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가 숨기고 있는 향의 묘미는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여름은 좀 더 섬세하게 그 묘미를 즐길 줄 알아야 하는 계절이다.
1. ACQUA DI PARMA 콜로니아 오드 코롱 내추럴 스프레이 시칠리아산 레몬과 베르가모트 에센스의 절묘한 조합이 깊이 있는 시트러스 향을 창조했다. 50ml, 12만5천원. 2. DIPTYQUE 로 드 로 달콤하면서 톡 쏘는 자몽과 레몬의 새콤함이 볕 좋은 테라스에서 즐기는 청량한 여름을 연상시킨다. 100ml, 16만8천원. 3. DIOR 디올 어딕트 오 델리스 크랜베리의 달콤새콤함이 신선함과 뜨거운 여름의 열기를 동시에 느끼게 하는 매력을 지녔다. 50ml, 11만원. 4. CHANEL 레 엑스클루시브드 오드 코롱 이슬이 내린 숲 내음이 미묘하게 감도는 레몬과 베르가모트의 향취가 산뜻하고 청량한 아침을 연상시킨다. 75ml, 21만원대. 5. FRESH 헤스페리데스 그레이프 프루트 오드 퍼퓸 시트러스를 대표하는 레몬과 자몽, 오렌지의 톡톡 튀는 달콤함과 신선한 풍미가 살아 있는 향수. 100ml, 15만5천원. 6. HEELEY 히피 로즈 톡 쏘는 베르가모트와 그린 모스, 우아한 장미의 조합이 흔히 맡을 수 없는 모던한 시트러스 향을 완성한다. 50ml, 28만원. 7. LE LABO 플레르 도란줴 27 달콤새콤한 오렌지 블로섬 향 속에 숨어 있는 재스민 향이 소녀와 여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향취를 선사한다. 50ml, 22만5천원.
유쾌하고 섬세한 소녀의 향기
여름 특유의 진득하고 습한 기운을 덜어내고 맑은 기운을 더하고 싶을 때는 톡 쏘는 시트러스나 달콤한 베리를 담은 향수가 정답이다. 마치 스파클링 샴페인의 기포가 보글보글 올라올 것만 같은 달콤한 청량함처럼! 더군다나 요즘의 시트러스는 정제된 에센스의 함량도 높아지고 향의 조합도 찬찬해졌다. 덕분에 여름에 어울리는 가벼움 안에 체취와 근사하게 어우러질 줄 아는 고급스러운 매력을 더하게 되었다. 여기에 파우더리한 플로럴 향이 더해지면 달콤 시원한 향 특유의 단순함을 넘어서는 섬세함까지 갖출 수 있다. 자, 그러니 이제는 시트러스가 흔하다는 편견은 버려도 좋다.
1. BALMAIN 오드 이보아르 달콤한 레드 커런트와 베르가모트 에센스에 머스크 향이 어우러져 섬세하고 투명한 느낌으로 마무리된다. 50ml, 8만원. 2. SERGE LUTENS 끌레 드 머스크 네롤리 꽃잎에 감싸인 머스크 향이 섬세하고 맑게 다가오는 향수. 50ml, 18만원. 3. KIEHL’S 오리지날 머스크 블렌드 No.1 사향 냄새가 나는 식물들로만 조합한 덕에 ‘가장 시크한 머스크 향수’라는 닉네임을 얻을 만큼 담백한 향이 인상적이다. 50ml, 6만원. 4. YS.UZAC 포하트카 재스민의 우아한 달콤함과 타바코의 스파이시한 노트 덕분에 달콤쌉싸래한 여운을 남긴다. 50ml, 21만원. 5. GIORGIO ARMANI 아르마니 프리베 우드 로얄 인텐스 오 드 퍼퓸 중동에서는 제2의 피부라는 아갈 우드의 촉촉하면서 관능적인 향취가 몸에 닿으면 달콤함이 은은하게 느껴지는 매력을 갖는다. 100ml, 35만원대. 6. KENZO 플라워바이겐조 불가리안 로즈와 화이트 머스크의 조합은 보송보송한 플로럴 향이 만개한 가운데 숨은 머스크의 잔향을 남긴다. 50ml, 9만6천원.
이국적이고 모던한 여인의 향기
그럼에도 시트러스와 플로럴 노트가 대중적이라 생각된다면 머스크나 우디, 파촐리나 베티버 노트로 눈을 돌리자. 잘 정제된 고가의 원료로 무장한 최고급 향수에 대한 선호도가 커진 만큼 이런 향수의 수준도 덩달아 높아졌다. 그래서 농밀하지만 대놓고 섹시하지 않다. 오히려 군더더기 없는 심플한 향의 조합 덕에 미니멀하고 모던한 쪽에 가깝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나와 맞는 향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관능과 유혹의 상징이자 대명사이니만큼 체취와 궁합이 맞지 않으면 역할 수 있기 때문. 그래서 여자가 뿌리면 유니크한 여성성이 돋보이고, 남자가 뿌리면 묵직한 남성성이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초심자라면 머스크에 집중한 향을, 여성스러움을 포기하지 못한다면 플로럴 향을 살짝 더해 여리면서 부드러운 잔향을 남기는 향수를 선택하자. 분명한 건, 뿌리는 사람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지는 향의 묘미를 즐기기에 이만한 것이 없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