은 어떻게 나뉘는가? 알렉스는 사업적인 부분, 패턴 커팅, 그리고 제품 개발을 담당하고, 나는 스튜디오에서 디자인하고 연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장 폴 고티에, 카발리, 돌체앤가바나 등의 90년대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이 많다. 90년대의 어떤 점이 당신들을 사로잡았는지, 그리고 처음 옷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 어떤 키워드들을 떠올렸는지? 알렉스와 나는 90년대에 자랐기 때문에 그 시절의 향수가 느껴지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할 거다. 하지만 현재와 90년대 사이에 유사점도 많다고 생각한다. 당신 말처럼 나는 장 폴 고티에, 카발리, 돌체앤가바나 등이 보여준 과도한 화려함과 풍부함, 극도로 정교한 디테일, 레퍼런스를 좋아한다. 처음 옷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 키워드로는 언터처블, 강함, 통제력을 떠올렸던 것 같다.

90년대, 섹슈얼, 보디 포지티브, 란제리 등 다양한 키워드가 요즘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SNS에서의 활발한 소통도 당신들의 큰 장점이었고. SNS 활동은 브랜드를 운영하는 데 있어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팔로워, 소비자와 친밀하고 직접적으로 소통하다니 놀라운 일이다. 그런 반면 정보의 홍수 속에서 한 가지에 집중하는 시간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SNS를 운영함에 있어 고충도 생겨나고 있다. 양날의 검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SNS를 통해서 브랜드, 우리의 세계관을 대중에게 전할 수 있고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으니까. 이제 사람들은 브랜드에 대해 친밀함을 느끼는 동시에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있기를 기대한다. 브랜드에 관심을 갖고 스스로와 동일시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하는 것 같다.

SNS로 많은 고객을 만났지만, 반대로 폐해도 있었을 것 같다. ‘Pretty Little Thing’이나 ‘Shein’과 같은 브랜드가 낮은 품질의 모방 상품을 만들고 싼 가격에 파는 모습을 보면 속상하다. 하지만 그런 종류의 브랜드를 찾는 사람이 우리의 고객은 아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오리지낼리티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당신들만의 방법이 있다면? 알렉스와 나는 시즌마다 새로운 아이디어, 기술, 분위기를 소개하는 독특한 디자인 언어를 개발해서 시장의 판도를 뒤흔드는 걸 즐기는 편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만이 모방 브랜드보다 앞서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으려고 한다. 패션 산업은 매우 변덕스럽고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한발 먼저 움직여야 한다.

두아리파, 벨라 하디드, 킴 카다시안 등 유명인사들이 당신의 옷을 실제로 즐겨 입는다. 그들이 옷을 입고, 어떤 변화가 일어났나? 대중에게 영감을 주는 유명인사들이 우리 브랜드 옷을 입는 것은 매우 흥분되고 뿌듯한 일이다. 유명 연예인이 우리 옷을 입으면 판매 실적과 팔로워 수도 급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지 유명 연예인이 우리의 옷을 입어서 신나는 건 아니다. 우리 브랜드를 통해 한 사람의 삶과 연결된다는 것 자체가 즐겁고, 그들을 보며 영감을 받는다.

사진가 할리 위어와 함께한 환경 프로젝트도 흥미로웠다. 해양 쓰레기 사진을 옷에 프린트하는 아이디어는 사진가 할리와 우리 브랜드 스타일리스트인 조지아가 떠올렸다. 할리는 ‘쓰레기’로 만들어진 수영복에 쓰레기 사진을 프린트하면 의미 있는 일이 될 거라고 말했다. 모두 할리의 아이디어를 매우 좋아했고, 그 작업으로 바다를 정화하기 위한 기금을 모으기로 했다. 앞으로도 환경보호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서스테이너블 이슈를 다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브랜드는 브랜드로서 지속가능해야 한다. 브랜드 관점에서 지속가능성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브랜드만의 진정성을 타협하지 않고 유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가치관과 맞지 않은 일을 브랜드 지속을 위해서, 마치 우리의 가치관인 척하는 기만적인 행동은 하지 않을 거다. 우리는 인증받은 공장에서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 직물을 조달하고, 훌륭한 근무 여건을 갖추고 사업 운영에 있어서도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를 적용하려고 노력한다. 정직원과 인턴 모두를 존중하고 있고 웬만해서는 오후 6시 이전에 ‘칼퇴근’하는 문화를 정착시키려 애쓴다. 이탈리아와 영국에 있는 훌륭한 공장들과 협업하고, 해당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적정 수준의 임금을 받고 일하며, 더불어 열정적인 인재를 발굴, 채용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모든 게 너무 빠르게 지나가고 바뀐다. 이런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지도 궁금하다. 지금의 패션계는 레드오션이다. 새로운 패션 브랜드가 계속 등장하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신생 브랜드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하지만 우리는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려 한다. 다른 브랜드와 비교보다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해서 원하는 성과를 달성할 거다. 패션업계 내에서 마라톤을 한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지속가능한 브랜드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브랜드의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

