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화장은 하는 것보다 지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고 또 다른 이는 이중 세안은 피부를 망치는 지름길이라고 했다. 과연 어떤 말이 진짜일까? 14개의 키워드로 풀어본 클렌징의 모든 것.
ㄱ. 거품
맥주 못지않게 클렌저도 거품이 중요하다. 클렌저의 거품이 작고 미세할수록 피부에 자극을 주지 않으면서 꼼꼼하게 세안할 수 있다. 신경숙 라프레리 교육팀 팀장이 알려준, 거품을 이용한 세안법을 소개한다. 손바닥에 제품 적당량을 덜고 거품을 충분히 내 콧방울, 헤어 라인, 목까지 마사지하듯 세안한다. 이런 거품이 한때 문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아니, 정확히는 그 거품을 일게 하는 성분인 ‘계면활성제’가 큰 이슈로 떠올랐다. 계면활성제는 서로 다른 물질의 사이인 ‘계면’을 잘 섞이게 하는 활성 물질을 말한다. 세정제는 물론 습윤제, 광택제, 미끄럼 방지제 등 다양한 제품에 사용된다. 풍성한 거품을 쉽게 내기 위해 석유에서 추출한 ‘합성 계면활성제’를 더하는데, 이는 피부의 보호 장벽을 파괴한다. 때문에 세안 이후 땅김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졌고 모든 폼 클렌저는 피부를 건조하게 만든다는 오해까지 낳게 되었다. 풍부한 거품이 클렌징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거품을 내는 성분이 무엇인지 한번쯤은 체크해보자.
ㄴ. 눈가
얼굴 피부 중 가장 얇은 눈가 피부. 전용 크림이 따로 있듯 클렌징도 눈가 전용 제품으로 해야 한다. 아이 메이크업 리무버를 화장솜에 충분히 적신 뒤 눈을 감은 상태로 위에 대고 3초간 지그시 눌러서 녹인다. 빨리 문질러 닦아내고 싶은 충동이 일어도 눈 밑에 오선지마냥 쭉쭉 그어진 주름을 마주하고 싶지 않다면 참도록 하자. 화장을 하지 않았을 때는 물로만 씻는다.
ㄷ. 딥 클렌징
다른 계절에 비해 봄날에 유독 딥 클렌징을 강조하는 이유는 바로 날씨 때문이다. 온도계의 수은주가 상승할수록 피지 분비량도 증가한다. 그리고 서쪽에서 밀려오는 매캐한 황사로 인해 피부의 노폐물과 오염 물질 수치는 최고치에 달한다. 지성 피부는 일주일에 한 번, 건성 피부라면 피지 분비량이 많은 T존 주위를 일주일에 한 번 정도면 충분하다. 종종 확실한 딥 클렌징 효과를 보겠노라며 피부과에서 정기적으로 스케일링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스케일링이나 박피 등의 시술은 딥클렌징 효과보다는 여드름이나 노화 피부의 치료 수단이다. 야외 활동을 오래 하지 않았거나 황사가 심하지 않다 해도 화장을 진하게 한 날에는 딥클렌징을 하는 것이 좋다. 클렌저와 세안 방법은 피부 타입뿐 아니라 그날의 화장 상태에 맞는 제품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ㄹ. 롤링
클렌저를 피부에 문지르는 과정인 롤링. 어렸을 때 배운 동요의 가사처럼 이쪽 저쪽으로 닦다간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 피부에 자극은 덜 주며 효과적인 롤링 방법을 소개한다. 먼저 손을 깨끗하게 씻는다. 그다음 손바닥을 서로 비벼 열을 내고 클렌저를 짜낸 뒤 검지, 중지, 약지를 이용해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아래에서 위로 원을 그리듯 롤링한다. 코 부분은 콧대에서 콧방울 쪽으로, 이마는 위로 끌어올리듯이 손가락을 굴려준다. 마지막에 눈썹 뼈를 따라 관자놀이까지 가볍게 쓸어주고 코에서 광대, 귀 앞쪽을 지나 림프를 마사지해 노폐물 배출을 촉진한다. 힘을 너무 세게 가하거나 많은 동작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며 클렌징 시간은 최대 3분을 넘기지 않는다.
