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2022 F/W 시즌 쿠튀르 쇼를 위해 우크라이나 예술가 올레시아 트로피멘코와 협업했다. 우크라이나 전통 문양 ‘생명의 나무’는 그렇게 디올 쿠튀르 의상 위에서 활짝 피어났다.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로마의 전시관에서 우크라이나 예술가 올레시아 트로피멘코(Olesia Trofymenko)의 작품을 보았을 때, 어떤 계시처럼 디올 쿠튀르 작업의 모티프로 삼기로 마음먹었다. “저는 로마의 현대미술 박물관인 막시(Maxxi)에서 풍경화 위에 수를 놓은 그녀의 작품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자수가 우크라이나 민속 의상에서 착안한 것임도 알게 되었죠.”
수많은 토론을 거친 후, 키이우에 사는 올레시아 트로피멘코는 우크라이나 민속의 요소인 생명의 나무를 상징적 주제로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그 생각은 치우리에게도 깊은 반향을 일으켰다. 단순히 전쟁 시기에 예술가의 작품을 지지하고 조명하는 차원이 아니라, 생명의 나무의 상징성이 많은 문화와 종교에 걸쳐 나타나는 보편적 현상이기 때문이었다.
트로피멘코는 전통적인 장식 예술과 기록 사진을 통해 밝혀진 기억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다. 그가 쿠튀르를 위해 주제로 선정한 생명의 나무와 꽃다발은 여성, 생명의 지속, 밝은 미래를 상징하는 메타포로서 상호 긴밀한 대화를 나눈다. 생명의 나무가 본질적으로 세계, 우주, 그리고 대부분의 신화와 종교에서 공통되는 영적인 생명을 나타내는 중심 요소인 까닭이다. 디올의 오트쿠튀르 쇼를 위해 고안된 설치에서, 생명의 나무는 커다랗고, 양식화된 꽃들과 꽃 화환으로, 여성 실루엣을 수놓은 채색된 풍경들로 번갈아 등장한다. 인도 뭄바이에 자리한 자수 아틀리에와 자수 학교(Chanakya ateliers와 Chanakya School of Craft)는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그들의 자수 기술을 바탕으로 이 도상 언어를 탁월하게 번역했다. 그렇게 이번 시즌 디올 오트쿠튀르는 생명, 재탄생, 기쁨을 찬양하는 것뿐만 아니라 공예 장인의 전통, 손기술에 대한 찬미이자 경탄, 경의였다. 올레시아 트로피멘코의 예술적 실천은 예술과 공예품을 즐겁게 결합시켰다. 여성상을 모티프로 한 꽃장식에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발칸 지역과 유럽의 많은 문화권에서도 볼 수 있는 민속적 풍습이 배어 있었다.
치우리는 쇼가 열린 로댕 미술관의 정원에 마련된 텐트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항상 기억해야 합니다. 어떤 면에서 우리는 미래로 가기 위해 지금 여기서 다시 깊이 사유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녀가 하우스의 설립과 연관지어 생각하는 부분은 무슈 디올 또한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암울하고 비참한 상황에서 쿠튀르 하우스를 차렸다는 사실이다. 그의 옷은 고객들에게 아름다움과 낙관을 가져다주었을 뿐만 아니라 공급망을 따라 연계되어 있는 많은 프랑스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이는 디올이 팬데믹 동안 내내 강조한 대목이기도 했다. 팬데믹 때문에 쇼를 멈출 것인가? 줄일 것인가?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컬렉션과 쇼 제작에 관련된 뛰어난 장인들과 우수한 프리랜서와 함께해온 환상적인 작업을 멈출 수가 없었다고 말한다.
이제 관객과 고객들이 돌아왔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의 규모는 이전의 거대함으로 돌아왔다. 한편 치우리는 오트쿠튀르야말로 고객과 옷을 만드는 장인 사이가 매우 중요한 친밀한 세계임을 잘 알고 있었다. 컬렉션 전체를 관통하는 화이트와 옅은 베이지 컬러 팔레트에는 부드러움과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전원적인 무드의 긴 드레스는 큰 소매 블라우스, 작은 재킷, 망토 등으로 다양하게 변주되었다. 그러나 이번 컬렉션의 주인공은 복잡한 표면, 특히 다양한 꽃, 디올 장미를 레이스 패치워크로 가공하고 깊이 박힌 3-D 비즈 자수를 만드는 방식이었다. 스치듯이 보아서는 그 정교하고 세밀하며 공들인 면모를 알아채기 어려웠다. 나중에 컬렉션을 자세히 들여다보고서야 디올 코르셋이 더들 같은 드레스로 옮겨갔다는 것과 반복되는 바 재킷이 실은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게 주름이 잡힌 스목 장식으로 만들어졌음을 깨달았다. 치우리는 “일부 작품의 세부는 거의 눈에 잘 띄지 않을 것이다. 의뢰인 말고는 말이다”고 말했다.
모든 컬렉션은 약간은 엄격하지만, 조용하고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치우리는 무슈 디올이 사랑했던 디올의 꽃을 다시 떠올렸고, 그것을 컬렉션의 기초가 된 민속 의상 자수들과 연관시켰다. 아틀리에 직원들에 대한 존경이 화두가 되었지만, 그녀는 훌륭한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공예, 장인정신과 현시점에 이루어져야 할 대화 사이에 다리를 놓아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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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 에디터
- 이예지
- 사진
- COURTESY OF DIOR, ADRIEN DIRAND, LAURA SCIACOVELLI, SOPHIE CARRE, SOPHIE TAJ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