2022 F/W의 고양이 모자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아바타의 모자 같달까? 그런 한편 종말을 기다리는 세기말의 여전사를 떠올리게 했다. F/W 이야기를 좀 듣고 싶다. 이번 시즌은 처음부터 끝까지 혼돈의 도가니였다. 혼돈에 맞서는 세기말 여전사 같은 이미지를 염두에 두고 이번 시즌을 준비했다. 우리는 하라주쿠 스타일만의 실루엣, 텍스처, 그리고 독특한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았다. 함께 작업한 조던 헤밍웨이는 어둡고 불안한 에너지를 묘사하기에 완벽한 인물이었다. 그만큼 카와이 스타일만의 실루엣, 텍스처와는 대조되는 분위기를 잘 묘사할 이는 지구상에 없지 않을까!

S.S.DALEY 

LVMH 프라이즈의 위너이자, 해리 스타일스의 무대의상으로 유명한 S.S 데일리(S.S.DALEY)

LVMH 프라이즈의 수상을 축하한다.
S.S 데일리(S.S.DALEY) 반갑다. 수상 자체만으로도 너무 흥분되고 기뻤지만, 수상하기 전까지의 과정 역시 인생을 바꿀 만한 강렬한 경험이었다. LVMH는 내게 패션업계의 기라성 같은 인사를 만날 기회와 내 브랜드를 국제적으로 홍보할 기회를 주었다. 그 이후로, 나는 S.S.데일리를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것을 최우선의 목표로 삼게 되었다.

더블유 독자에게 디자이너 스토키 데일리가 만드는 S.S.데일리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S.S.데일리는 영국의 복식 전통에 새 생명을 불어넣고, 이를 재해석하려는 브랜드다. 전 세계의 팬들이 영국 특유의 전통적인 계급 시스템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울 것이며, 전통이라는 개념은 늘 엘리트 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나는 옷을 통해 이를 새롭게 구축하고 싶었다.

브랜드의 시작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신은 대학원 시절의 컬렉션을 시작으로 팬데믹 기간에 쇼 없이 시작한 사람 중 하나다. 자신의 쇼를 열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겠지만 장점도 있었을 것 같다.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사람들은 소셜미디어라는 플랫폼에 몰두했고, 이는 내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덕분에, 많은 사람이 내 브랜드를 접하게 되었고, 온라인에 널리 퍼질 수 있었다. 패션쇼만 있었다면 나는 이러한 기회를 얻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스타일리스트 해리 램버트를 통해 해리스 스타일스가 당신의 옷을 입게 된 일화는 유명하다. 그 인연의 시작과 그 일이 당신의 삶에 가져온 거대한 변화가 궁금하다. 소셜미디어가 없었더라면 우리는 그러한 관계를 맺지 못했을 것이다. 코로나 봉쇄 기간 동안, 해리 램버트는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올려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그들의 작품을 제출하게 했고, 우리의 관계는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그 이후, 해리 램버트와 나는 3인조 팀을 구성하여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당신의 컬렉션도 그렇고 최근 작업도 그런데 옷에서 일관된 패턴이 보인다. 신인으로서 가지기 쉽지 않은 확고함과 명확함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나의 옷 전반에는 패션의 복식사가 흐르며, 수공예, 서스테이너블, 현대적 감성이 담겨 있다. 중요한 건 내 작업이 늘 일관된 스토리를 기반으로 시작한다는 것이다. 현재 내 머릿속에는 레이디 디, 세실 비튼, 케이트 부시, 데이비드 호크니, 요크셔주의 뱃사공, 그리고 학교 교복 등이 스쳐 지나간다. 이 모든 것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나는 바로 그 공통점을 근거로 컬렉션의 일관된 이미지를 찾아간다.