ㅁ. 머드
아름다움의 대명사 클레오파트라는 피부를 위해 사해의 검은 진흙을 이용한 머드 팩을 즐겼다고 한다. 머드 속 무기질 성분이 피부의 노폐물과 과잉 생성된 피지를 제거해 딥 클렌징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미네랄과 비타민 등이 풍부해 피부 정화와 영양 공급을 한번에 해주는, 피부를 위한 ‘완전 성분’이라 할 수 있다. 피부의 염증을 완화하고 항균 작용을 해 트러블 피부에도 좋다. 앞서 언급했듯 피지 흡착 효과가 있어 건성 피부보다는 지성 피부에 적합하다.
ㅂ. 브러시
몇 년 전만 해도 화장대 위의 브러시는 파운데이션이나 블러셔 등을 바르기 위한 용도였다. 그랬던 브러시가 이제는 클렌저를 위한 도구로 변신했다. 손가락이 닿지 않는 모공 틈새까지 청소해 딥 클렌징 효과를 볼 수 있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코 부위 전용 브러시와 진동 브러시까지 등장했을 정도. 천연 모로 만들어진 브러시는 빨리 마르지 않고 단백질이 주성분이라 세균이 쉽게 번식할 수 있으므로 흡습성이 낮은 인조 모로 된 브러시를 추천한다. 브러시를 물에 충분히 적신 뒤 클렌징 제품을 적당량 덜어 얼굴 전체를 가볍게 어루만지듯 원을 그리며 사용한다. 얇디얇은 미세모로 만들어진 세안 브러시라도 피부에 어느 정도 자극을 줄 수 있으니 매일 사용하기보다는 주 2~3회 이용할 것을 권한다.
ㅅ. 산소
산소가 클렌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지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시판되고 있는 산소 클렌저들은 산소 기포를 이용해 클렌저의 거품을 더욱 풍성히 만들어 모공 틈새에 끼인 노폐물과 메이크업 잔여물을 제거하는 클렌저다. 또는 피부의 산소 함유율을 높여 안색을 더욱 맑게 하는 기능이 있는 세안제들이다. 산소는 이를 거들 뿐이다.
ㅇ. 워터
기름때는 기름으로 지워야 잘 지워진다는 사실에서 착안한 클렌징 오일은 강력한 세정력으로 세안계에 혁명을 일으켰다. 그러나 대부분 이중 세안이 필수인 클렌징 오일 제품은 화장을 가볍게 한 날에는 그다지 적합하지 않다. 또, 클렌징 오일을 이용해 과잉 분비된 피지를 녹여 블랙헤드와 화이트 헤드를 제거할 수 있지만 충분히 헹궈내지 않을 경우 오히려 오일이 모공을 막아 뾰루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게다가 오일 특유의 끈적이고 무거운 사용감 탓에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 이런 오일의 성격과 반대되는 제품이 바로 클렌징 워터. 제형이 가볍고 산뜻하며 촉촉한 마무리감을 자랑한다. 최근에는 세정력이 우수한 클렌징 워터도 속속 출시되고 있어 포인트 메이크업까지 한 번에 지울 수 있다.
ㅈ. 저자극
그동안 참 무심했다. 눈가는 작은 주름이라도 생길까봐 아이크림도 가장 압이 약하다는 약지손가락으로 고이고이 펴 발랐으면서 세안할 때는 손으로, 수건으로 가열차게 문질러왔으니 말이다. 세안 시 가해지는 피부 자극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세안은 최대한 빠르고 짧게 할 것을 권한다. 최근 인터넷에서 베이킹파우더로 각질 제거를 하는 방법이 유행했다. 가격이 저렴할뿐더러 일반 각질 제거제보다 자극이 훨씬 덜하다는 이유로 이 세안법은 빠르게 유행했고 베이킹파우더에 대한 ‘간증’ 글이 줄을 이었다. 실제로 베이킹파우더 속의 나트륨은 피부의 수용성 단백질을 물에 쉽게 녹도록 도와준다. 아주 효과가 없다고는 할 수 없으나 그렇다고 백퍼센트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퓨어 피부과의 정혜신 원장은 “일종의 민간요법으로 일부에서 효과를 보았더라도 자신에게 반드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오히려 트러블이 악화되는 경우도 있지요”라고 조언한다. 무엇보다 베이킹파우더는 세안용으로 제작된 제품이 아니다. 아름다움을 향한 그 간절한 마음은 알겠다만 피부에는 피부 전용 제품을 쓰는 것이 안전하다.
