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프 로렌이 오랜만에 피지컬 쇼를 선보였다. 뉴욕을 찬미하는 애정 어린 쇼, 재회의 기쁨을 함께 나눈 특별한 밤.
묵직하면서도 감미로운 재즈 선율, 클래식한 빨간 장미, 그리고 모마(MoMA)! 3년 만에 피지컬 쇼를 여는 랄프 로렌이 공개한 쇼 티저는 자연스레 뉴욕의 로맨틱한 밤을 연상시켰다. “전쟁과 팬데믹, 상상할 수 없는 현실이 우리 앞에 있지만 이 슬픔 속에서도 우리는 친밀한 공간에 다시 모여 희망과 낙관을 나누고자 합니다.” 랄프 로렌의 말처럼 이번 쇼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그가 보내는 따뜻한 초대와 위로 그 자체였다. 뉴욕의 고급 아파트 같은 모마의 한 공간, 드레스업하고 하나둘 모여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의 모습은 코로나 이전 평화로운 일상을 떠올리게 했다.
쇼는 랄프 로렌 특유의 절제된 믹스매치, 우아함의 절정이었다. 여성복과 남성복 모두 날렵한 테일러링이 돋보이는 슈트로 시작한 쇼는 핀스트라이프, 하운즈투스 등 남성복의 디테일에서 영감을 받은 여성복이 시선을 끌었다. 이후 레드 컬러를 포인트로 한 타탄 패턴이 쇼 전체 흐름에 활기를 부여한 채 정제된 스포츠웨어가 무대를 채웠다. 페어아일 스웨터에 드레시한 튤 스커트를 매치한 스타일링, 시퀸으로 만든 페어아일 패턴의 드레스 등에서 드러난 스포츠웨어를 바라보는 랄프 로렌의 우아한 해석이란! 과하지 않지만 새롭고, 무엇보다 지극히 랄프 로렌다운 아름다운 밸런스는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신만의 패션 세계를 탄탄히 구축해온 거장의 노련함이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쇼 후반부의 이브닝 웨어는 단연 쇼의 하이라이트였다. 뉴욕의 스카이라인을 주얼 장식으로 수놓은 피스, 커다란 빨간 리본을 더한 드레스는 뉴욕에 대한 아낌없는 애정과 헌사 같았다. 골드 하드웨어와 악어가죽이 만난 웰링턴 백, 벨벳 소재의 리키 백 등 백 컬렉션 역시 소재의 변주로 시선을 끌었다. 재회의 기쁨으로 뉴욕의 밤을 다시금 친근하고 화려하게 밝힌 순간들이었다.
- 콘텐츠 에디터
- 진정아
- 사진
- Courtesy of Ralph Lauren