대학원 재학 중에 준비한 당신의 두 번째 컬렉션은 연극 형식으로 시선을 모았다. 연극이 당신에게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 나는 어릴 때부터 연극 속에서 자랐고, 배우가 꿈이었다. 연극은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독특한 매개체다. 나는 항상 스스로 연기하곤 했다. 개인적인 관심사와 패션 이 두 가지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독특한 컬렉션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당신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진정한 독창성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옷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옷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었는지, 신념 때문인지 궁금하다. 지속가능성은 나만의 패션을 시작하는 중요한 계기였다. 패션을 전공하는 학생은 대부분 경제적 압박에 시달린다. 나 역시 그랬는데, 그런 조건에서도 가능한 한 모든 과제를 제때, 제대로 처리하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빈티지 원단을 구해 옷을 만들어야 했다. 그 이후 시간이 지나 브랜드가 성장했고, 데드스톡 원단을 사용하는 환경적 이점을 더 잘 이해하기 시작했다.

당신의 옷은 원단과 프린트도 무척 근사하다. 어떤 방식으로 원단을 조달하는지, 어려움은 없는지? 나는 데드스톡 원단을 많이 사용한다. 가령, 영국의 흔한 원단인 시어서커 스트라이프 원단을 2022 F/W에서 자주 사용했는데, 이 원단 위에 프린팅을 더해 전혀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식이다. 나는 오래된 무언가에 새로운 공정을 결합하는 것만이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스토키 데일리는 상류층 공립학교의 고급스러운 유니폼을 노동계급의 비공식 유니폼과 충돌시킨다”라는 평가를 많이 들었는데, 영국 전통주의에 대한 유쾌한 전복, 노동 계급과 엘리트주의적 드레스 코드의 병합 등과 같은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느 정도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노동계급 유니폼의 특징과 상류 엘리트 계층 유니폼의 특징을 나만의 코드로 병합한다. 내 작업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아주 상반된 해석도 있고, 흥미로운 해석도 있다. 그런 다양한 해석을 듣는 일이 즐겁다.

최근 작업에 대해 질문하고 싶다. 이번 시즌 콘셉트인 ‘영국의 위엄 있는 집의 해체’를 설명해줄 수 있을까? 당신의 시그너처가 다 들어가 있지만, 어딘지 달랐던 이번 컬렉션 말이다. 이전 컬렉션에서 나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달라져온 영국의 인테리어를 많이 참조했다. 이번 시즌에는 영국의 위엄 있는 집의 구조를 조금 더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산업혁명의 산물이자 유산인 영국식 저택의 건축 구조, 사용자들의 공간 배치, 공간 인테리어 등 모든 특징을 탐구했다. 그렇게 집을 해체하여 각 특징을 탐구하는 과정은 매우 흥미로운 배움의 시간이었다.

S.S.데일리와 수작업, 공예는 중요한 코드이다. 모든 게 빠르게 변하고, 누구나 쉽게 옷을 만들고, 접을 수 있는 요즘 같은 시대에 그 방식을 유지해 가겠다고 다짐한 이유가 있는지? 2022 F/W에서 선보인 패치워크 셔츠가 좋은 예일 거다. 소재도 무늬도 다양한 아주 많은 천 조각을 이용하여 셔츠를 만들었다.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각각의 셔츠는 모두 다른 패턴을 보인다. 셔츠 하나 완성하는 데 5단계를 거쳐야 하지만 그 결과물은 정말이지 아름답다. 이 셔츠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갈 생각을 하니 매우 흥분된다. 이 셔츠에 나타난 영국의 독특한 특징을 전 세계 모든 곳에서 볼 수 있으니 말이다.

ASHLYN 

요지 야마모토, 캘빈 클라인의 라프 시몬스, 카이트의 패턴 메이커가 만든 브랜드, 애슐린(ASHLYN)

반갑다. 더블유 코리아 독자들에게 애슐린(ASHLYN)은 어떤 브랜드인지 소개 부탁한다. ‘Ashlynn Park’이라면 한국 사람인가?
애슐린
애슐린(ASHLYN)은 깨끗한 실루엣과 편안함에 초점을 맞추어 전통적인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현대적 해석을 하는 브랜드다. 나는 대한민국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고, 2020년 애슐린을 론칭하기 전까지 약 10년 동안 글로벌 패션 브랜드의 디자인팀에서 일했다.