ㅊ. 찬물 세안
몇 년 전 한 방송인이 자신은 피부 탄력과 모공 수축을 위해 한겨울에도 찬물로 세안한다고 말했다. 그녀의 피부가 누구나 부러워할 정도로 뛰어나게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왠지 귀가 솔깃해져 몇 번 따라 해보았다. 결국 추위 앞에 무릎을 꿇었지만. 찬물로 세안할 경우 일시적으로 모공이 수축되어 피부에 탄력이 생기고 ‘소공녀’가 된 듯한 기분이 들겠지만 이미 넓어진 모공을 찬물 세안만으로는 좁힐 수는 없다. 브랜뉴 클리닉의 윤성은 원장이 권하는 세안 시 적당한 물의 온도는 15~20℃이며 마지막 단계에서 찬물로 헹궈주면 추가적인 모공 확장을 예방할 수 있다고 전한다.
ㅋ. 콧방울
조금만 소홀히 하면 금세 코 위에 새카맣게 올라오는 블랙헤드. 블랙헤드는 열린 모공에 끼인 피지가 산화되어 까맣게 변한 것을 말한다. 유독 코 주변에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이 부분이 다른 부위에 비해 피지선이 크고 숫자가 많기 때문이다. 넓어진 모공은 좁힐 수가 없으니 블랙헤드를 없앤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귀찮겠지만, 꾸준한 관리가 최우선이다. 아예 포기하고 손을 놔버리면 열린 모공에 더 많은 피지가 차오르고 모공이 점점 넓어질 수 있다. 스크럽 제품과 피지 조절 마스크를 번갈아 사용하고 절대 손으로 짜지 않는다. 무리하게 자극을 주면 콧방울 주변의 모세혈관이 확장되어 주변 피부까지 손상될 수 있으니 주의할 것.
ㅌ. 티슈
클렌징의 가장 큰 적은 뿜어져 나오는 피지도, 오염 물질도 아닌 바로 게으름이다. 10분도 채 되지 않는 이 과정이 너무도 귀찮아 귀가 후 서너 시간이 지난 뒤 화장을 지운 적도 허다하다. 모태 귀차니스트에게, 그리고 숨 가쁘게 돌아가는 패션쇼 백스테이지에서 클렌징 티슈는 필수 아이템이다. 휴대가 간편해 여행이나 출장 시에도 편리하게 쓸 수 있다. 단, 피부에 직접 대고 문지르면서 화장을 지우는 제품이니 부드러운 섬유 재질로 된 제품을 고르도록.
ㅍ. 패드
클렌징 브러시와 더불어 클렌징계의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일반 코튼에 돌기가 부착된 일회용 제품부터 실리콘, 곤약, 천연 코튼 소재 등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었다. 각질 제거와 딥 클렌징이 주기능이며 메이크업을 하기 전 피부 상태를 정돈해주는 스타터 제품도 찾아볼 수 있다. 필요에 따라, 입맛에 따라 골라 쓰는 재미가 있다.
ㅎ. 해면
피부 관리실에 다녀본 사람이라면 클렌저를 닦거나 팩제를 제거할 때 얼굴을 쓸어주는, 독특하게 생긴 스펀지를 본 적 있을 것이다. 바다에서 자라는 유기 생물인 해면은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목욕용품으로 애용되어왔다. 세안 시 부드럽게 쓸어주면 각질과 블랙헤드를 간편하게 정돈할 수 있다. 사용 전 물에 충분히 적신 뒤 이용하며 세안 후에는 물기를 꼭 짠 뒤 말린다. 너무 뜨거운 물에 장시간 담가두면 해면이 풀어질 수 있으니 주의할 것. 일주일에 한 번가량 햇빛에 말려 소독한다. 올바르게 관리하면 최소 6개월에서 1년까지 사용 가능하다.
- 에디터
- 어시스턴트 에디터 | 강혜은
- 포토그래퍼
- 엄삼철
- 기타
- 도움말 | 신경숙(라프레리 교육팀 팀장),정혜신(퓨어 피부과 원장),윤성은(브랜뉴 클리닉 원장), 참고서적 | (박성호, 김영길, 최성출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