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전 탄생한 샤넬 최초의 하이 주얼리 ’비쥬 드 디아망’의 탄생 스토리와 90년 후 샤넬의 현대적 정신을 바탕으로 새롭게 창조한 ‘1932’ 하이 주얼리 컬렉션’의 시공을 초월한 스토리.
“샤넬의 장인과 여성들이 끊임없이 선보이는 새롭고 아름다운 것을 감상하는 것만큼 위기를 잊기에 더 좋은 것은 없다.” 가브리엘 샤넬의 말처럼 팬데믹과 같은 위기 시대에 사람들은 가장 먼저 아름다운 것을 감지하는 눈과 마음의 여유를 잃는다. 하지만, 예술가들은 위기 속에서 가장 먼저 무용함으로 치부되는 일에 가치를 부여하고, 새롭고 아름다운 것을 창조하며 불의한 세상과 맞선다. 정확히 90년 전 샤넬은 대공황 시대의 암울한 분위기와는 대조되는 샤넬 최초의 하이 주얼리 컬렉션 ‘비쥬 드 디아망’을 제작하며 꿈의 가능성과 아름다움의 가치를 다시 확인했다. 이는 다이아몬드 업계에 혁신을 가져왔으며, 다가올 새로운 시대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칠흑과도 같은 밤하늘의 천체는 샤넬 주얼리의 영감이다. 가브리엘 샤넬은 무한한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올려다보며, 여성의 피부와 머리카락을 혜성, 초승달, 태양으로 뒤덮기로 결심한다. 샤넬 최초의 하이 주얼리 ‘비쥬 드 디아망’에 스타일에 대한 샤넬 자신의 개인적인 신념을 담기로 한것. 그녀는 장식을 더하지 않고, 인비저블 세팅과 클래식 스타일을 적용하며, 완벽하게 균형 잡힌 커팅을 채택해, 세월의 풍파에도, 패션의 변덕에도 훼손되지 않는 영원한 가치인 순수성을 강조했다. 무엇보다도 여태껏 주얼리를 만들며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여성의 편에 서서, 여성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한 컬렉션이라 그 의미는 더욱 크다. 샤넬은 옷을 만들 때처럼 주얼리를 착용했을 때도 자유로운 움직임을 방해받지 않고 싶어 했고, 잠금장치가 없는 ‘비쥬 드 디아망’을 만들며 그녀가 갈망하는 자유를 주얼리에 투영했다. 그 당시 그녀의 하이 주얼리를 착용한다는 건, 다이아몬드를 걸치기 위해 힘없는 마네킹이 되기보다 주얼리를 착용할 자유를 선택한다는 의미와도 같은 것이었다. 가브리엘 샤넬이 만든 최초의 하이 주얼리는 세상 어디에서도 본 적 없었다. 옷에 달지, 머리에 달지, 네크리스를 브레이슬릿으로 변신시킬지, 브로치로 착용할지는 어디까지나 여성의 선택에 달려 있었으니까. 90년이 지난 지금, 샤넬 화인 주얼리 크리에이션 스튜디오는 ‘비쥬 드 디아망’의 현대적 정신에서 영감을 얻어 새로운 주얼리를 창조한다. “1932년의 정수로 돌아가 꼬메뜨, 달, 태양이라는 상징에 관한 메시지를 조화롭게 제시하고 싶었습니다. 모든 천체는 고유의 빛을 냅니다.” 샤넬 화인 주얼리 크리에이션 스튜디오 디렉터 파트리스 레게로(Patrice Leguereau)의 말처럼 ‘비쥬 드 디아망’ 컬렉션에서는 천체라는 주제뿐 아니라, 몸의 자유로움을 지키고자 했던 샤넬의 정신까지도 가져왔다. 77개의 아름다운 작품 중 12개가 변형이 가능하다는 점은 이를 입증한다. 별이 수놓인 나선형 주얼리는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피부 위에 꼬메뜨의 좌표를 남긴다. 또 현대의 컬렉션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기존 컬렉션에서는 투명한 다이아몬드만 사용했다면, 1932 컬렉션에서는 사파이어, 옐로 다이아몬드, 오팔, 루비, 스피넬, 탄자나이트 등 유색 보석의 풍성한 색채가 더해졌다는 것이다. 1932 컬렉션의 시그너처인 알뤼르 셀레스테 네크리스는 라운드 컷 다이아몬드 사이에서 55.55캐럿의 짙은 블루 컬러의 오벌 컷 사파이어와 8.05캐럿의 페어 컷 다이아몬드가 광채를 발한다. 이는 변형이 가능한 네크리스로 후광 부분을 분리해 브로치로, 중앙의 다이아몬드를 브레이슬릿으로 만들 수 있으며, 네크리스의 길이도 줄일 수 있게 디자인되어 있다. 최초의 하이 주얼리 꼬메뜨 네크리스를 연상시키는 ‘플뤼 드 꼬메뜨’ 네크리스, ‘비쥬 드 디아망’ 컬렉션의 ‘아모니 브레이슬릿’의 절제된 순수함을 재현한 ‘꼬메뜨 아모니’ 시리즈, 달의 독특한 빛을 형상화한 ‘루네 에땅슬랑뜨’ 세트, 하늘을 가로지르는 태양의 강렬함을 표현한 ‘솔레이 도레’ 세트 등 호화로운 주얼리의 향연은 90년의 세월을 관통하며 주고받는 창의적인 대화가 눈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파리의 어느 여름밤, 날씨는 여전히 덥고, 칠흑과도 같은, 밤하늘이 유성으로 덮인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가브리엘 샤넬의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 패션 에디터
- 김신
- 사진
- CORTECY OF CHANEL HIGH JEWEL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