요지 야마모토, 캘빈 클라인의 라프 시몬스, 카이트의 패턴 메이커였다고 들었다. 자신만의 브랜드를 론칭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첫 컬렉션은 내가 프리랜서로 일할 때 제작했다. 당시 나는 낮에는 회사의 컬렉션 작업을 했고, 퇴근 후 저녁에 내 컬렉션에 집중하는 생활을 반복했다. 그런 방식의 변환점은 큰딸의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엄마는 꿈이 뭐예요?” 그 말을 듣고 나는 무언가에 머리를 맞은 듯했고, 내 브랜드를 론칭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만 해도 나는 다른 워킹맘처럼 직장과 가정 사이의 균형을 맞추려면 프리랜서가 가장 적합한 선택지라 생각한 터였기 때문이다. 큰딸의 질문을 통해 그 균형과 관련한 관점이 변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딸들에게 모범이 되고 싶었다. 나는 나만의 작업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했고, 그 과정에서 브랜드를 론칭하게 되었다.

애슐린을 두고 인스타그램 시대에 기술적 기교를 바탕으로 ‘제대로’ 옷을 만드는 브랜드라고 평한다. 당신의 탄탄한 기술력에 독특한 미학이 만나 생경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달까. 당신의 브랜드가 갖는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처음 패션계에 발을 들였을 때 요지 야마모토 밑에서 일하면서 디자이너의 책임감을 배웠다. 그는 과잉 생산과 과잉 소비가 일상화된 패션 산업계에 대항할 수 있는 자긍심을 키워주었다. 그리고 요지는 자신의 모든 디자인에 대해 질문을 던지라고 가르쳐주었다. 예를 들면 각 디테일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그 손질이 정말 필요한가? 등등. 그의 엄격한 가르침은 내가 완벽한 결과물을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커리어 내내 많은 사람이 내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과 가정을 꾸리는 꿈을 동시에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패션 산업은 여성이 직업과 개인 생활의 균형을 맞추는 데 배려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브랜드와 가정, 둘 중 하나를 고르라는 것과 같았고, 나는 이를 믿지 않는다. 나는 우리 팀원들이 각각 개인의 삶을 즐길 수 있도록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추구하여 시간 낭비를 줄였다. 우리는 모두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

패턴과 재단이 까다로워 보이는 옷이 많다. 옷을 구상하면서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무엇인지? 내 모든 작품과 디자인에는 무수한 의미가 담겨 있다. 패턴 메이커로서 오랜 시간 다양한 도전을 시도했고, 이번 컬렉션에는 지난 12년 동안 시간이 부족해 완성하지 못한 디자인을 담았다. 나는 디자인할 때 과정보다는그 뒤에 숨겨진 의미를 염두에 두는 편이다. 컬렉션에 소개하는 작품의 가치는 디자인 이면에 숨겨진 디테일과 이야기를 통해 부여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보통 디자인 하나를 시각화하는 데 2~3일이 걸리고 전체 컬렉션은 완성하는 데 약 2개월이 걸린다.

이번 시즌의 영감은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발전시켰는지? 작업 과정도 궁금하다. 이번 컬렉션은 내 인생의 주요 사건을 담았다. 지금의 나를 형성한 시기인 90년대 첫 취업 후 도쿄에서의 생활과 내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게 해준 뉴욕을 담고 있다. 나는 이 시기를 기쁨과 희망으로 가득 찼던 순간으로 기억하고 있고, 이 시기, 나는 사랑을 통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 이번 컬렉션을 팀원들과 함께 완성했다. 팀원들과 함께 손을 맞잡고 세부 사항을 모든 것이 완벽하도록 여러 번 꼼꼼히 확인했다. 우리는 늘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100% 주문 제작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실질적으로 운영에 어려움은 없는지, 장점과 단점이 명확할 것 같다. 나는 브랜드를 론칭할 때 많은 쓰레기를 배출하는 패션 산업에 변화를 가져와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주문이 확인된 후에만 작업에 들어가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렇게 내 브랜드가 소비자의 의식과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노력한다. 그 과정은 정말 많은 비용이 들지만 나의 창작 활동으로 인한 대가가 결과적으로 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게 하려는 일환이다.

지금은 아니겠지만, 처음 시작할 때는 모든 옷을 직접 만들었다고 들었다. 그 과정 중에서 어떤 부분을 가장 사랑하는지 개인적으로 궁금하다. 첫 컬렉션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제작되었다. 팬데믹으로 외부와의 접촉이 사라졌고, 덕분에 브랜드는 외부의 기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내가 자유롭게 디자인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나는 그 감정이 제품에 전달될 수 있기 때문에 제작자가 정말로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당신의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인 바람으로 고객이 내 옷을 입고 ‘모든’ 부분에서 만족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나의 목표는 내 옷을 입은 고객이 행복함에 빠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하는 동안 행복해야 실현 가능한 목표다.

