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다. 피부 컨디션이 제아무리 바닥을 쳤을지라도 포기하기엔 이르다. 내 피부를 알고 피부가 좋아하는 환경을 알아 대처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론. 여름내 지친 피부를 위한 리셋 프로젝트가 지금 시작된다.
엉망이 된 피부 재생 주기, 재설정이 필요하다.
지구가 공전과 자전을 하고, 일정한 간격으로 계절이 바뀌듯 우리 피부에도 ‘주기’라는 것이 존재한다. 짧게는 낮과 밤, 즉 ‘하루’를 기준으로 하는 것부터 ‘한 달’ 간격으로 반복되는 피부 재생 과정까지. 생체 리듬이 정상적일 때는 이 모든 것이 규칙적으로 되풀이되지만, 몸이 제 컨디션을 상실했다면 당연히 ‘주기’도 엉망이 된다. 그러니 피부 리셋의 첫 번째 단추는 바로 흐트러진 ‘주기’를 바로잡는 데 있다. 방법은 (이론상으로는) 간단하다. 몸이 휴식을 원할 때 쉬고, 잠을 필요로 할 때 잘 수 있도록 생체 시계를 맞추는 것. 그로 인해 피부가 제때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된다. “밤 시간대가 중요하다는 얘기는 수없이 들었을 겁니다. 밤사이 피부는 신진대사 기능이 왕성해져 체내에서도 피부 재생과 영양 공급을 활발히 할 뿐 아니라 외부의 영양을 흡수하는 기능 또한 높아지기 때문이죠. 더욱이 이때 분비되는 멜라토닌은 피부를 하얗게 만들어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모델로 피부과 윤성환 원장은 따라서 이 시간 대에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피부가 거칠고 칙칙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가 않다. 밤 10시부터 수면을 취해야만 피부 재생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다지만 잠자리는커녕 현관문에 들기에도 아슬아슬한 시각. 대안은 마치 시곗바늘을 돌린 듯 생체 시계를 재설정해 실제 시간이 아닌 내가 잠든 시간을 기준으로 재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기능성 화장품이다. 잠자리에 들기 전 암막 커튼을 치거나 조명을 끄는 등 신체가 온전히 밤이라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방법. 일어나서는 마사지나 지압을 통해 잠들어 있는 피부를 각성시키고 자연스레 순환을 유도한다. 급한 불을 껐다면 이제 보다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때. 피부 표피의 맨 아래층인 기저층에서 새로운 어린 표피 세포가 만들어지고, 조금씩 자라면서 위(바깥)쪽으로 이동하여, 피부의 최전방인 각질층에서 머물다 탈락하기까지, 이른바 피부 ‘턴오버’ 주기도 놓쳐서는 안 된다. 피부 세포가 만들어지고 교체되는 이 지속적인 사이클은 보통 28일을 기준으로 순환하는데, 피부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그 기간이 무려 30~40일까지 늘어난다. 핵심은 정상적인 각질 탈락에 있다. 이미 생명력을 잃은 각질이 자리를 비켜주어야 새로 돋아난 살이 피부 표면에 아름답게 자리할 수 있는 법. 어쩐지 피부에 투명감이 사라지고 표면이 거칠어진 듯 보이면, 혹은 갑작스레 왕뾰루지가 출몰했다면 턴오버 촉진이 시급하다. 레티놀 성분이나 마사지를 통한 마일드한 방법부터 필링이나 스킨 스케일링, 스크럽까지 길은 다양하다.
1. Hera 셀 바이오 크림
피부 톤, 피부 결, 투명도, 탄력 등 본연의 리듬을 잃은 피부에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각종 증상을 개선한다. 별첨된 ‘페이셜 케어 거즈’를 이용해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마스크 팩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50ml, 9만원.
2. Mamonde 플로랄 하이드로 크림
건조한 땅에서도 꽃을 피우는 수선화의 수분 저장고로 알려진 알뿌리 추출물이 주성분. 열로 인해 탈수 증상이 나타난 피부를 진정시키고 수분을 공급한다. 80ml, 2만7천원.
3. Laneige 워터뱅크 젤 크림 EX
피부의 온도를 즉각적으로 3℃ 정도 낮춰주는 라네즈 수분 크림. 필요 이상 피지가 생성되는 피부 환경을 개선한다. 50ml, 3만7천원.
4. Amore Pacific 에너자이징 소프트 마사지
릴랙싱 효과가 탁월한 아모레 퍼시픽 마사지 크림. 실온에서는 고체 상태지만 따뜻한 체온에 의해 오일 상태로 변한다. 차게 해서 사용해도 좋다. 100ml, 6만5천원.
5. Kiehl’s 오버나이트 바이오로지컬 필
밤에 바르고 잠드는 것만으로도 부드러운 스케일링 효과를 주는 제품. 피부의 각화 과정을 도와 묵은 각질을 떼어내는 동시에 보습 효과를 제공한다. 50ml, 6만4천원대.
