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 경계를 허문 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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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으로 만들 수 있는 이미지는 무궁무진하고 그 안에 담을 수 있는 이야기 또한 풍부하다. 그러니 이번 가을부터는 ‘이건 남자 향수, 저건 여자 향수’ 하는 식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당신에게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어보자. 이 일곱 가지 가을 향수로 말이다

제3의 향
성별을 규정짓지 않은 향수는 누가 뿌리느냐에 따라 무드가 달라진다. 남녀가 공유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데, 범상치 않은 원료로 만든 향은 후각의 신세계를 열어준다.

1. Aesop 테싯
전통적인 코롱 특유의 신선함과 지중해의 문화와 지형, 향기로운 지중해 초목에서 영감을 받은 향수. 조향사 셀린 바렐과 협업한 이 향수는 직접적인 의미 전달보다는 암묵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테싯’이라는 이름의 뜻처럼 직접 향을 맡아보면 그 느낌이 더 와 닿는다. 카리브해의 섬나라 아이티에서 재배한 베티버 뿌리와 이집트의 바질 오일, 다양한 시트러스 추출물 등 각국에서 공수한 원료를 독특한 느낌으로 블렌딩해 담았다.

50ml, 11만7천원.

2. Prada 레스 인퓨전 디 프라다 오드뚜왈렛
카네이션, 아몬드 오일 등 6가지 고급 원료와 독창적인 침출 과정을 통해 프라다식 클래식을 표현한 향수. 1919년 미우치아 프라다의 조부가 직접 디자인한 프라다 고유 문양이 새겨진 빈티지한 보틀에는 20대부터 50대까지 누구에게나 어울릴
우아한 향기가 담겼다. 관능적인 향의 ‘오일렛’부터 부드럽고 산뜻한 ‘아이리스’까지 6가지 종류 중 선택할 수 있다. 향수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기억하자. 클래식은 언제나 옳다.

100ml, 16만5천원.

3. Diptyque 우드 팔라오
향기만으로도 여행하는 기분을 선물해주는 딥티크가 이번에는 아랍으로까지 물꼬를 텄다. 아랍 예술과 헤리티지를 향수의
보틀 디자인과 향취에 반영한 것. 알고 보면 가장 진귀한 원료인 우드를 수작업으로 소량만 채취해 6년 만에 뛰어난 품질의 원료를 얻었고, 이는 파촐리, 샌들우드와 만나 강렬하고 감각적인 오리엔탈 향으로 탄생했다.

75ml, 19만8천원

새로운 여심 공략 

전형적인 남성 향수의 향은 이제 남자들도 꺼린다. 그래서일까? 종종 빼앗아 뿌리고 싶을 만큼 욕심나는 새로운 남자의 향기가 나타났다.

1. Balmain 발맹 옴므 오드트왈렛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올리비에 루스테잉의 남다른 패션 감각을 녹여낸 우디 오리엔탈 향의 향수. 발맹의 가죽 재킷을 입고 바이크로 밤 거리를 달리는 자유분방한 남자에게선 이런 향기가 날 것 같달까? 베르가모트와 사프론 등으로 이루어진 상쾌한 톱 노트와 레더, 애플 등의 향이 의외의 남성성을 느끼게 하는 미들 노트, 시더우드, 통카빈 등 섹시한 분위기를 내는 베이스 노트의 색다른 조화가 빼앗아 입고 싶은 남자친구의 바이커 재킷만큼이나 유혹적이다.

100ml, 12만5천원.

2. Dior 소바쥬
드디어 디올에서 10년 만에 새로운 남성 향수를 만들었다. 남성의 원초적 이미지를 시트러스와 우디를 조합한 향으로 표현했다. 특히 조향사 프랑수아 드마시가 직접 선별하고 조향한 베르가모트로 시작하는 시원한 첫 향이 인상적. 여기에 관능적인 느낌의 앰버그리스와 강렬한 엘레미 등의 향이 어우러져 잊을 수 없는 분위기를 선사한다. 이 향수의 뮤즈, 마성의 남자 조니 뎁이 작열하는 태양 아래 암석과 조슈아트리로 가득한 사막 위에 서 있는 강렬한 모습과 완벽하게 매치되는 향이다.

60ml, 9만5천원.

남자도 알고 싶은 향기
“오늘 뭐 뿌렸어?”가 아니라 “그 향수 나 줘”라는 말이 나올 예상치 못한 느낌의 여성 향수도 있다.

1. Narciso Rodriguez 나르시소 오드뚜왈렛

까만색의 시크한 보틀 안에 들어 있는 건 다름 아닌 유혹적인 향의 여성 향수. 머스키 플로럴 우디 계열의 이 향수는 머스크와 플로럴, 우디 노트가 어우러져 관능적인 여운을 남긴다. 보틀 디자인처럼 비밀스럽고 은근한 이 자태의 향수는 남자들이 탐내고도 남을 듯.

50ml, 11만8천원.

2. Giorgio Armani 프리베 앙브르 이첸트리코 

자꾸만 향을 맡고 싶은 중독성이 있는 스파이시 우디 오리엔탈 향을 담았다. 정교한 디테일로 쿠튀르 드레스를 만들 듯 시나몬과 프루놀, 파촐리 등 라오스에서 베네수엘라까지 전 세계에서 수집한 진귀한 원료로 만든 향이 강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가을에 잘 어울리는 무게감 있는 향, 예술 작품 같은 보틀은 섬세한 남자에게도 어울린다.

100ml, 29만원.

에디터
금다미 (Geum Dami)
포토그래퍼
엄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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