크리놀린 드레스, 턱시도, 하트 모양 뷔스티에 드레스, 에이프런 디테일 등 많은 셀럽과 프레스의 마음을 사로잡은 성공적인 시즌이었다. 이번 시즌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인상적인 아웃풋이 있다면? 나의 디자인이 재능 있는 예술가, 스타일리스트, 사진작가들을 통해 새롭게 해석된다는 것을 무척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하나를 고르기는 정말 어려울 것 같다.

동양과 서양의 패션 역사가 묘하게 결합되어 있다. 당신의 문화적 복합성을 반영한 걸까? 개인적 경험은 옷에 어떻게 스며들었나? 일본과 뉴욕에서 10년 이상 디자인 경력을 쌓은 후 브랜드를 론칭했다는 점은 내가 애슐린과 함께 이룰 수 있는 모든 것을 구체화해주었다 생각한다. 나는 제로웨이스트 디자인처럼 철학을 통해 디자이너의 생각을 고객과 공유하는 동양의 디자인 방식을 매우 좋아한다. 이것이 고객과 소통하는 ‘언어’의 일종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품질과 착용감 등 세부 사항에서도 완벽함을 목표로 하는 서구적인 철학 역시 좋아한다. 나는 여성의 몸을 사랑하고 나의 디자인이 어떻게 그들의 아름다움을 자연스럽게 향상시킴과 동시에 편안함을 제공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한다. 완벽한 바느질이나 적당한 양의 부피처럼 디테일은 디자인에서 매우 중요하다.

LVMH Prize 2022 Finalist에 이름을 올렸다. 아쉽게 수상은 불발되었지만, 또 다른 경험과 기회가 찾아왔을 것 같다. 디자인하는 모든 과정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리고 LVMH가 내 브랜드를 인정해준 것은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

앞으로도 100% 주문 제작 방식을 고수할 생각인지? 시스템의 변화나,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것들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내 사업의 목표에 전념할 생각이다. 물론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낭비를 줄이고 패션 산업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식을 찾기 위해 노력할 거다.

누군가를 위해 옷을 제작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제작해보고 싶은 사람이 있나? 틸다 스윈턴(Tilda Swinton).

CONNER IVES

리한나가 사랑한 디자이너 코너 아이브스(Conner Ives)

인터뷰하게 되어 반갑다.
코너 아이브스 만나서 반갑다. 나에 대한 관심도 감사하다.

어떻게 옷을 만들기 시작했나? 패션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이 바로 내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학창 시절 뉴욕 교외에서 자랐고 늘 무엇이든 든든하게 지원해주시는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 하지만 친구나 동료들은 나에게 남학생은 드레스를 만들면 안 된다고 핀잔을 주곤 했다. 나는 늘 드레스를 만들고 싶었지만 오랫동안 하면 안 되는 일이라고 느꼈고, 그 일이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고정관념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오게 됐고, 무척 기쁘다.

코너 아이브스의 아이덴티티를 듣고 싶다. 디자이너로서 내 정체성은 패션에 대한 동경에서 비롯된다. 나는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며 자랐고, 오랫동안 패션 디자이너의 삶을 흠모했다. 내가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던 시절에 사람들은 열정이 넘쳐났다. 아이러니할지 모르지만, 나는 고등학생 시절을 사랑했다. 그 시절은 하나의 공연과도 같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인생도 하나의 공연이라는 것을 깨닫았고, 그 인생의 한 장면을 장식하는 옷을 만들고 싶어졌다. 그게 나의 바람이 된것이다.

과감한 그래픽 패턴, 서스테이너블, 스트리트, 히피 무드 등 다양한 요소의 탁월한 조합이 놀랍다고 생각했다. 나는 라이프스타일 디자이너들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영감을 받은 디자이너는 캘빈 클라인, 랄프 로렌, 도나 카란으로 그들이 모두 미국인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라이프스타일 디자이너라는 직업 자체가 본질적으로 미국스러운 직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 미래를 꿈꾸는 능력, 스스로 살지 않아서 잘 모르는 삶을 그리는 능력 같은 것 말이다. 나는 지극히 미국스러운 정체성을 좋아한다. 이 지점이 바로 내가 패션 디자이너라는 직업에 매혹된 이유다. 내게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삶이란 인생의 모든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집을 짓는 일이다.