6. Origins 닥터 와일 메가버섯 트리트먼트 로션
‘다양한 피부 노화 증상은 피부 내부에 쌓인 화(火)가 원인이다’는 앤드루 와일 통합의학 박사의 이론에 따라 피부의 화를 다스리는 데 집중했다. 바르는 즉시 수분과 진정 효과를 주는 토너. 200ml, 4만8천원대.
7. Sulwhasoo 소선보 크림 TPF 40/SPF 30/PA++
열에 민감한 낮 시간대 피부 대응력을 높여 바르는 것만으로도 열에 의한 피부 손상을 줄일 수 있는 데이 크림. ‘열 차단 지수(TPF)’라는 개념은 설화수에서 처음 사용했다. 50ml, 15만원대.
8. Dior 캡춰 토탈 인텐시브 나이트 리스토러티브 크림
낮 동안 피로가 쌓이고 손상된 피부 세포를 복구, 재생시켜 층층이 피부의 밀도를 높여준다는 콘셉트의 나이트 크림. 60g, 23만6천원.
9. Aveda 올 센서티브
민감하고 자극받은 피부를 회복시키기 위한 전천후 아이템. 스팀타월이나 지압 후 얼굴과 보디, 두피, 발 등에 마사지와 함께 사용한다. 50ml, 3만2천원.
10. Chanel 라 뉘, 르 쥬르, 르 위켄드
생체 리듬이 깨지면서 생긴 피부 시차를 재설정한다는 콘셉트로 개발된 3단계 케어 프로그램. 아침에 부스터 개념으로 사용하는 르 쥬르, 재충전을 위해 스킨케어 단계의 마지막에 사용하는 저녁용 라 뉘, 주말 동안 사용해 한 주간 무너진 턴오버를 회복해주는 르 위켄드로 구성. 각각 50ml·12만원, 12만원, 15만원.
11. Biotherm 블루테라피 에센스
외부 유해 환경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피부 장벽이 노화를 야기하고, 장벽 아래에 있는 어린 피부를 억누르는 것에서 착안. 원활한 피부 재생 과정을 되찾아주는 안티에이징 세럼. 30ml, 9만원대.
지치고 활력을 잃은 피부, 온도로 다스린다.
사람의 정상 체온이 36.5℃ 안팎이라는 건 누구나 알 터. 그렇다면 피부 온도는? 개개인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보통은 31℃ 정도로 알려졌다. 물론 이는 주변 환경(기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설화수 연구진에 따르면 한여름 직사광선을 15분 정도만 쬐어도 피부 온도는 순식간에 40℃ 이상으로 올라간다고 한다. 오죽하면 ‘피부가 익는다’는 표현이 있을까. 문제는 자외선이 아닌 단순히 ‘열’을 받는 것만으로도 피부가 노화된다는 데 있다. “피부 온도가 37℃ 이상으로 올라가면 피부 속에서 MMP라는 물질이 증가하는데, 이는 콜라겐 섬유와 탄력 섬유를 분해하는 일종의 효소입니다. 이러한 열 자극이 반복적으로 지속되면 피부는 아예 콜라겐의 합성 자체를 줄이기도 하죠.” 윤성환 원장은 이를 ‘열 피부 노화(Thermal Skin Ageing)’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일시적인 열 자극 또한 피부의 혈관 수, 크기, 면적을 확장시키고, 비정상적인 새로운 혈관을 만들어 염증 반응을 유발하는 위험이 있다고. 그러니 여름철 뜨거워진 피부를 식혀서 차게 함, 즉 쿨링(Cooling)은 그저 기분상의 문제가 아니라 피부 건강을 위해서도 필수다. 일시적인 냉각 효과가 있는 마스크나 미스트를 사용하거나 냉장고에 넣어 차갑게 한 수분 크림을 발라주면 좋다. 이러한 아이템들은 진정뿐 1아니라 피부 긴장도를 높여 모공과 얼굴 선에도 탄력을 더하니 그야말로 일석이조. 화끈거림이나 홍조, 주사, 피부염 같은 증상이 있거나 얼굴 피부의 온도만 유독 높은 사람의 데일리 케어법으로도 유용하다.
그렇다고 무조건 온도를 낮추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데친 시금치처럼 푹 처진 피부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게 쿨링이라면 반대로 물 만난 물고기마냥 생기를 되살리는 건 따뜻한 온도, 즉 히팅(Heating) 쪽이다. 약간 따뜻한 수준의 온도에서 우리 몸은 혈액 순환이 활발하고 긴장감 또한 완화된다. 마사지나 입욕 시 체온보다 높은 온도를 설정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게다가 피부 온도를 조금 높이는 것만으로 화장품 등에 포함된 유효 성분의 흡수도 증진된다. 모공이 열려 피부에는 쏙쏙 침투되고 순환이 잘되니 효과도 두 배라는 얘기. 그러니 고기능성 제품으로 본격적인 피부 리셋을 시작할 요량이라면 먼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거나 스팀타월 등을 이용해 피부 온도를 살짝 높여줄 필요가 있다. 물론, 자극이 되지 않을 만큼만. 쿨링이든 히팅이든 정상 체온 기준으로 2~3℃ 이상 차이 나지 않는 정도의 온도가 적당하다.
- 에디터
- 뷰티 에디터 / 김희진
- 아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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