젊은 디자이너들이 서스테이너블 이슈를 심도 깊게 다룬다. 당신도 마찬가지고. 그것에 대한 생각을 듣고싶다. 2014년부터 나는 나만의 방식대로 일하기 시작했다. 지속가능한 디자인이라는 문구가 유행어가 되기 몇 년 전부터 말이다. 현재 지속가능한 디자인이 우리 문화에서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다는 점이 무척 뿌듯하다. 하지만 사람들이 책임감 있는 의류 문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더 깊이 이해하기를 바란다. 책임감 있는 의류 문화는 하나의 유행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옷을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서 좋은 점도 있겠지만 힘든 점도 있을 거다. 내가 하는 일을 너무 좋아 하지만 어떤 직업이든 스스로 미쳐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지금 나처럼. 나는 패션 디자인을 직업이라고 느껴본 적이 없다. 오히려 매일 할 수 있는 재미있는 활동에 더 가깝다고 생각이 든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의미를 잊어버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스스로에게 ‘나는 단지 옷을 만들고 있을 뿐이야’라는 말을 늘 말한다. 스타일리스트에게 제 시간 내에 드레스를 납품하지 않는다고 세상이 끝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하는 말에 너무 휘둘리지 않고, 늘 침착해야 한다.

많은 셀럽이 당신의 옷을 좋아한다. 그중 가장 인상깊었던 셀러브리티의 스타일링이 있다면?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나를 믿고 맡겨준 리한나와 함께 일한 경험이 기억에 남는다. 리한나는 내가 디자인과 옷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사람이다. 그 덕에 우리는 펜티(Fenty)에서 1년 동안 함께 일했고, 그녀와 함께 일하는 순간은 늘 설릑다. 하루는 리한나가 내가 디자인한 티셔츠 드레스 중 하나를 입었는데 그 순간 나는 거의 눈물이 날 뻔했다. 또 패션계 거물들이 모인 방에서 내가 디자인한 드레스를 칭찬해주었다. 리한나는 내 인생을 바꿨고. 그녀가 내게 보내준 격려와 사랑은 나에게 큰 원동력이 되었다.

케이팝 아티스트들도 당신의 옷이 잘 어울릴 것 같다. 관심 있는 케이팝 아티스트가 있는지? 나는 케이팝을 무척 사랑한다. 특히 로제를 좋아한다. 케이팝이라는 장르가 소녀들을 개성 있는 캐릭터로 승화시킨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든다. 나 역시 옷을 만들며 캐릭터화 하는 것을 즐기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케이팝과 내 브랜드는 닮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XS 혹은 S 사이즈의 티셔츠를 입는 당신의 스타일도 인상적이다. 평소 당신이 옷을 입을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있는지? 하하, 맞다. 요즘 들어 작은 사이즈 티셔츠 입는 걸 즐긴다. 나는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는 것뿐이다. 소소한 제스처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후회가 안 남을 때까지 실행에 옮기는 것에 꽤나 집착하는 편이고, 하나를 마무리한 후에 다음 아이디어로 넘어간다. 그 과정은 꽤 오래 걸리지만, 덕분에 쉽게 유행에 휘둘리지 않는 것 같다.

당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궁금하다. 나는 요즘 하늘에 빠졌다. 때때로 공원에 가서 몇 시간 동안 하늘을 쳐다보곤 한다. 흔히 멍 때린다고 하는 것 말이다. 그러면서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 마음을 들여다보며 성찰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요즘 가장 관심 있는 것은 무엇인가? 최근에 항상 하고 싶었지만 좀체 엄두를 내지 못한 암벽 등반을 시작했다. 주말에 사무실 출근만 안 하면 뭐든 좋다. 몸을 써서 운동하는 달리기, 자전거 타기, 줄넘기 등 땀 나는 운동은 다 좋다.

마지막으로 긴 팬데믹 기간을 빠져나와 많은 일이 생길 것 같다. 그 기간 동안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있다면? 나에게 팬데믹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움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내 일을 잘 해내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혼자만의 시간을 주었기 때문이고, 그 기간 동안 내 브랜드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그 시간은 내가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해볼 기회였던 것 같다. 그래서 이제는 팬데믹 기간 동안 계획했던 일을 성취하려고 부단히 노력 중이다.

패션 에디터
김신
통신원
윤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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